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필적 고의라는 말은 뉴스 등을 통해 가끔 들어보았을 것이다. 미필적 고의는 확정적 고의와 대비되는 용어인데, 보통 형사사건에서 고의라고 말할 때는 확정적 고의를 말한다.

확정적 고의란 자신의 행위(범죄)가 어떠한 결과를 발생시킬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한 경우를 말하며, 그에 반해 미필적 고의는 결과의 발생이 불확실한 경우 즉 행위자에 있어서 그 결과발생에 대한 확실한 예견은 없으나 그 가능성은 인정하는 경우를 말한다.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려면 결과발생의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결과발생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음을 요한다.

▲ 류기정 변호사

미필적 고의는 살인죄 등 여러 범죄에서 쟁점이 되곤 하는데, 사기죄의 경우 미필적 고의가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알아보기로 한다. 사기죄 중에 쉬운 예로 돈을 빌리고 갚지 않는 금전사기의 경우 실제 사건에서 채무자는 갚을 의사는 있었는데 자금사정이 좋지 못해 갚지 못했다고 하면서 처음부터 사기의 고의가 있었던 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채무자가 이렇게 주장하는 경우 미필적 고의가 등장하는데, 돈을 빌릴 당시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여 사기죄로 처벌되는 경우가 많다. 즉 돈을 빌리면서 돈을 갚지 않을 의사로 돈을 빌린 것은 아니지만 돈을 빌릴 당시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았던 사정이 있었다면 갚겠다고 약속한 날짜에 돈을 갚지 못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했고, 나중에 돈을 갚지 못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라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다고 보고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는 것이다.

보통 돈을 받지 못한 피해자는 채무자가 처벌을 받게 되면 합의라도 해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마지막 수단으로 고소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채무자가 일부 변제를 했거나 다른 특별한 사정에 의해 돈을 갚지 못한 경우는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 고소를 하고 소송도 제기해 보지만 돈을 받기란 쉽지가 않다.

결국 사기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채무자가 신용이 있는 사람인지, 돈을 빌려 줄 때 채무자가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지 등등 꼼꼼히 챙겨봐야 한다. 특히 이자를 많이 준다든지, 당장 눈앞에 큰 이익을 가져다 줄 것처럼 이야기한다면 실현가능성은 그만큼 더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곧 21대 국회가 개원을 한다. 선거 과정에서 많은 당선자들이 공약을 내세우며 표를 달라고 하였다. 공약들 중에서는 실현가능성이 거의 없는 공약이 있을 수도 있고, 공약을 실행해 보기 위해 시도는 해보겠지만 안 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내심의 의사를 가지고 내세운 공약도 있을 것이다. 이름을 붙인다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표 사기사건’이다(물론 사기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사기 피해자들은 돈을 돌려받기 위해 고소나 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당선자들이 공약을 이행하지 않는다고 해서 표를 다시 돌려달라고 할 수도 없고, 고소도 민사소송도 할 수 없다.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가 시행될지도 미지수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표 사기사건’의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약속을 지키는지 4년 동안 유심히 지켜보아야 한다.

사기 피해자의 경우 여러 번에 걸쳐 피해를 입는 경우도 많이 있는데, ‘돈도 갚지 않는데 뭘 믿고 또 빌려 주었냐?’라고 물어보면 ‘한번 더 믿었다’거나 ‘그 돈이 있어야 앞에 빌려 준 돈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빌려 주었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한 번은 속지만 4년 뒤에 한 번 더 속는 어리석은 행위는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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