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아동 학부모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부터 치료 지원과 안내 없었다”

▲ 사진(pixbay).

[단디뉴스=이은상 기자] 최근 진주에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피해 아동과 가족들에게 적절한 심리 및 치료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진주에서 아동학대 사건으로 현재 수사를 받고 있는 어린이집은 5곳. 피해 아동의 수만 20여 명에 달하지만, 심리상담과 치료 등의 지원 혜택을 본 이들은 없다.

아동복지법 제29조에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장은 아동의 안전 확보와 재학대 방지, 건전한 가정기능의 유지 등을 위해 피해 아동 및 보호자를 포함한 피해 아동의 가족에게 상담, 교육 및 의료적·심리적 치료 등의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진주시를 비롯한 서부경남 8개 시·군에서는 경남서부아동복지전문기관이 이와 관련된 지원업무를 맡고 있다.

하지만 피해 아동과 가족들에게 지원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으면서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 아동 학부모 가운데 일부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공황장애를, 한 아동은 언어발달 장애를 앓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사비를 들여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피해 아동 학부모들은 학대 피해에 따른 후유증으로 정신과 치료 등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피해 아동 학부모 A씨는 “심리 치료 등의 지원서비스를 받기 위해 경남서부아동보호전문기관에 수차례 문의를 했다”며 “하지만 예산상의 문제로 지원이 어렵고, 기다려 달라는 답변만 재차 들었다. 답답한 심정에 사비를 들여 사설기관에서 심리상담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 B씨는 “아동학대 피해자로 판정을 받았는데도,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부터 심리 및 치료 지원 서비스가 있다는 내용조차 안내받지 못했다”며 “사비를 들여 심리치료를 받는 것도 고려해 봤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아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피해 아동과 가족들의 심리치료를 맡은 백미림 심리상담사는 “피해당사자들은 아동학대 사건 이후에 불안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 신속한 대응이 요구된다”며 “심리 상담 및 치료비 지원 등 피해 당사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아동학대 피해자에 대한 지원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에 경남서부아동보호전문기관 측은 “예산상의 문제로 우선순위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 지원 대상자가 일부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학대 피해자 가운데, 대다수를 차지하는 가정학대 피해자와 저소득층 가정 등이 우선순위로 어린이집 아동학대 피해자에 대한 지원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

경남서부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8개 시·군의 지원 업무를 맡고 있어 진주에서 집단적으로 발생한 어린이집 아동학대 피해자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 형평성의 문제도 제기된다”며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례는 피해 아동이 사건 이후 부모님들과 함께 지내면서 후유증이 자연히 소멸되는 경우도 있다. 다음 주 중으로 피해 아동 학부모님들과 만나 지원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동복지법 제29조 2항에는 “보장원의 장 또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장은 피해아동 및 보호자를 포함한 피해아동의 가족에게 상담, 교육 및 의료적·심리적 치료 등의 필요한 지원을 위해 관계 기관에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예산확보를 위한 길이 열려있는 셈.

경남도 관계자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관련 사업비 확보 방안에 “필요한 경우, 추경 예산 편성 등으로 아동피해 예방 관련 사업비를 지원하는 방안은 있다”면서도 “아직까지 진주시와 경남서부아동보호전문기관 등에서 이와 관련된 요청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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