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민의 먹고싸는 얘기] 모든 진화는 공진화다.

코로나19와 새로운 공존 황규민 약사l승인2020.05.12l수정2020.05.13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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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와 트리플 악셀, 금융위기와 파생상품, 평창 동계올림픽과 컬링. 우리는 이제까지 스포츠를 즐기거나 세상 돌아가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매년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혀왔다. 세월과 시대에 뒤지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거기까지는 좋았다. 이제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살아남기 위해, 민폐가 되지 않기 위해 알아야 할 것이 넘쳐난다. KF94, 비말 감염, 바이러스 표면 돌출 단백 구조 '스파이크' 그리고 너무나 생소한 ACE2 단백질.

에스트로겐이 임신과 출산뿐만 아니라 뼈 대사에도 관여하고, 갑상선 호르몬이 에너지 대사 뿐만 아니라 태아의 성장발달에도 관여하듯, 인체에 활용되는 정보분자들은 한 가지 역할만 하는 것도, 하나의 세포에만 작용하는 것도 아니다. 이것은 이미 존재하는 것을 최대한 활용하여 빼먹을 수 있을 때까지 빼먹겠다는 진화의 원리가 관철된 것이다. 그 결과 생명이라는 것은 공통 정보분자를 통해 과정과 결과를 주고받으면서 이렇게 연결되어 있다.

▲ 황규민 약사

인간은 기나긴 세월동안 환경에 적응해오면서 혈압이 낮아지지 않도록 진화해왔다. 지난 세월의 그 환경이란 달리고, 땀 흘리고, 피 흘리는 고난의 환경이었다. 그래서 항상 혈액과 소금과 물이 부족해서 저혈압 때문에 고통받는 세월이었다. 그래서 우리 몸 속에는 혈압을 올리는 생체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다.

굳이 걷거나 달릴 필요도 없고, 땀 흘리지 않고 주로 앉아서 일하고, 그러나 스트레스가 일상화되어 있으며, 쉽게 단짠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요즘 환경에서 혈압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짐작하겠지만 고혈압 약은 진화 과정 중에 만들어진 혈압유지 시스템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이 저혈압 방지 시스템은 '안지오텐신'이라는 정보분자를 만들어 심장, 혈관, 콩팥에서 혈관을 수축하고 물과 소금 배출을 방지한다. 이렇게 심장, 혈관, 콩팥은 '안지오텐신'을 통해 서로 연결되고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런데 이 정보분자는 위기의 상황에서 혈압을 올리고 빨리 없어져야하는 독성 물질이다. 그래서 혈관, 심장, 콩팥에는 '안지오텐신'을 분해 제거하는 'ACE2'라는 효소단백질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다.

ACE2! 그렇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몸속으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왜 바이러스가 'ACE2'를 관문으로 삼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바이러스 스파이크와 ACE2 관문이 구조적으로 유사하기 때문이라 짐작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이유이기보다는 결과일 뿐이다.

거미줄처럼 연결된 인과의 세계에서 고혈압과 코로나19는 우리와 이렇게 연결되어 있다. 그것이 신의 뜻인지 진화과정 중의 우연인지 알 수는 없다. 모든 진화는 공진화이고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이 또한 고정불변한 것은 아니다. 이미 있는 것을 없앨 수는 없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면 코로나19와 우리의 악연은 새로운 접속을 통하여 또 다른 연결을 만들어야 풀릴 것이다.

치료약과 백신이 단기적인 접속과 공존의 매개체가 되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접속과 공존의 방향은 박쥐, 바이러스, 인간이 각자 본래의 생태적 위치를 찾아가는 것이다. 인간이 그들의 터전으로 너무 깊숙이 침입해 들어간 것이 코로나19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는 견해가 있다. 공감한다. 서로가 용인하고 허용 가능한 생태적 동적균형을 빨리 회복해야한다.

인간이 소중하듯이 바이러스와 박쥐도 지구 생태계에서 소중하고 자기 역할이 있는 절대적인 존재이다. 많은 열대 과일과 식물은 박쥐가 없으면 번식할 수 없다. 그리고 진화과정 중 유전자의 수평 이동에서의 역할, 침입한 세균의 억제 등 면역계 체계에서의 역할 등 바이러스도 생태계에서 유일하고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박쥐와 바이러스를 박멸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게 되지도 않을 뿐더러 그러한 시도는 생태계의 그물을 찢어 커다란 재앙을 초래할 것이다.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평화롭게 공존할 새로운 생태적 연결이 만들어져야한다.


황규민 약사  pharmto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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