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현곤 팩토리_ 삼계탕

Music : 삼계탕 앞에 선 닭들의 입장, 하현곤 팩토리 ‘삼계탕’

곡 ‘삼계탕’의 화자(話者)는 삼계탕의 당사자인 닭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개미에게, 나쓰메 소세키가 고양이에게, 조지 오웰이 가축들에게 발언권을 준 것처럼 특정 시기가 되면 한국인들의 ‘보양식’으로 희생되는 이 땅의 수많은 닭들에게 하현곤이 말할 기회를 준 것이다.

해당 가사는 저 대문학가들이 창조한 캐릭터들의 냉소마저 닮아, 세상이 백숙이라고도 부르는 그 요리로 ‘새롭게 태어날 준비’를 끝낸 닭들이 자신의 처지를 마음껏 자조할 수 있게 돕는다. 같은 생명(인간)으로서 생명이 있는 것들(동물)의 살 권리를 지켜주자는 비거니즘(Veganism)의 가치마저 곱씹게 만드는 이 영리한 노랫말은 그러나 생각보다 좀 더 적나라하고 때론 무겁다.

가령 “뜨거운 냄비가 보여/좀 있다봐 이제 내 차례” 같은 가사는 횟집 수족관에서 자신의 처분을 기다리는 생선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대희 감독의 애니메이션 ‘파닥파닥’을 떠올리게 한다. 복날 시즌만 되면 무차별 요리되는 닭들은 “나는 다시 태어났어요/이름은 삼계탕이죠”라 말하면서도 “젓가락 들기 전에 다리 먼저 풀어주세요/쥐가 날 것 같아요”라며 자신의 '꼬인' 현실을 유쾌하게 냉소하고 있다. 이 냉소는 “복날이 아니어도 우린 아주 바쁘죠/이제 또 준비하러 가요/후라이드반 양념반으로”에서 한 번 더 터져 나오며, 신나는 노래를 듣는 이들이 마냥 신나할 수만은 없게 만든다.

7인조 보이그룹 클릭비의 드러머 출신인 하현곤은 자신의 프로젝트 ‘하현곤 팩토리’로 싱어송라이터(및 프로듀서)라는 꿈을 이룬 인물이다. 공장(Factory)에서 앨범을 찍어내듯, 자신이 만든 곡에 딱 맞는 보컬을 얹어 멋진 음악을 만들어내겠다는 포부로 시작한 하현곤 팩토리는 사실 대중 친화적인 달콤 담백한 음악을 해왔는데, 그런 면에서 ‘삼계탕’의 하드록 사운드는 다소 이질적인 면이 있다.

하현곤은 ‘삼계탕’을 2014년에 발표했다. 구체적으론 2014년 8월인데, 이는 2012년 1월부터 이어간 이른바 ‘하팩 캘린더’ 시리즈의 일환이었다. 2016년 12월까지 5년간 해나간 이 시리즈는 매달 하나씩 새로운 곡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윤종신의 ’월간 윤종신’과 사실상 같은 콘셉트였다.

글/김성대 (대중음악평론가)

 

▲ 복날의 대표 보양식_ 전복 삼계탕(사진=강인실)

Recipe : 복날의 대표 보양식 ‘전복 삼계탕’

우리네 닭요리 역사는 길다. 닭을 식용으로 먹었다는 기록이 ‘삼국유사’에 남아있고, 닭고기 음식이 특히 발달한 조선 초기에는 닭볶음탕이나 백숙 등을 만들어 먹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복날의 보양식 삼계탕(蔘鷄湯)은 언제 생겨난 걸까?

삼계탕은 조선 후기에 들어서야 각종 서적에 언급된다. 삼계탕은 인삼이 귀하던 시절 그저 부자들의 약선(藥膳)음식으로 여겨졌다, 1950년대 중반 이후 인삼가루를 넣은 닭국물이 등장하면서 ‘계삼탕’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우리가 아는 지금의 삼계탕은 육류 소비와 냉장 시설이 발달한 1960~70년대 초반, 인삼가루 대신 수삼(水蔘)을 넣어 만들면서 여름철 대표 보양식으로 거듭났다.

단백질과 필수 아미노산이 많은 닭 한 마리를 통째로 사용하고 인삼과 찹쌀, 마늘, 대추 등 더운 성질의 재료를 곁들여 원기를 북돋아 주는 삼계탕은 몸이 차고 추위를 많이 타는 ‘소음인’에게 좋다. 하지만 닭고기는 허약한 기를 북돋는 데는 좋지만, 그 자체에 약간의 독이 있어 풍이 있거나 열이 많은 ‘태음인’은 자주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삼계탕은 스트레스와 피로, 우울증 등에도 좋은 것으로 전해진다.

닭의 감칠맛은 적어도 5개월 이상 키워야 나는데, 삼계탕용 닭은 보통 1개월 전후(25~35일) 닭을 쓰므로 감칠맛이 덜한 편이다. 이 때문에 조리할 때 닭발이나 닭 뼈 등을 미리 삶아 육수를 만들면 맛과 영양이 보다 풍부한 삼계탕을 맛볼 수 있다.

 

△전복 삼계탕 재료

- 육수 재료

닭발 1kg, 양파 2개, 대파 2대, 청주 1컵, 통마늘 20알, 찹쌀가루 2큰술

- 주요 재료

닭 3마리, 통마늘 16알, 불린 찹쌀 12큰술, 소금 1큰술, 대추 12알, 전복 6개, 수삼 3뿌리

 

△만드는 방법

1. 찹쌀 불리기

찹쌀은 3번 정도 물을 갈아가며 가볍게 씻어 1시간 정도 불린다.

2. 양파, 수삼, 마늘 준비하기

양파는 껍질째 씻어 4등분으로 자른다. 수삼과 마늘은 손질해 씻은 뒤 얇은 뿌리는 잘라 육수에 넣는다.

3. 닭발 손질하기

닭발은 깨끗이 씻어 찬물에 2시간 이상 담가 핏물을 빼고, 면 보자기에 닭발과 마늘을 넣어 단단하게 묶는다.

4. 육수 끓이기

냄비에 물 7L를 넣고 닭발과 향미 채소(대파/양파/마늘), 황기, 한약재, 청주를 넣고 끓인다. 육수가 한 번 끓어오르면 불을 줄인 다음 뚜껑을 덮어 40분 정도 더 끓인다. 다 끓고 나면 보자기를 깔고 육수를 걸러준다.

5. 닭 손질하기

닭은 뱃속까지 깨끗이 씻은 뒤 숟가락으로 속을 긁어 낸 다음 다리 안쪽에 칼집을 넣는다.

6. 전복 손질하기

전복은 솔로 깨끗이 씻은 다음 칼로 이빨을 제거한다.

7. 닭 배 속에 재료 넣기

손질한 닭의 뱃속에 찹쌀과 마늘, 대추를 넣고 닭다리가 서로 엇갈리도록 끼운다.

8. 닭과 재료 안치고 끓이기

냄비에 닭 3마리를 담고 육수와 찹쌀풀을 부은 다음 수삼, 대추를 넣어 센 불에 끓이다 소금과 전복을 넣고 푹 무르도록 삶는다. 삶는 중간마다 기름기를 걷어낸다.

9. 소금, 후추 곁들여 내기

닭이 익으면 그릇에 담고 국물을 한 번 더 뜨겁게 끓여 소금과 후춧가루를 곁들여 낸다.

 

글, 사진, 요리, 스타일링/강인실 (요리연구가, 푸드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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