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시내버스 주민조례안, 8일 접수 예정.. 조례안 마련 이유는?

[인터뷰] 성종남 운동본부 집행위원 “조례 제정으로 편리한 시내버스 만들고, 재정지원금 투명성 높여야“

2022-01-28     김순종 기자
시내버스가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단디뉴스=김순종 기자] 7144명, 진주시 시내버스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는 데 동의한 시민 수이다. ‘진주시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 조례 발안 운동본부(이하‘운동본부’)는 지난 25일까지 시내버스 ‘준공영제’ 도입을 위한 ‘주민조례안’에 7144명의 시민들이 서명했다고 밝혔다. 운동본부는 오는 8일 조례안을 진주시의회에 접수할 예정이다.

2017년 진주시는 시내버스 노선을 개편하고, ‘총액표준운송원가제’를 도입했다. 문제는 진주시가 버스업체 4사에 지원하는 보조금이 그간 지속적으로 증가해왔지만, 시내버스가 불편하다는 민원은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 시내버스 업체에 지원하는 보조금 사용내역과 정산이 불투명하다거나 시내버스 관련 조례가 없다는 점도 거듭 지적되고 있다.

시민단체 회원들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지난해 11월 ‘주민조례발안 운동’에 나섰다. 진주에도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다. <단디뉴스>는 주민조례안 접수를 앞두고 28일 성종남 운동본부 집행위원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진주시 시내버스 제도의 문제점, 주민발안운동의 이유, 준공영제 도입에 따른 효과 등을 두고서다.

* 총액표준운송원가제 : 1일 1대의 버스를 운영해 시내버스 회사가 거두어야 할 수익 기준치를 정해두고, 수익금이 이에 미달하면 시 보조금으로 차액을 보전해주는 제도이다. 인건비, 정비비, 연료비 등 항목별로 필요한 비용을 산출해 표준운송원가를 산정한다. 하지만 시내버스 업체에 지원된 보조금은 항목에 상관없이 자율적으로 사용된다.

* 준공영제 : 민간업체가 시내버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는 유지하되, 노선권을 자치단체가 가지는 형태. 자치단체는 시내버스 업체에 재정지원금을 준다. 버스 운영체계의 공익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로 평가된다. 정부도 도입을 권장하고 있다.

 

성종남 운동본부 집행위원이 거리에서 서명운동을 진행 중에 있다.

Q. 7144명, 생각보다 많은 시민들이 주민조례안에 서명하셨습니다.

성종남 : 서명 가운데 절반 이상은 거리에서 받은 것인데, 생각보다 많은 시민들이 시내버스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서명을 하시다가 상세주소를 써야 하니, 개인정보유출을 염려해 서명을 중단하신 분들도 많은데요. 이분들까지 포함하면 더 많은 분들이 시내버스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신 셈입니다.

Q. 시민들이 토로한 시내버스의 문제점은 무엇이었나요?

성종남 : 가장 많이 거론된 건 시내버스 과속과 불친절 문제였습니다. 또 시내버스에 많은 보조금(=세금)이 들어가고 있는데도, 보조금 사용내역과 정산이 투명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이 부분을 바꿔야 한다는 분이 계셨습니다. 진주시에서 매년 이렇게 많은 보조금을 시내버스 업체에 지원하고 있다는 것에 놀라시는 분들도 더러 있었고요.

- 진주시는 2021년 기준 시내버스 업체(4사)에 233억 5천여만 원의 보조금을 지원했다. 6년 새 3배가량 증가한 수치이다.

Q. 주민조례발안 운동을 시작하게 된 이유를 이야기하신다면?

성종남 : 2019년 시민사회단체들은 ‘진주 시내버스 대책위’를 꾸려 시내버스 정책 변화를 요구해왔습니다. 기자회견을 통해 변화를 요구하기도 했고, 조규일 진주시장의 면담도 요청했죠. 변화는 없었고, 면담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여겨 주민들이 직접 조례를 만들자고 생각하게 된 것인데, 시기적으로도 지금이 맞다고 봤습니다. 주민조례발안법이 제정됐고, 국토부에서도 준공영제를 도입하라며 가이드라인을 냈으니까요.

 

진주 시내버스에 부착된 서명운동 스티커(사진=운동본부)

Q. 진주시 시내버스 정책의 문제점, 어떤 것들이 있나요?

성종남 : 해마다 시내버스 업체에 지원하는 보조금은 커지는데, 시내버스 이용은 여전히 불편하다는 점입니다. 과속, 불친절 문제도 있지만, 시내버스가 다니는 노선 자체가 불합리한 경우가 많아요. 버스 번호는 각기 다르지만, 시내버스를 타보면 노선 가운데 2/3정도는 동일한 버스들이 많습니다. 출발지나 종착지는 다르지만 중간노선은 동일한 ‘중복노선’들이죠. 이러한 노선들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간선 체제가 대안으로 이야기되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시내버스를 직접 이용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시내버스 노선 등, 관련 정책에 반영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간선 체계 : 도시 내 주요도로(시가지 중심)를 다니는 ‘간선’과 변두리 쪽을 다니는 ‘지선’을 분리해 시내버스 노선을 운영하는 방식. 간선만을 다니는 버스와 지선만을 다니는 버스를 각각 운영하다보니, 이 두 버스를 갈아타는 환승센터가 필요하지만 효율성 높은 시내버스 운영 방식으로 평가된다.

