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이모작 지대의 위대한 삶

구점숙(경남 남해)l승인2020.07.06l수정2020.07.06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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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땅덩어리를 가진 나라이지만 아랫녘과 윗녘 날씨가 확실히 차이가 나서 아랫녘은 농사도 웬만하면 이모작을 합니다. 벼를 수확한 논에 저온성 작물인 마늘과 양파, 밀과 보리를 심거나 조사료 풀을 키웁니다. 밭에도 월동채소인 배추, 시금치 등을 심어 겨울 밥상을 채웁니다. 또 이른 봄에 감자나 완두콩, 강낭콩을 키워내고는 곧장 고구마나 들깨, 녹두 등을 심어 농사 보람을 이어갑니다.

이모작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몇 배의 품과 노력이 듭니다. 농사계획도 한 해 단위가 아닌, 두 해를 기본으로 계획해야 원활하게 돌아가게 되는 것이지요. 그렇더라도 논에서 이뤄지는 이모작은 기계화돼 있으니 그나마도 체계적으로 가꿔내지만, 밭에서 이모작을 하려면 농민의 손이 두 배로 바빠지고 때로는 두서가 없어집니다.

▲ 구점숙(경남 남해)

특히 여성농민은 호미를 끼고 살아야 되는 것이지요. 아무리 제초제를 사용하더라도 농약으로 완벽해지는 제초는 없고, 혹여 건강이나 자연을 생각하며 농사를 짓게 되면 얄짤없이 농사의 노예가 되고 마는 것입니다. 자고 나면 풀이 자라고 자고 나면 벌레가 생겨나니 그 농작물들을 관리해내려면 얼마나 많은 품이 들겠습니까?

개인의 성질도 그러하고 지역색도 그렇고, 심지어 민족성도 그렇다지요? 자연조건과 역사, 문화적 배경에 따라 특징지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더운 지역 사람들은 성정도 느리고 웬만한 일들이 미뤄져도 급해 할 것 없는 여유랄지 게으름이 몸에 배는 것이고, 사계절이 뚜렷한 지역의 사람들은 때맞춰 농사짓느라 ‘빨리빨리’를 입에 달고 살게 되는 것이겠지요.

그러니 아랫녘 이모작 지대의 농민들이야 오죽하겠습니까? 한꺼번에 한두 가지 일은 기본이고, 나중에는 동시에 몇 가지 일을 해내는 법도 터득하게 돼서는 일의 선후차를 매기는 일머리도 발달하게 됩니다. 그 반대로 귀한 대접을 받고 자라서 일머리 없는 사람은 두 가지 이상의 일을 한꺼번에 처리해야 할 때면 쩔쩔매며 일처리 속도가 느려서는 옆에 있는 사람들이 보기에 딱하고도 답답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모작 지대의 농민들이 얼마나 일머리를 잘 굴리고 손발을 바삐 놀려야 때맞춰 농사를 지을 수 있겠습니까? 하다 보니 이웃과의 어깨 넘어 경쟁도 더 심하고 이웃의 농사를 살피는데도 더 민감해지는 것이겠지요. 당연히 생활도 과민해질 것입니다. 과민함은 사소한 일에도 역정을 내는 방식이 되고 맙니다. 조금이라도 일이 늦어지면 마음이 바빠지고 불같이 화를 내곤 하는 것도 철에 따른 생활에 맞추느라 생겨난 정서일 것입니다.

게다가 사회활동도 그 영향을 받아서 분위기가 매겨집니다. 어쩌다 전국 활동을 해보면, 남쪽지역 사람들은 교육에 참여할 때도 질문과 대답이 곧장 이어지고, 위쪽으로 갈수록 느릿느릿하고 질문과 대답 사이에도 틈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역동적인 것이죠.

그 시절의 한복판을 살고 있습니다. 하지감자 캐낸 자리에 녹두를 심고, 늦양파 캐낸 자리에 들깨를 심고, 강낭콩 자리는 조가 차지하겠지요. 도무지 가능하지 않을 것만 같은 일들이 농민들의 지혜와 노동으로 완성됩니다. 틈과 틈 사이에 새로운 틈을 만들어 이모작을 해내는 위대함이 있습니다. 이 초여름은 그렇게 위대한 농민들의 손으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세상 어떤 가치에도 뒤지지 않는 것이지요.


구점숙(경남 남해)  dand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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