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덕규 화가 “22년 동안 홀로 일궈낸 미술관 물에 잠겨 막막하다”

▲ 22년 동안 소중하게 일궈온 80대 노화가의 미술관이 지난 8일 내린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단디뉴스=이은상 기자] 22년 동안 소중하게 일궈온 80대 노화가의 미술관이 지난 8일 내린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1953년부터 유화를 그리기 시작해 지금까지 단 한 점의 작품도 팔지 않고 자신의 역사로 소중하게 간직해온 박덕규 화가(87). 그는 이번 폭우로 미술관이 1m 이상 잠기면서 평생 소장해온 작품 5300여 점 대부분이 피해를 입었다고 토로했다.

‘박덕규미술관’은 1998년 폐교된 진주 내동면 삼계리 내동초등학교를 박덕규 화가가 작업실 겸 미술관으로 고쳐 운영해온 곳이다. 이곳에는 박 화가가 평생 동안 그린 작품 5300여 점이 소장돼 있다. 진주에서 설립된 최초의 상설 미술관이기도 하다. 박 작가의 작품 대부분은 유화이며, 지금까지 한 점도 팔지 않았기 때문에 외부에서 보기는 힘들다. 

폭우가 쏟아지던 지난 8일, 박 화가는 상황의 긴박함을 알지 못한 채 평소처럼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내동면 마을 이장이 박 화가에게 연락했지만, 받지 않자 119구급대와 경찰에 연락했다. 연락을 받은 경찰과 구급대는 보트를 타고 미술관으로 들어가 오전 8시 20분 쯤 작업실 2층에 있는 박 화가를 발견해 그를 구출했다.

하지만 박 화가가 겨우 몸만 빠져 나오면서 그가 평생 동안 그린 작품 대부분은 물에 잠겼다. 일부 작품은 물에 떠내려가 흔적조차 찾을 수 없게 됐다. 미술관은 토사와 이물질로 가득 찼고, 미술작품 뿐만 아니라 냉장고와 집기 등이 물에 떠내려갔다. 박 화가의 자동차도 물에 완전히 잠기는 등 피해가 컸다.

 

▲ 침수 피해를 입은 미술관.

박 화가는 “청소년들과 관광객들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주기 위해 평생 동안 그리고 전시했던 작품 대분이 피해를 입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수자원공사에서 남강댐 방수량을 급격히 늘렸지만, 아무런 안내가 없었다. 모든 작품들을 그대로 둔 채 간신히 몸만 빠져나왔다. 피신 과정에서 계단에 걸려 다리를 다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방문한 박덕규 미술관은 피해 복구 작업으로 부산한 모습이었다. 지난 9일부터 봉사단체와 진주시 관계자, 군인 등이 복구 작업에 참여한 가운데, 이날 현장에서는 물에 젖은 작품을 말리기 위해 대형 선풍기 5대가 돌아가는 모습, 기술자들이 전기배선 복구 작업을 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하지만 이번 폭우로 미술관에 소장된 작품 5300여 점 가운데, 대부분은 물에 잠겨 색이 바랬다. 피해를 입지 않은 작품은 액자에 담긴 채 벽에 걸려있는 50여 점에 불과했다. 유화는 습기에 취약해 복구가 힘들기 때문이다.

한편 박덕규 화가는 미술관을 만들게 된 계기에 “초등교사로 재직하고 있던 1998년 당시, 진주에는 상설 미술관이 한 곳도 없었다. 교육적 차원에서 청소년들을 위한 미술관 하나쯤은 꼭 필요하다는 생각에 미술관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의 작품은 나의 화신이며, 자식이다. 나의 작품은 아직 미완성으로 평생에 걸쳐 작품을 완성하고 싶어 한 점당 1000만 원을 주겠다는 제안도 뿌리쳤다”고 덧붙였다.

 

▲ 박덕규 화가.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