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 정성으로 황조롱이 돌보는 주민 하 씨 “별탈 없이 자라 떠나길”

▲ 황조롱이가 명석면 한 아파트 베란다에 둥지를 틀고 새끼 5마리를 낳았다. [사진 = 명석면 주민 하철원 씨 페이스북 갈무리]

[단디뉴스=김순종 기자] 진주시 명석면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 천연기념물 323호인 황조롱이가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았다. 올해 3월 20일쯤 이 아파트 9층에 거주하는 하철원 씨(60)의 베란다에 둥지를 튼 한 쌍의 황조롱이는 5월 초까지 무려 5마리의 새끼를 쳤다.

베란다 바깥 화분에 둥지를 튼 이들의 모습을 본 하 씨는 알 5개를 품기에는 화분이 작아보여 종이 박스를 구해 베란다 안쪽에 둥지를 만들어줬다. 바닥에 신문지를 깔아 온기를 느낄 수 있게 했다. 4월말 부화하기 시작한 황조롱이 새끼들은 지난 2일쯤 모두 부화했다.

알이 모두 부화한 뒤 황조롱이 부부는 새끼 키우기에 여념이 없다. 수컷 황조롱이는 밖으로 나가 들쥐, 작은 새 등을 물어와 새끼들에게 먹인다. 암컷 황조롱이는 둥지에서 새끼들을 돌보면서 수컷 황조롱이가 잡아올 먹이를 기다린다.

하 씨는 뜻밖에 찾아온 손님을 대접하느라 분주하다. 새끼 황조롱이가 배고파하는 것 같으면 닭가슴살 등 이들이 먹음직한 음식을 제공하고, 수컷 황조롱이가 잡아온 먹이나 새끼 황조롱이의 배설물로 더럽혀진 종이 박스 둥지를 청소하기도 한다.

하 씨는 이제 황조롱이 가족과 헤어질 날을 기다리고 있다. 황조롱이 새끼는 태어난 지 30여일이 지나면 성채로 성장해 둥지를 떠난다. 하 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별탈없이 자라 (황조롱이 새끼들이) 떠나는 날까지 행복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황조롱이가 이곳에 터를 잡은 건 과도한 개발로 이들이 보금자리를 잃었고, 아파트 주변이 먹이 구하기 쉽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희천 조류생태환경연구소장은 <YTN>과의 인터뷰에서 “먹이 구하기 좋은 마을근처 도심으로 들어온 게 아닐까 한다”고 밝혔다.

황조롱이는 매류 매과에 속하는 맹금류이다. 4월 하순에서 7월 초순에 걸쳐 4~6개의 알을 낳는다. 태어난 지 30일이 지나면 새끼들을 독립시킨다. 도시 건물에서도 번식하는 텃새이며, 1982년 11월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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