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장렬 예술감독 “경남 개별극단과 소통, 협력하며 경남 연극 발전시킬 것”

▲ 박장렬 경남도립극단 예술감독

[단디뉴스=김순종 기자] 경남도립극단이 창단공연 ‘토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극단은 지난해 말 경남도 조례가 통과되면서 창단준비를 시작해 올해 2월 박장렬 전 서울연극협회장을 예술감독으로 선임했다. 극단은 9월 중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를 극화한 창단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단디뉴스>는 14일 창단공연 준비에 바쁜 박장렬 경남도립극단 예술감독을 만났다. 2월12일 예술감독에 부임한 그는 사무단원을 지난달 6일 채용한 뒤, 최근에는 연극 토지 주연배우를 찾고 있다. 김민정 작가와 함께 소설을 극화하는 작업에도 여념이 없다. 토지는 40여명의 배우가 등장하는 대규모 공연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박 감독은 창단공연으로 ‘토지’를 선정한 것에 “도립이나 국립 등 재정지원을 받는 극단은 큰 작품을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도립극단 같은 곳에서 큰 작품을 해야 일반 극단과 경쟁하지 않을 수 있고, 고용유발효과도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출연배우 가운데 50% 이상을 지역예술인으로 채울 생각이다.

소설 토지의 주무대가 서부경남이라는 점도 창단공연 선정에 작용했다. 그는 “토지는 하동 등 서부경남을 무대로 해 우리 지역정서에 걸맞고, 국민 대다수가 아는 작품이기도 하다”며 “작품이 잘 알려져 있어 흥행몰이가 가능할 것 같다. 특히 많은 청소년들이 공연을 보러 왔으면 한다”고 전했다.

 

▲ 경남도립극단은 9월17일부터 19일까지 연극 토지를 상연할 예정이다.

연극 토지는 올해 9월부터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상연될 예정이다. 10월부터는 창원 등 타지역에서도 순회공연을 갖는다. 소설 토지가 대하소설인 만큼 내년에는 토지 2부를 상연한다. 올해 상연될 1부에서는 토지의 주인공 서희가 하동 평사리에 살다 땅을 빼앗긴 후 간도로 간 뒤, 다시 하동으로 돌아오는 데까지의 서사를 담는다.

박 감독은 연극 토지와 같은 대극장 공연은 소극장 공연과 다른 힘이 있다고 했다. “에베레스트 산에 올라 태극기를 꽂는 것과 뒷동산에 올라 태극기를 꽂는 게 다르듯이 큰 공간에서 진행되는 연극은 그 웅장함과 표현력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 그는 연극으로 상영되는 토지는 아마 처음일 것이라며, 많은 관객들이 극을 즐겼으면 한다고 전했다.

박 감독은 특히 청소년들이 보다 연극을 많이 보러오고, 또 연극을 사랑해주었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청소년기에 연극과 같은 문화공연을 보는 건 삶의 깊이를 배워가는 과정”이라며 “문화예술은 정신적 복지를 담당하고 있다. 보다 많은 청소년들이 연극을 보고 즐기면서 건강한 민주시민이 되어가길 바란다”고 했다.

아울러 영화, 뮤지컬 등도 있지만 연극은 그만의 특색이 있다며 “연극은 배우와 관객이 같은 공간과 시간을 사는 것이다. 현장에서 공연을 보는 것은 다른 미디어를 통해 간접적으로 공연을 접하는 것과 다르다. 큰 성당에 갔을 때 느끼는 공간성, 그런 것이 연극에도 녹아들고 눈앞에서 인간의 희로애락을 바라볼 수 있다. 연극의 맛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 지난 2월 김경수 경남지사로부터 도립예술극단 예술감독 위촉장을 받고 있는 박장렬 감독(오른쪽)

박 감독은 경남도립극단은 토지와 같은 대작 상연으로 경남 연극의 힘을 보여주고, 연극이 가진 사회적 파장을 확실히 드러내는 데 목적을 둔다고 했다. 아울러 경남연극계 모두와 협력해 경남 연극을 발전시키고, 전문 연극인을 키워가겠다고 했다. 경남예술계를 넘어 주변 사업인 분장, 조명 사업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특히 그는 “경남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연극 단체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의견을 나누면서 경남 연극이 한 발 더 나아가도록 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본다”며 경남연극협회나 개별극단을 찾아 소통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개별 극단과 협업 공연도 펴나갈 계획이다. 도립극단은 올 하반기 극단 장자번덕과 협업해 정기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박 감독은 토지와 같은 대작 공연뿐만 아니라 경남 연극인 역량강화사업, 청소년 진로체험 등도 이어갈 예정이다. 또한 개별 배우들이 관객들을 만나 대화하고, 살아온 이야기를 전하면서 독백연극도 보여줄 수 있는 ‘펀펀토크쇼’도 준비하고 있다. 공연은 물론이고 여러 사업을 통해 경남 연극의 힘을 끌어올리겠다는 것.

다만 도립극단은 다른 광역자치단체의 도립예술단에 비해 예산이 비교적 적어 보다 폭넓은 활동을 이어가는 것에 제약이 따르고 있다. 올 한해 도립극단이 확보한 예산은 9억 원, 창단공연 등에 최소 10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돼 추가 예산확보가 필요하다. 이들은 경남도 제2회 추경예산을 통해 예산을 추가확보하길 바란다.

 

▲ 광역자치단체별 예술단 예산

전국 기준을 보더라도 경남도립극단의 예산은 적은 편이다. 전국 광역자치단체별 예술단의 1년 평균 예산은 155억원. 다만 예술단 산하에 도립극단만 있는 경남과 달리 다른 자치단체는 평균 4.6개의 산하 단체를 갖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1개 단체 평균 33.6억원의 예산을 확보하고 있는 터라, 도립극단보다는 상황이 낫다.

박 감독은 “경남도립극단은 경남문화예술회관에 상주하고 있어 건물 임대비 등의 소모가 다른 광역자치단체 예술단보다 비교적 적게 드는 편”이라면서도 “올 한해 확보한 예산으로는 창단공연 등에 쓰일 비용이 부족하다. 경남도 추경예산 편성 시 추가예산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도립극단 창단공연 무대에 오를 연극 토지는 박경리 소설가의 대하소설 ‘토지’를 기반으로 한다. 김민정 작가가 극작을 맡았다. 소설 토지는 박경리 소설가가 1969년부터 1994년까지 16권(5부작)으로 완간한 대하소설이다. 하동 평사리 최참판댁 일가를 중심으로 민초의 정서와 인간 존엄성 문제를 구한말부터 광복까지의 역사에 기초해 풀어냈다.

한편 도립극단은 연극 토지에 출연할 주연배우를 모집하고 있다. 지원서는 18일부터 22일까지 방문 및 이메일 접수하면 된다. 합격자에 한해 28일 실기전형이 진행된다. 상세한 사항은 경남문화예술회관 누리집(https://artcenter.gyeongnam.go.kr)을 확인하거나 도립극단에 전화(055-254-4696)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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