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진주시민모임 “비거를 타고 탈출한 성주 이야기, 자랑스러운 역사 욕보인다”

▲ 비거 모형도

[단디뉴스=김순종 기자] 진주시가 추진하는 비거테마공원 조성 사업에 시민단체가 반대하고 나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역사진주시민모임은 25일 기자회견을 열어 ‘임진년, 비거 타고 탈출한 성주 이야기’의 관광자원화 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임진년 진주성 전투에 비거가 날았다는 객관적 자료가 없어 비거는 신빙성 없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진주시는 이날 오후 반박자료를 내 “우리 시는 항공우주 산업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비거 이야기는 (우리에게)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매력적인 관광자원”이라며 “역사적 실체로서의 비거가 아니라 문헌에 기록된 비거 이야기를 콘텐츠화해 관광자원화하겠다는 게 우리 시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역사진주시민모임의 주장을 반박했다.

역사진주시민모임은 이날 임진왜란과 관련한 역사문헌에 비거가 언급된 바 없고, 일부 문헌에 비거 기록이 있지만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임진왜란 160여 년 뒤 신경준의 여암유고에 비거가 처음 기록됐고, 다시 100년 뒤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에 비거가 각색됐지만, 이 기록은 비거를 보거나 비거를 만든 사람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쓴 게 아니라는 것.

또한 이들은 1914년 매일신보에 임진왜란 당시 ‘정평구라는 사람이 공중으로 날아가 친구를 구했다’는 기사 내용이 나오는 등 1920년대 들어 여러 저서에 비거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는 일제강점기 민족의식 고취를 위해 각색된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들 자료에 근거한 진주시의 비거 관광자원화 사업에 문제가 있다는 것.

 

▲ 비거 관광자원화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연 시민단체 회원들

이들은 이어 “역사적 사실은 엄격한 자료와 추리로 확인돼야 하는 것”이라며 “16세기 말 조선의 과학은 비행체를 실어 나를 만한 수준에 있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기록에는 비거가 30리(12킬로미터)를 날았다고 돼 있는데 이를 위한 동력과 조정장치 기술이 당시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이들은 비거 관련 기록은 날조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우리는 진주 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특히 임진년(1592) 왜군과 싸워 승리한 1차 진주성 전투, 계사년(1593) 7만 군관민이 왜군에 항전하다 순의한 역사를 이어받으려 한다”고 했다. “비거를 타고 성을 탈출한 성주 이야기는 계사년 순의한 7만 군관민을 욕보이는 일”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들은 비거테마공원 조성 사업이 추진되면 후대에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라며 후손들이 현재의 지성인들에게 무엇을 했냐고 묻고 비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전국에 흩어진 비거자료를 모아 연구한 결과”로 자신 있게 말한다며 “비거는 일제강점기 민족 영웅이 필요하다는 시대적 요구에 따라 각색된 이야기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진주시는 이 같은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시는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에 ‘조선 사람이 (비거를) 만들 수 있었으되, 다만 세상에 전하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고,  역사적 사실과 관광자원화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주장했다. 남원의 춘향전, 장성의 홍길동전, 산청의 동의보감촌 등 타 지역도 역사에 근거하지 않은 이야기를 관광자원화해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또한 신경준의 여암유고(거제책) 이후 모든 문헌이 날조됐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고, 당시 유명한 학자들이 심사숙고해 쓴 문헌을 폄하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전에는 비거를 타고 ‘도망’ 간 성주라고 하더니 이번에는 ‘탈출’이라고 용어를 바꾼 점도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비거의 역사적 사실 여부를 떠나 항공우주산업과 병행해 비거를 관광자원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역사진주시민모임 측은 진주시가 그간 이야기 해온 타 지역의 관광자원화 사례는 누구나 아는 유명한 이야기를 소재로 했고, 허구라는 점이 명백해 비거와는 다르다는 입장을 전했다. 홍길동전, 춘향전 등을 관광자원화한 사례가 비거와 같을 수 없다는 것. 그러면서 이들은 진주에는 형평운동, 진주성 전투 등 비거를 대체할 관광자원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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