또 하나는 보조금 집행과 정산이 불투명하다는 점입니다. 진주시는 인건비, 정비비, 연료비 등을 항목별로 계산해 총액을 책정, 시내버스 업체를 지원합니다. 하지만 시내버스 회사는 지원된 보조금 총액 내에서 (항목에 관련 없이) 지원금을 자율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인건비 항목에 해당하는 지원금을 남겨 수익을 거둔 곳(부산,부일교통)도 있습니다.

- 류재수 진주시의원(진보당)에 따르면, 부산·부일교통은 2017년 6월부터 2019년까지 진주시로부터 받은 재정지원금 가운데, 인건비 항목 보조금 등에서 28억 원의 수익을 남겼다.

또 (이들 두 회사는) 회계가 단일화되어 있지 않다보니, 보조금 정산도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보조금 집행과 정산의 투명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Q. 준공영제 도입 전 시내버스 4사와 협의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성종남 : 조례가 만들어진다고, 준공영제를 바로 도입하자는 건 아닙니다. 협의가 필요하다고 저희도 생각합니다. 청주시나 창원시 같이 준공영제를 이미 도입한 곳에서도 버스업체와 협의 뒤 제도를 시행했습니다. 청주시는 협의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했고요. 다만 협의에 자치단체와 운수업체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와 시의회, 운수업체 노조, 전문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했습니다. 우리도 그러한 과정을 밟아가야 합니다.

Q. 준공영제 도입 시 사기업인 시내버스 업체의 이익을 보장할 수 있는가 궁금해하는 분도 계세요.

성종남 : 시내버스 업체가 사기업이라고 하지만, 보조금이 없으면 회사 운영이 사실상 어렵습니다.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셈인데요. 준공영제를 도입해도 시내버스 업체의 적정이윤은 보장됩니다. 또 자치단체의 보조금을 받는 상황에서 시내버스 업체가 양보해야 할 부분도 분명 있습니다. 시민들의 시내버스 이용 만족도를 높이고, 서비스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

Q. 준공영제 도입 시 시 보조금이 더 많이 들지는 않을까요?

성종남 : 그건 누구도 모릅니다. 하지만 보조금이 점차 많이 투입되어 왔는데, 시내버스 이용이 여전히 불편하다는 건 문제가 있습니다. 또 보조금이 투명하게 사용되고 정산될 필요도 있습니다. 준공영제가 도입되면, 보조금 사용과 정산의 투명성이 강화될 것입니다. 회계감사나 시내버스 정책을 시민들에게 공개하는 부분이 더 확대될 수 있고요. 시내버스 서비스 향상을 위한 교육이나 제도도 마련이 가능합니다. 전문가, 시 공무원, 시민단체, 시의원 등으로 구성되는 준공영제위원회에서 버스 정책을 좌지우지하게 되니까요. 버스이용자들이 참여하는 소위원회를 꾸려 시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정책에 반영할 수도 있습니다.

 

 '진주 시내버스 준공영제 조례' 주민 발안을 위한 시민 서명을 받고 있는 운동본부 회원의 모습.

Q. 조례안이 발안되지만, 진주시의회에서 통과될 수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 견해도 나옵니다. 조례안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무소속 의원이 다수인 의석구조 때문입니다.

성종남 : 7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주민조례발안에 참여했다는 건 그만큼 시내버스 정책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는 걸 보여줍니다. 시민들이 먼저 나서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니, 진주시의회나 진주시로서는 버스정책을 고민하고 바꿀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열린 겁니다. 물론 의회 내에서 준공영제 도입에 반대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분들을 설득하려 저희도 힘쓸 것이고요. 진주시와 진주시의회 의원분들도 시민들의 목소리에 조금 더 귀를 기울여주길 바랍니다.

Q. 준공영제를 도입하고, 노선이 편리해진다고 해도 자가용 이용자가 많아 시내버스 이용률은 높아지지 않을 것이라고도 합니다.

성종남 : 지구온난화,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내버스 이용을 늘려야 합니다. 유럽은 우리보다 먼저 자가용 이용을 막고, 대중교통이나 자전거 이용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해왔습니다. 자가용 이용을 불편하게 한 것이죠. 시내버스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게 하려면, 기존에 주차장 확대를 위해 사용하던 예산을 대중교통 활성화나 자전거도로 확충을 위해 사용토록 전환해야 합니다. 또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이 같은 제도도입의 필요성을 홍보해야 합니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이를 추진하려면 자치단체장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Q. 이른 이야기이지만, 조례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성종남 : 시내버스 정책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입니다. 더 많은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한 토론회를 이어갈 수도 있을 것이고요. 코로나가 종식되면 지금보다 더 많은 시민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