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밥'이 수록된 더 자두 3집

Music: 김과 밥알로 은유한 사랑

김밥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가장 경제적인 음식이다. 여기서 경제란 ‘비용’과 ‘노동’이 아닌 ‘방식’과 ‘질’의 경제다. 만드는 사람은 조금 힘들지 몰라도 먹는 사람에겐 이만큼 간편한 것이 없고 또 맛난 게 없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속을 골라 넣을 수 있으니 과연 김밥은 ‘취향의 민주화’에도 기여한 바 큰 음식일 게다. 바로 이 경제적이고 민주적인 음식, 김밥을 주제로 한 노래가 있다. 스물한 살 자두(김덕은)와 스물네 살 강두(송용식)로 구성된 혼성 그룹 더 자두(The Jadu)가 부른 2003년 곡 ‘김밥’이다.

'김밥'은 리듬, 멜로디, 춤 모든 면에서 발랄하고 싱그럽다. 그리고 이 곡을 들을 때마다 떠오르는 곡이 하나 있다. 다름 아닌 미국 팝 그룹 토니 올란도 앤 돈(Tony Orlando & Dawn)이 1973년 발표한 ‘노란색 리본을 떡갈나무 고목에 달아주세요(Tie A Yellow Ribbon Round Ole Oak Tree, 이하 ‘노란색 리본’)’다. 어빙 레빈이 곡을 쓰고 L. 러셀 브라운이 노랫말을 붙인 이 곡은 프랭크 시나트라, 딘 마틴 같은 크루너 가수들도 부른 빅히트 넘버,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한국인이 좋아하는 올드팝’의 전형이다.

물론 자두의 ‘김밥’이 참고한 것은 후자의 재즈 느낌이 아니다. ‘김밥’을 작곡한 최준영은 잔잔한 스윙 재즈 대신 토니 올란도와 모타운(Motown)의 두 백킹 보컬(텔마 홉킨스, 조이스 빈센트 윌슨)이 부른 컨트리 알앤비 버전 속 경쾌한 더블 타임 비트(Double Time Beats)에 더 마음을 빼앗긴 듯 보인다. 곡의 리듬과 구성에서 두 곡은 직관적으로 비슷하다는 느낌을 주는데, 물론 ‘비슷하다’는 것이 ‘똑같다’는 것은 아니므로 나머지 판단은 듣는 이들 각자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참고로 최준영은 ‘김밥’ 외에도 한스밴드의 ‘선생님 사랑해요’, 쿨의 ‘슬퍼지려 하기 전에’, 코요태의 ‘순정’, 핑클의 ‘루비’, 왁스의 ‘화장을 고치고’, 이정현의 ‘와’ 등을 작곡한 90-00년대 대표 작곡가였다. 그는 룰라의 95년작 ‘날개 잃은 천사’를 작/편곡하기도 했는데, 안타깝게도 이 곡은 자메이카 뮤지션 섀기(Shaggy)의 ‘Oh, Carolina’, 영국 재즈 랩 그룹 US3의 ’Tukka Yoot's Riddim’과 관련한 표절 논란을 지금도 겪고 있다. 반대로 그가 이정현에게 준 ‘와’는 이탈리아 유로비트계 거물 마우로 파리나(Mauro Farina)가 거의 그대로 베껴 가수 반디도(Bandido)에게 다시 주었으니, 최준영의 경우 작곡가로서 표절(의혹)의 주·객체를 모두 겪은 특이한 사례라 할 수 있겠다.

음악적으로 닮은 듯 다른 ‘김밥’과 ‘노란색 리본’은 가사 내용도 닮은 듯 다르다. 사랑을 다룬 것에서 두 곡은 닮았지만 소재에서 곡들은 저마다인 것이다. 가령 ‘김밥’에서 김밥은 피자와 순두부를 각각 좋아하는 연인이 그나마 같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자두는 “밥알이 김에 달라붙는 것처럼” 끝까지 연인을 사랑하겠다는 마음을 앙증맞게 부르고 있다.

이와 달리 ‘노란색 리본’은 3년간 수감 생활을 마친 한 전과자가 자신의 아내에게 쓴 “아직도 나를 사랑하고 원한다면 동네 입구 떡갈나무 고목에 노란색 리본을 달아 달라”는 편지 내용에 기반하고 있다. 미국인들에겐 이미 익숙한 이 ‘기다림’과 ‘노란색’의 연상 고리는 우리에게도 ‘세월호’라는 아픈 기억과 함께 그리 멀지 않게 닿아 있다. 가사의 맥락은 이처럼 비슷한 소재(사랑)임에도 때로 완전히 다른 감정을 우리에게 갖도록 만든다. 닮은 듯 다르다.

글/김성대 (대중음악평론가)

 

Recipe: “세상이 변하니 김밥도 변하더라” 케일 유부 김밥

추억을 소환하는 음식 중 최고는 단연 김밥일 거다. 과거엔 소풍처럼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었던 음식. 하지만 외식 문화가 발달한 지금은 라면에 딸려 나오는 분식 메뉴 중 하나에 불과해진 먹거리, 김밥.

