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진주여성민우회

<진주여성민우회>가 진주지역에서 출범한 건 1997년이다. 1987년 한국여성민우회가 창립된 지 꼭 10년만이었다. 진주여성민우회는 지난 18년 동안 우리사회의 차별문화 없애기와 호주제 폐지운동, 성폭력특별법 제정 운동, 지상파 방송에서 미스코리아대회 퇴출 등의 활동을 통해 발판을 넓혀 왔다. 특히 진주여성민우회는 창립과 함께 '가족과 성 상담소'를 운영하면서 성폭력 피해자 지원과 함께 성폭력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사업을 벌여왔다. 그 후 성폭력상담소로 바뀌고 지난해 없어졌지만 여전히 우리지역의 성인식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다. 진주여성민우회는 현재 진주시 평거동 현주빌딩 3층에 자리하고 있다.

21일 이종숙 상임대표를 만나 진주여성민우회가 어떤 활동을 해 왔고, 요즘은 어떤 활동을 준비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 진주여성민우회 이종숙 상임대표

-“차별을 없애려면 존중하는 문화가 살아나야 한다”

지난해 3월부터 진주여성민우회(이하 민우회)를 이끌고 있는 이 대표는 이렇게 단체를 소개했다.

“우리사회가 아직 평등하지 않고 곳곳에 차별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특히 여성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고 있다. 이런 차별문화를 없애려면 서로 존중하는 문화가 살아나야 한다. 우리 민우회는 각양각색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다채로운 색깔처럼 사람 생각도 다양한데 이런 다양한 생각들이 존중받고 인권이 보호되는 사회, 무엇보다 여성에 대한 폭력이 정의롭게 중단되게 하기 위해서 활동하는 곳이다”

민우회의 상근직원은 사무국장(이광지 씨)과 간사 등 2명이다. 회원수는 330명으로 여성민우회라고해서 여성만 회원이 아니라 남성도 있다.

민우회는 다양한 소모임 활동을 통해 회원간에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다. 영신강림(영어공부반)과 소리개비(육아반), 생각모임이 있고 오카리나와 영화보기, 사진에 관심있는 회원들이 모인 모임도 만들어져 있다.

-“성별영향분석평가 모니터링 중요하다”

지난 2012년부터 우리나라에는 성별영향분석평가법이 전면 시행되고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모든 정책에서 특정 성(性)을 배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다. 어떤 정책이 여성에게, 남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고 평가해서 정책을 개선하자는 것이다. 한마디로 성평등을 이루자는 목적이다.

민우회는 진주에서도 이 법이 제도로 잘 정착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모니터링 활동을 올해부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진주시는 무장애도시 조성사업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성별영향분석평가서를 보니까 우수했는데 이행이 안 되고 있는게 문제였다”며 “9월부터 ‘여성의 눈으로 바라본 무장애도시 진주’ 모니터링 활동을 시작한다. 30곳 정도의 공공시설을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성별영향분석평가 모니터링은 일회성이 아닌 지속성이 중요하다”며 “민우회의 역점사업”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정책이 개선돼서 정책 안에서 성평등이 이뤄져야 사회가 성평등한 사회가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9월에는 민우회 알리는 캠페인을 벌인다”

9월에는 또 ‘해보면 캠페인’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나를 위한 기꺼이 불편해지기>라는 이름이다. 목적은 존중문화 정착이다. 이 대표는 “이 캠페인이 민우회가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시민들에게 잘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내용을 보면 ‘초면에 반말하지 않기’, ‘외모에 대해 말하지 않는 일주일 살아보기’, ‘나이, 학력, 사는지역, 결혼여부 말고, “요즘 어떠세요?”라고 묻기’, ‘원래 여자는, 원래 남자는 대신 어떤 사람은 이라고 말하기’ 등 10가지로 이 캠페인 안에 민우회가 추구하는 활동이 다 들어있다.

-“성폭력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 바꾸자”

‘성폭력 피해에 공감하는 첫사람 사업’도 주목할만 하다.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 입장에서 공감을 해주자는 취지의 사업이다. 이 대표는 “우리 사회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피해자가 어떤 행실을 했는지에 초점이 맞춰지는 경향이 있다”며 “폭력은 힘있는 사람이 힘없는 사람에게 가하는 것이다. 피해자 행실에 관계 없이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성폭력 피해자를 돕기 위해서는 한 달에 한 번 피해자 재판에 동행을 하는 등 법정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법정이 얼마나 권위적인지, 피해자의 법적권리는 잘 지켜지고 있는지, 법원공무원들이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주고 있지 않은지 등을 점검한다.

민우회는 창립 초기부터 운영해 온 성폭력상담소를 지난해 없앴다. 경상대학교병원에 있는 경남해바라기센터와 여성긴급전화 1366이 사회적으로 정착되면서 업무가 중복됐기 때문이다.

상담소 존폐문제로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았다는 이 대표는 “민우회가 하고자 하는 것은 반(反)성폭력 운동인데 위탁업무를 하는 상담소는 정부에서 요청한 상담을 해야 했다”며 “보조금을 받다보니 행정업무도 많았다. 또 은밀한 부분이 많았는데 민우회는 사회의 성폭력 부당성을 알리는 것이 목적이라 서로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업무를 중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회원들이 자기 삶을 가꾸는 민우회를 만들겠다”

민우회 사무실은 작은도서관으로 등록돼 있다. 이름은 ‘미누마루’다. 앞으로 여성자료실(여성도서관)로 확대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표는 “회원들이 ‘미누마루’를 찾으면 자기 삶을 가꾸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시민들에게는 “요즘 경제가 어렵다보니까 이런 단체가 활동을 한다고 해서 얼마나 바뀌겠나라고 생각하시는거 같은데, 조금이라도 바뀔거라고 믿고 민우회 활동에 참여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편집자 주 : <요즘 어떻습니까>는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합니다. 다음으로 찾았으면 하는 단체를 묻자 이 대표는 진주참여연대를 꼽았다. 서울에 있는 참여연대의 지부 성격인줄 알고 있었는데 최근에 독립적인 단체라는 사실을 알았다며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했다.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