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70주년 기념 문화재 공모에 응모해 얻은 결과

▲ '보병과 더불어' 악보 표지[사진=진주시 제공]

[단디뉴스=김순종] 고 이상근 작곡가(1922~2000)의 칸타타 「보병과 더불어」 악보가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될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최근 30일의 예고기간을 거쳐 이 작품을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하겠다고 밝혔다. 진주시는 문화재청의 한국전쟁 70주년 기념 문화재 공모에 응모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순수예술작품이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되는 일은 흔치 않다.

칸타타 「보병과 더불어」는 고 이상근 작곡가가 평소 교분이 있던 청마 유치환의 시집에서 영감을 얻어 1952년 8월 작곡한 곡이다. 4악장으로 된 교향곡 형식으로, 관현악단 반주에 대규모 합창이 딸린 것을 특징으로 한다. 1악장(전진), 2악장(전우에게), 3악장(1950년 성탄절에 부치다), 4악장(결의)로 구성돼 있다. 한국전쟁의 참혹한 참상을 통해 평화를 기원하는 내용이다.

이 작품의 특징은 악보표지를 작곡가가 직접 도안했다는 점과 기보법(음악을 기록하는 방법)이 마치 도형처럼 아름다운 그림 같다는 점이다. 작곡자의 작곡 습관이 악보에 남아있고, 작곡기간과 장소, 서명 등도 악보 맨 뒤에 밝혀 놓아 문헌으로서의 가치가 높다. 펜으로 세밀히 악보를 쓴 점 등에 비추어 고 이상근 작곡가의 작곡관을 알 수 있으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주하라는 것도 알려주고 있다.

 

▲ '보병과 더불어' 악보. 1악장부터 4악장까지 [사진=진주시 제공]

2013년 11월 KBS 파노라마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칸타타 「보병과 더불어」에서 음악 및 문학 전문가들은 이 곡을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한국 전쟁 중 작곡된 노래 가운데 유일한 클래식 작품으로 희귀성이 높음 △한국전쟁을 웅대한 합창으로 그려낸 한국 최초의 전쟁 레퀴엠 △세상 유일의 한국전쟁에 관한 기념비적 작품 △1950년대 한국음악 수준을 뛰어넘은 진취적 음악어법 △한국전쟁 때 작곡된 유일한 음악 다큐이자 교향곡 등이다.

칸타타 「보병과 더불어」는 작곡 후 전쟁으로 연주되지 못하다가 분실돼 54년간 악보를 찾지 못하는 등의 슬픈 역사도 가지고 있다. 고 이상근 작곡가는 1952년 8월 당시 고려교향악단 지휘자인 김생려 씨에게 연주를 조건으로 악보를 빌려줬지만, 전쟁으로 연주되지 못한 채 분실됐다. 2006년 이 악보를 소장하고 있다는 사람이 나타나 54년 만에 빛을 보게 됐고, 그 이듬해 진주에서 초연이 열렸다.

진주시 관계자는 “고 이상근 선생의 악보가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예고된 것은 의미 있으며, 특히 순수예술작품이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되는 것은 흔치 않다. 지역 예술가, 시민들이 함께 축하하고 기뻐할 일”이라고 전했다. 한편 고 이상근 작곡가는 경남 진주시 봉래동 출신으로, 부산대 예술대학장 등을 역임했다. 대한민국 작곡상, 대한민국예술원상 등을 수상했으며, 20세기 한국을 대표한 작곡가 가운데 1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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