하지만 자두의 노랫말처럼 “세상이 변해 김밥도 변”했다. 적어도 글쓴이가 아는 30년 전 김밥은 치자로 노랗게 물들인 단무지에 햄과 맛살, 어묵과 시금치, 두꺼운 달걀 지단을 곁들여 김으로 돌돌 말아 싼 것이었다. 반면 요즘은 햄 대신 참치, 어묵 대신 불고기나 훈제연어, 시금치 대신 땡고추를 밥과 주선해 다른 음식들과 경쟁하고 있다. 흔하고 저렴한 덕에 ‘국민 메뉴’로 자리 잡은 김밥은 그럼 언제, 어떻게 처음 만들었던 것일까. 이야기는 삼국 시대로 거슬러 간다.

일연의 책 <삼국유사>에 따르면 우리 민족은 신라 때부터 김을 먹었고, 정월대보름엔 이 김에 밥과 나물을 싼 이른바 ‘복쌈(‘복을 싸먹는다’는 뜻)’을 즐겼다는 기록이 있다. 1800년대 말 조리서인 <시의전서(是議全書)>에도 “손으로 문질러 잡티를 뜯고 손질한 김을 소반 위에 펴 꿩 깃털로 기름을 발라 소금을 뿌려 재운 뒤 구워 만들었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를 김쌈이라 부른다. 현대 의미에서 종이 모양 김(또는 김쌈)으로 밥을 싸먹는 것도 김밥이라 할 수 있다면 넓은 뜻에서 우리의 김밥 역사는 멀게는 1천 년 이상, 가깝게는 100년을 훌쩍 넘긴 셈이다.

물론 지금 우리가 아는 김밥 모양새는 우리네 김(밥) 역사와 별개로 일본의 ‘노리마키’에서 온 것이 맞다는 게 정설이다. 대나무발 ‘마키스(巻きす)’로 밥과 재료를 감아 만든 원통형 김초밥(노리마키)은 일제강점기를 지난 1950년대부터 국내에서 보이기 시작한, 지금 한국인이 즐기고 있는 김밥과 모습이 거의 같기 때문이다. 요컨대 한국식 김밥은 삼국, 조선시대 것과 별개로 “해방 후 노리마키가 한국 식문화에 빠르게 적응, 응용돼 속재료 및 맛의 방향성 등을 차별화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 케일 유부 김밥 만들기

재료: 구운 김밥용 김 3장 , 밥 450g, 달걀 지단, 크래미 3줄, 케일 12장, 채 썬 당근 200g, 냉동 유부 12장, 만가닥 버섯 100g, 칵테일 새우 12개

 

△쌀 씻기

김밥용 쌀은 햅쌀보다 묵은쌀로 할 때 밥알이 더 고슬고슬하다. 쌀은 두세 번 정도 살짝 문질러 씻어 불순물을 없앤다. 현미로 밥을 할 때는 6시간 이상 불린 다음 체에 받쳐 수분이 쌀에 고루 퍼지게 한다.

 

△밥하기 / 간하기

밥물에 정종을 넣을 경우 그 양까지 밥물 양에 포함해야 밥이 질지 않는다. 뜸 들인 밥을 옮겨 담아 소금 1t과 참기름 1T, 깨소금 1t을 넣고 밥알이 으깨지지 않도록 주걱을 세워 자르듯 밥을 섞어 식힌다.

 

△재료 준비하기

1. 당근 볶음

비닐봉지에 채 썬 당근과 소금을 넣고 섞은 뒤 한 번씩 뒤집으며 20분간 재운다. 식감이 오돌오돌 해지면 물기를 짠 다음 예열한 팬에 기름을 두르고 당근을 볶아준다.

2. 달걀 지단

달걀 3알을 그릇에 담아 알끈을 제거한다. 소금 1t, 참기름 1t으로 밑간 한 다음 기름을 얇게 두른 팬에 달걀을 부어 얇게 지단을 부쳐 가늘게 채 썰어 둔다.

3. 유부, 느타리버섯조림

냉동 유부는 끓는 물에 데친 다음 찬물에 씻어 물기를 짠다. 느타리버섯은 씻어 가늘게 찢은 뒤 채 썬 유부와 양조간장 2T, 미림 2T, 물엿 1T, 물 1/4C을 넣고 볶으며 졸인다.

4. 칠리 칵테일 새우

냉동 칵테일 새우는 끓는 물에 한번 데친 다음 칠리소스 2T를 넣어 볶아 준다.

 

△김밥 말기

김 위에 밥(150g)을 고루 펴 케일 4장을 깔고 준비한 재료를 올린다. 김밥을 말 때 속 재료가 튀어나오지 않게 엄지손가락을 뺀 네 손가락으로 눌러 준다. 김밥을 들어 올리고 엄지손가락으로 덮어 밀며 말아 끝 부분에 물을 약간 발라 김을 고정 시킨다.

 

△김밥 썰기

기호에 따라 말아둔 김밥에 참기름을 바른다. 식초 물을 칼과 손에 발라 한 입 크기로 썬다.

글, 사진, 요리/강인실 (요리연구가, 푸드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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