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후 우리 사회는 어떻게 달라지고 정당이 직면한 도전은 무엇일까. 대체로 중간선거는 야당에게 유리한데 이번 총선은 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보수화된다는 연령효과보다, 같은 시대적 경험을 한 코호트(동년배) 효과가 더 크게 작용한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출구조사 분석에 의하면 6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세대에서 민주당이 승리를 거두었다. 20대 여성과 30, 40대 남녀에선 무려 25% 포인트 이상 격차로 압승했다. 경제나 정권 도덕성 부분에서 캐스팅보트로 평가받던 50대에서도 민주당이 약 7% 포인트 우세했다.

▲ 장상환 경상대 명예교수

올해는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70년째다. 전쟁을 직접 경험한 세대는 현재 75세 이상 노령층이다. 현재 60대인 1950년대 생들도 어른들로부터 전쟁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랐다. 어릴 때 어른들로부터 귀가 따갑게 들은 말은 ‘말 많으면 빨갱이’, ‘제발 나서지 마라’, ‘중간만 가라’ 등이었다. 실제로 한국전쟁 와중에 유능하고 의욕 있는 많은 사람들이 좌우의 양민 학살과 보복 때문에 희생되었다. 그러니 살아남은 사람들의 관심사가 살아남는 것임은 당연하다.

한국전쟁 이후 민주화 이전까지 우리 사회는 그야말로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의 시대였다. 잘 살고 힘 있는 사람들에 대항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하고, 그들에 의지하여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재벌 대기업이 성장해야 일자리라도 얻을 수 있는데 재벌 규제는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사업상의 필요가 있을 때, 자식의 취직을 원할 때, 골치 아픈 송사에 얽혔을 때, 심지어 몸이 아플 때도 가까운 친척이나 고향 친지 중에 유력자가 있으면 청탁을 했다. 청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인정머리 없고 야속한 사람으로 비난했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 공직자, 회사 고위직들에게 권한남용, 부정부패, 갑질을 요구하는 셈이다.

영남, 특히 대구경북 사람들은 1961년부터 1997년까지 36년간 자기 지역 출신들이 정부 요직에 포진하면서 집권당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대구경북 출신 유력자들이 주축인 미래통합당을 열렬히 지지하는 노년 세대는 권력남용에서 얻는 이득의 달콤함을 잊지 않고 있다. 이들에게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기간은 ‘잃어버린 10년’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는 양극화가 급속히 진전되었다. 직격탄을 맞은 당시 20-30대는 처음 얼마동안 각자도생으로, ‘노오오오력’으로 어려움을 극복해보려 했다. 고도성장 경제를 회복하면 자신의 생활도 나아질 것이라 생각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회사운영 경험과 지식에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잘 사는 사람 편향 정책을 보고 헛된 기대임을 깨닫는다. 대신 약육강식체제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개입을 요구하게 되었다. 지금 40대인 이들과 이후 세대인 30대가 더불어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이 된 것은 당연하다.

더불어민주당은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격이다. 지지자들의 시대적 요구를 외면할 경우 거센 반격을 피할 수 없다. 가장 먼저 부정부패를 근절하는 것이 큰 과제다. 강력한 윤리조사위원회를 설치하여 당 출신 선출직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예방하고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서 양극화 시대에 법률과 제도가 노동자 서민의 보호에 도움되는 방향으로 운용되도록 개정, 개선해나가야 한다. 미래통합당은 민주화 이전 시대의 구태를 내던지고 양극화 시대에 맞는 보수의 모습으로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을 것이다.

 

- 이 글은 「경남도민일보」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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