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창신의 단디시론] 그 산자락에 자전거길이라니, 제발 내비 두세요!

홍창신 칼럼니스트l승인2020.05.11l수정2020.05.1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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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 아래서부터 금산 다리에 이르기까지 남강을 따라 닦인 둔치에 조성된 여러 시설이 갈수록 맞춤하고 세련되어지는 것이 보기에 뿌듯하다. 세심한 행정이 주는 혜택이다. 잔디 심어 파릇한 둑 아래 우레탄인지 아스콘인지로 색을 입힌 산책로로 한가롭게 걷고 있는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푸근하다. 도심으로 꿀 같은 강이 흐르는 진주사는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하는 모습들이다.

강변 걷기는 이맘때가 제일 좋다. 물고기가 뛰는 저녁답에 점층적으로 전개되는 녹색의 ‘바림’을 누리며 걷는 것은 고단한 삶 중의 대단한 호사다. 남강을 따라서라면 어딜 걸어도 풍치 훌륭하나 그중 최고의 구간을 들라면 단연 평거동의 습지원으로 이르는 길을 꼽겠다. 명석면 우수리의 장아산에서 흘러내린 ‘판문천’이 남강으로 섞여드는 ‘또랑’을 덮은 그 앙증맞은 다리를 건너며 부터 시작되는 그 길은 길지 않아도 특별하다. 길의 오른편은 강이 꺾어지는 부분의 퇴적된 하천부지가 오랜 농원 터인지라 나무 빼곡하여 들머리의 대나무부터 벚나무 목련에 갖은 조경수들이 늘어 입양을 기다리고 섰다. 왼편 강 쪽엔 듬성듬성 늘어진 수양버들 사이로 청둥오리 유영하는 찔레 꽃길을 걷다 보면 징검다리로 이어지는 습지가 등장한다.

▲ 홍창신 칼럼니스트

창포와 수선화와 물풀 너머 녹음 우거진 칠봉산 아랫도리를 배경으로 흐르는 남강의 풍경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습지 맞은편에서 댐까지의 기슭은 수십 년 사람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다. 물안개라도 낄라치면 그 퇴적층 수직 절벽의 비탈에 선 나무와 짙푸른 강안을 오가는 야생의 날것들이 그리는 풍경은 진경산수의 본색이다. 그 기슭은 뱃길이 아니고서야 갈래야 갈 길이 없는 곳이다. 판문교에서 마주 보이는 강 건너 산 중턱의 ‘약수암’에서 신도를 태우느라 해마다 초파일 단 하루 나룻배를 띄운 것도 10년 전 희망교가 생기는 것으로 끝이었다.

진주시가 강 건너 칠봉산 아랫도리에 자전거 도로를 계획한다는 말을 들었을 땐 좀 어이가 없었다. 계획이야 해볼 수 있다지만 수십 년 온존한 거의 유일한 자연에다 당장 급하지도 꼭 필요하지도 않은 레저용 자전거 길을 내겠다는 엄두를 내다니. 과도하고 분별없는 의욕이다. 거기는 바라볼 곳이지 들어갈 곳은 아니다. 환경을 다치지 않고 길만 내겠다지만 사람이 들어가 훼손되지 않은 곳은 없었다. 오랫동안 남강을 살펴온 시민들과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시민단체의 반대는 그러므로 당연하다.

지난번 망경동 대숲을 줄여 조망대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철회했듯이 이번에도 숙고하겠지 여겼다. 그러나 “110억 사업비가 책정, 올여름 착공 내년 말 완공”이란 기사가 눈에 띄기에 좀은 놀라웠다. 시청의 관련 부서에 물으니 환경영향평가를 받기 위한 조사용역에 들어간 상태라 한다. 확정되지 않았다니 우선 다행이다. 남강을 건드리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

기억해보면 80년대 중반까지의 진주는 낡은 자전거로 시내를 일주해도 맨땅의 자갈이 이따금 튈 뿐 길은 너르고 바람 또한 쾌적했다. 올림픽 즈음에 자동차 수효가 점차 늘어나더니 88년에 1만5천여 대에 불과하던 것이 90년 3만3천261대, 92년 3만7천696대로 늘어나며 이윽고 길은 좁아지고 코 또한 매캐해졌다. 차가 매년 급격히 불어나는 만큼이나 매연은 심해지고 주차난도 심각해진 것이다.

‘자전거 도시’를 향한 진주시의 초기목표는 출퇴근과 등하교에 자전거 이용을 용이하게 하여 자동차 이용을 줄이자는 것이었다. 그것은 교통의 흐름을 원활하게 할 뿐 아니라 대기질 개선과 주차난을 덜어주는 효과가 기대되는 좋은 정책 계획이었다. 당연히 시민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다.

그 방향은 자동차 16만 대를 넘어선 오늘에도 준용되는 올바른 설정이다. 시내 통행은 자동차를 대체하는 수단으로써의 실용적 측면을 강화하고 시 외곽으로는 레저용 자전거 운행의 안전을 확보하는 길로 가야 함이 그것이다. 그간의 공들인 행정력으로 강을 따라 조성된 자전거 길은 보기 좋게 잘 닦였다. 그러나 진주시가 자전거도로의 실용적 측면을 간과하고 ‘자전거 일주도로 달성’이라는 위업에 꽂혀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되기도 한다.

강변 산책로에선 빠르게 구르는 자전거 때문에 걷는 이가 불안하고 시 외곽에선 자동차를 피하느라 곡예처럼 갓길을 달리는 자전거가 위태로워 보인다. 도구와 기능의 적용이 온전한지 세밀히 들여다봐야할 지점이다.

이참에 우리 시장님께 습지원 가는 길을 한번 걸으시길 권한다. 환경영향평가란 것이 꼭 수치로 계수해야 하는 것인지 부인 손잡고 걸으며 강 건너 칠봉산 기슭을 보셨으면 좋겠다. 습지원 징검다리를 건너는 부인의 워킹을 저만치서 폰카에 담으신다면 마일리지 잔뜩 쌓는 진상품 하날 건지는 횡재가 되실 것이라고.


홍창신 칼럼니스트  ggigdag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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