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4시부터 자전거 타고 건립 예정지 돌며, 다시 한 번 반대 입장 표명

▲ 평거동 습지원(남강둔치)에서 내동면 희망교~남강댐 자전거도로 건립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시민들

[단디뉴스=김순종 기자]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사는 곳에 자전거도로를 굳이 설치해야 할까요? 습지원 쪽에서 바라본 자전거도로 건립 예정지의 모습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습니다. 자연 생태계 그대로 보존해야 합니다.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 자전거도로를 추가 설치할 필요는 없어요”

내동면 희망교~남강댐 구간 자전거도로 건립사업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17일 평거동 남강둔치에 모여 자전거를 타고 사업구간 일대를 돌았다. 이들은 진주시가 추진하는 자전거도로 건립사업은 혈세 낭비이며, 자연생태계 보호를 위해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4시 평거동 희망교에서 자전거를 타고 출발, 습지원을 거쳐 남강댐 아래까지 일주했다. 자전거도로 건립 예정지인 건너편 남강둔치를 관찰하기 위해서다. 자전거도로 사업예정지는 수풀이 울창했다. 다양한 조류가 날아가는 모습도 여러 차례 목격됐다.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입을 모아 내동면 희망교~남강댐 구간 자전거도로 건립사업은 필요치 않다고 했다. 건너편에서 바라본, 자연 생태계 그대로의 모습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고, 자전거도로가 건립되더라도 실제 이용 수요는 적을 것이라는 이유다.

이들의 주장처럼 시가 올해 9월 추진하려는 내동면 방면 희망교~남강댐 구간은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다. 이 때문에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인 참수리, 흰꼬리수리, 수달과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인 수리부엉이, 호사비오리 등이 서식하고, 100여종의 조류가 관측된다.

 

▲ 평거동 남강둔치를 자전거로 달리며, 반대편 자전거도로 건립지를 돌아보는 시민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가람 씨는 “시에서 자전거도로를 만든다고 해 처음에는 반겼지만, 남강의 좋은 자연환경을 해치게 되고, 생활형 자전거도로로는 무용한 곳이라는 점을 알게 됐다”며 “진주시가 이 사업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때 내동면 휴먼빌에 거주했다는 조경국 씨는 “내동면에 살면서 자전거도로 건립지 쪽을 자주 오가고는 했다. 희망교에서부터 약수암까지 약 1km구간은 지금도 자전거로 통행이 가능하다. 굳이 자전거도로를 건립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이어 “(약수암부터 남강댐 아래까지는) 자연환경이 너무 아름답다. 데크를 만들어 자전거도로를 건립하면 자연환경이 파괴될 거다. 11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라는 데 차라리 다른 곳에 자전거 관련 공간들을 창출하는 게 낫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하진호 씨도 비슷한 입장을 냈다. 그는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전거도로를 건립해야지, 보여주기식 레저용 도로를 건립해서는 안 된다. 현장에 와서 보니 자연이 너무 아름답다. 자전거도로를 건립하는 것보다 현재 상태를 보존하는 가치가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데크를 사용해 자전거도로를 수면으로부터 10미터 높이로 건립한다는데, 그러다보면 현재 보이는 나무라든지 이런 것들을 상당 수 베어내야 한다. 환경파괴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보다는 도심지 자전거도로 환경 개선에 힘쓰는 게 맞다”고 말했다.

 

▲ 평거동 습지원에서 반대편 자전거도로 건립 예정지를 바라보는 시민들

시민들의 거듭된 반대에도 시는 9월쯤 내동면 희망교부터 남강댐에 이르는 구간에 자전거도로를 건립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자연환경 보전에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시는 이 사업에 11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시민단체 등은 그간 자전거도로 건립 사업에 반대 입장을 여러 번 표명했지만, 시는 원안고수 의지를 밝히고 있어 갈등은 앞으로도 지속될 예정이다. 시민단체들은 현재 온라인으로 자전거도로 건립 반대 서명을 받고 있다. 17일까지 300여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 평거동 습지원에서 바라본 건너편 자전거도로 건립 예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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