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거 진주와 무관, 공원 조성 안 돼” “관광자원화 하기 충분하다”

[단디뉴스=김순종 기자] “비거는 진주와 무관하며 역사적 사실이 아닙니다. 진주성 2차 전투 당시 7만 명의 민관군이 성을 지키다 모두 돌아가셨습니다. 그런데 비거를 타고 성주가 도망갔다는 내용을 관광자원화하면 이분들이 지하에서 땅을 치며 통곡할 겁니다. 비거테마공원 조성은 중단해야 합니다”

19일 진주시의회 정례회에서 시정질문에 나선 박철홍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비거는 역사적 사실이 아니며, 진주와 무관하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조규일 진주시장은 “도망갔다는 내용이 어디 나온다는 거냐”고 반문하는 등 비거를 역사적 사실이라 주장하지는 않지만, 사실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도 없다며 비거를 부정하는 사람들의 논리가 빈약하다고 맞받았다.

시는 그간 신경준의 여암유고,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 등에 기록된 비거 내용을 토대로 비거를 관광자원화하겠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박 의원과 일부 시민들은 비거는 역사적 사실이 아니고, 임진왜란 당시 진주성을 날았다는 것 또한 허구라고 지적했다. 비거를 둘러싼 갈등은 이날 조 시장과 박 의원의 설전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 박철홍 진주시의원(민주당, 왼쪽)과 조규일 진주시장(통합당, 오른쪽)

박 의원은 이날 비거 기록의 문제를 일일이 지적하며 시정질문을 시작했다. 그는 비거에 관한 첫 기록인 신경준의 여암유고는 ‘진나라(3세기) 때 장화가 괴이한 일에 뜻을 둔 것에 지나지 않아 (비거는) 번거롭게 말할 것이 안 된다’고 했고, 이규경도 신경준의 자료를 인용해 오주연문장전산고에서 비거를 거론했을 뿐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신경준이 비거를 만든 사람의 이야기를 전해 듣거나 비거를 직접 보고 여암유고에 비거 내용을 쓴 게 아니며, 진주시가 비거 기록이라 내세우는 이들 문헌은 역사적 사실을 담았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두 문헌 이외에 어떠한 역사서에서도 비거가 다루어진 적 없다가 20세기 일부 문헌에 비거가 갑자기 출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1959년부터 60년대 사이 진단학회서 출간한 ‘한국사’에 비거 관련 기록이 있지만, 이 책은 우리나라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이 없던 때 널리 읽혔을 뿐 이후 많은 내용들이 수정되고 보완됐다며 비거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1988년부터 1991년 사이 서술된 민족문화백과사전 등도 날조된 역사를 그대로 옮겼을 뿐이라고 했다.

조 시장은 박 의원의 이 같은 주장에 “우리 시는 비거가 역사적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비거가 사실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의 주장도 논리가 부족하다. 비거와 관련된 15개의 기록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며, 이것은 누군가 만들어낸 게 아니다. 여러 방송사와 기록에서도 진주성과 임진왜란, 비거를 연결해 설명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그는 이어 “흥부전, 토생전, 로미오와줄리엣, 인어공주는 모두 허구이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이를 관광자원화하고 있다”고 언급하고 “선대의 역사나 이야기를 보는 자세에는 패배주의적, 자조적 태도가 있고,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자세가 있다. 부정적 사관이 아닌 자주적, 실용적 사관이 필요하다”며 비거관광자원화 의지를 드러냈다. 

 

▲ 19일 비거테마공원 조성을 두고 설전을 벌이는 조규일 진주시장과 박철홍 진주시의원

박철홍 의원은 이에 “역사는 확인하는 작업이 중요하고, 모든 사람이 인정할 때 역사가 되는 법”이라며 “신경준은 여암유고에서 비거가 난 때가 고려말(홍무연간)이라 했고, 이규경은 임진년이라 했는데 어떻게 보시나?”라고 캐물었다. 조 시장은 “이규경이 신경준의 글을 왜곡 날조한 게 아니라 일부 오기로 보고 수정했다는 견해가 있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또 “촉석루 3월호의 비거 내용을 보고 지나친 왜곡, 날조라고 봤다”며 “비거가 사람을 실어나르고, 군량을 운반하고, 폭약도 터트렸다는 데 말이 되냐”고 했다. 비거 TV광고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 시장은 이에 “우리가 지어낸 내용이 아닌 과거문헌과 해석 등을 발췌한 것”이라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박 의원은 거듭 “막대한 예산을 들여 망진산 일대에 비거테마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게 시의 방침인데, 비거는 역사적 기록이 아니다. 당대 사람들이 기록한 어떠한 역사서에도 비거기록이 없다. 역사서 외의 기록도 근거가 없다”며 비거테마공원 조성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조 시장은 관광자원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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