“진양호 동물원도, 동물친화적으로 탈바꿈해야”

전주동물원 생태동물원으로 바꾼 사례 공유, 이전 앞둔 진양호 동물원.. 진주시 관계자 “동물원 이전 시 생태동물원 만들겠다”

2022-07-18     강누리 기자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단디뉴스=강누리 기자] 동물복지 실현 등을 이유로 확장·이전을 논의 중인 진양호 동물원의 미래 방향성을 제시하는 강연이 열렸다. 지난 17일 전주동물원을 생태동물원으로 새롭게 탈바꿈 시키는데 앞장섰던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진주를 찾았다. 그는 이날 ‘전주동물원 사례로 살펴보는 생태동물원’이란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고, 참가자들과 진양호 동물원을 방문하는 등 현장조사 시간도 가졌다.

* 생태동물원 : 사육장을 각 동물별 야생서식 환경과 최대한 유사하게 조성해 동물들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동물원 형태.

경상남도교육청의 학습공동체사업 일환으로 진행된 이번 강연은 올해 말 진양호 동물원의 이전 타당성 용역 결과가 나올 것을 대비해 진주시민들과 국내 동물원 개선사업의 성공 사례를 공유하고, 이를 진양호 동물원 재단장 사업에 반영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됐다.

강연을 맡은 이정현 처장은 “동물원 내 동물들은 전시 대상이 아닌 공존의 대상이다. 앞으로 동물원은 사육장을 야생서식지와 최대한 유사하게 조성하는 등 동물친화적 형태로 전환돼야 한다”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1978년 개원한 전주동물원 역시 여느 국내 동물원과 마찬가지로 관람객의 눈요기를 위해 동물을 좁은 사육장에 가두는 전시형태로 운영을 시작했다고 지적하며, 이에 전북환경운동연합이 2014년 전주동물원 동물들의 복지향상 실현 등을 주장하며 생태동물원으로의 전환운동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대표활동으로는 전주동물원 실태 조사를 통한 동물원 사육환경 개선 정책제안과 민관 토론회 개최, 전주동물원 환경 개선 자문단 구성 등이 있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의 이 같은 노력에 전주시는 2015년 ‘전주동물원 생태동물원 조성’ 제안을 수락, 2016년 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이들은 가장 먼저 △사자·호랑이사 △원숭이사 △큰물새장 △늑대사 △곰사 등의 사육시설을 개선했다. 사육장을 뒤덮고 있던 콘크리트를 걷어낸 후 동물들의 특성에 맞춰 새롭게 조성한 생활공간을 제공한 것이다. 이 같은 환경 변화에 동물들은 건강상태와 정형행동 개선 등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늑대사의 경우 야생서식지와 유사한 환경으로 변화한 결과 동물들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활발한 번식활동을 유도해 늑대 5남매가 태어나기도 했다.

* 정형행동 : 동물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보이는 이상행동

이 처장은 생태동물원 조성 시 사육사와 수의사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동물들이 편안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사육사와 수의사의 역할이 크다면서다. 이들에게 관련 교육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생태동물원 사육장 조성 시에도 이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원 전용 동물병원을 설립해 동물들의 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시민 해설사를 위촉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진행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의 설명을 듣고 있는 참가자들

강연을 마친 이 처장과 참가자들은 현장조사를 위해 진양호 동물원으로 장소를 옮겼다. 동물원을 둘러본 이들은 “좁은 공간에 갇힌 동물들이 불쌍해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이 처장은 “현장조사 결과 과거 전주동물원처럼 사육장 규모가 작고 스트레스로 인한 정형행동을 보이는 동물들이 존재하는 등 전시형 동물원의 폐해를 모두 확인할 수 있었다”며 “진주시와 진주시민들이 생태동물원의 필요성을 인지한 만큼, 전주생태동물원의 사례를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등 변화를 위해 꾸준히 교류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장조사에 참여한 진주시민 A씨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A씨는 “전주 사례를 접한 뒤 진양호 동물원을 돌아보니 사육환경이 열악해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면서 “전주동물원의 사례를 바탕으로 진주도 빠른 시일 내 동물친화적인 동물원으로 탈바꿈 되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강연에 참석한 진주시 관계자는 전주동물원의 생태동물원 전환 사례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미 한 차례 전주생태동물원을 방문해 현장답사를 마친 상태”라며 “동물원 이전·확정 타당성 용역 결과가 나오면 현장답사 내용과 이번 강연 정보 등을 바탕으로 진양호 동물원의 사육환경 개선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단디뉴스/단디뉴스

진양호 동물원에 살고 있는 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