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1928∼) 할머니의 기자회견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앞서, 우리가 이제껏 소홀했던 주변의 기림비를 되돌아본다.

남해군 남해읍에 있는 위안부 기림비 ‘평화의 소녀상’을 아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이 평화의 소녀상은 남해 출신의 피해자 박숙이(1923∼2016) 할머니를 기리는 것으로, 양손 가득히 동백꽃을 안고 한없이 먼 곳을 바라보는 모습이다. 동백꽃은 할머니가 특히 좋아했던 꽃으로, 사죄를 바라고 평화를 염원하는 할머니의 마음을 담고 있다.

▲ 강철기 경상대 산림환경자원학과 교수

소녀상을 세운 곳은 할머니의 이름을 따 ‘숙이공원’으로 명명하고, 할머니와 같은 해에 태어난 동백나무를 심어, 소녀상이 갖는 상징적 의미를 한층 강조하고 있다. 할머니와 나이가 같은 동백나무는 ‘숙이나무’로 이름을 지었다.

한없는 곳을 응시하는 소녀의 모습과 그림자는 예전에 처했던 자신의 모습과 풀리지 않는 지금의 상황을 나타내고 있다. 열여섯 살의 꽃다운 나이에 조개를 캐다 일본군에 끌려간 할머니의 이야기를 반영해, 소녀상 옆 의자에는 호미와 조개를 담은 소쿠리가 놓여 있다.

단발머리와 뜯긴 머리카락은 부모와 고향으로부터 강제로 단절된 모습을, 맨발은 한 맺힌 응어리를 풀지 못한 불편한 마음을, 호미와 소쿠리는 가래질하던 열여섯 살 소녀를 나타낸다.

어깨 위의 새는 아픈 과거와 단절된 현재와의 이음을, 그림자 속의 나비는 새로운 희망과 환생을, 양손 가득한 동백꽃과 숙이나무는 거친 풍파를 견딘 할머니의 강인한 의지와 생명력을 상징한다.

일본이 저질렀던 만행에 대해 진심 어린 사죄를 요구하며, “한 떨기 동백꽃으로 꼿꼿이 기다리꾸마”라던 할머니는, 2016년 12월 결국 사죄를 받지 못한 채 94세의 나이로 한 많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이 평화의 소녀상을 찾아 할머니의 뜻을 기리는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

 

▲ 남해 '평화의 소녀상' [사진 = 강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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