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이혼을 하게 되면 위자료, 재산분할, 양육비 등을 정하는 문제가 따라 나오는데, 위자료나 재산분할 등을 당사자가 협의를 하는 경우가 있고, 재판을 통해 정해지는 경우가 있다. 국민연금법상 노령연금도 부부공동재산으로 재산분할 대상이 되고, 국민연금법에서도 분할연금수급권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당사자가 협의를 하면서 협의서 내지 합의서를 작성하거나 재판에서 조정을 하는 경우 유의할 필요가 있다.

분할연금수급권과 관련하여 국민연금법 제64조 제1항은 “혼인 기간이 5년 이상인 자가 배우자와 이혼하였을 것(제1호), 배우자였던 사람이 노령연금 수급권자일 것(제2호), 60세가 되었을 것(제3호)의 요건을 모두 갖추면 그때부터 그가 생존하는 동안 배우자였던 자의 노령연금을 분할한 일정한 금액의 연금(이하 ‘분할연금’이라 한다)을 받을 수 있다”고 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분할연금액은 배우자였던 자의 노령연금액 중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을 균등하게 나눈 금액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즉 상대방 배우자가 노령연금 수급권자이고, 혼인기간이 5년 이상이 되는 경우 배우자 일방은 국민연금관리공단에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 중 일정 비율의 금액을 청구할 수 있다.

▲ 류기정 변호사

한편 국민연금법 제64조의2 제1항은 “제64조 제2항에도 불구하고 민법 제839조의2 또는 제843조에 따라 연금의 분할에 관하여 별도로 결정된 경우에는 그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제1항에 따라 연금의 분할이 별도로 결정된 경우에는 분할 비율 등에 대하여 공단에 신고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는데, 민법 제839조의2 또는 제843조는 재산분할과 관련한 규정으로 이혼시 재산분할과 관련하여 연금의 분할에 관하여 별도로 정하는 경우에는 그에 따른다는 것이다.

그런데, 보통 부부가 재산분할에 관하여 협의를 하거나 재판상 조정을 할 때 분할연금수급권에 대하여 명시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후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실제 사례에서도 법적 다툼으로 이어진 경우가 있었는데, 부부인 甲乙이 재판상 이혼을 하면서 재산분할과 관련하여 ‘乙은 甲에게 아파트를 넘겨주고, 甲은 乙에게 1억7,000만 원을 지급하며, 향후 상대방에 대하여 조정조서에 정한 사항 이외에는 이 사건 이혼과 관련된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으로 조정조서가 작성되었다(법원에서 조정을 하는 경우 이와 유사한 문구를 적시한다).

이혼이 된 후 분할연금수급권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하였는데, 1심과 2심은 국민연금 가입자인 乙이 조정조서에 따라 노령연금수급권을 모두 가지는 것으로 판단하였으나,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배우자의 분할연금수급권은 재산분할적 성격을 가지고 있으나 한편, 가사노동 등으로 직업을 갖지 못하여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한 배우자에게도 상대방 배우자의 노령연금 수급권을 기초로 일정 수준의 노후 소득을 보장하려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으로 이혼배우자의 고유한 권리이고,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하고 개별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하기 위한 국민연금법 제64조의2 제1항의 내용과 입법취지 등을 종합하면, ‘연금의 분할에 관하여 별도로 결정된 경우’라고 보기 위해서는, 협의상 또는 재판상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절차에서 이혼당사자 사이에 연금의 분할 비율 등을 달리 정하기로 하는 명시적인 합의가 있었거나 법원이 이를 달리 결정하였음이 분명히 드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이혼당사자 사이의 협의서나 조정조서 등을 포함한 재판서에 연금의 분할 비율 등이 명시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재산분할절차에서 이혼배우자가 자신의 분할연금수급권을 포기하거나 자신에게 불리한 분할 비율 설정에 동의하는 합의가 있었다거나 그러한 내용의 법원 심판이 있었다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였다.

분할연금수급권은 당연히 배우자의 재산권인데, 그 재산권적인 성격을 강조하면 ‘조성조서에 정한 사항 이외에는 이 사건 이혼과 관련한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아니한다’라고 하였으므로 분할연금수급권도 포기한 것으로 협의하였다고 볼 수 있으나, 대법원에서는 이와 같은 재산권적인 성격 외에도 사회보장적 성격이 있음을 이유로 이혼배우자의 고유한 권리를 인정하면서 쉽게 분할연금수급권을 포기하거나 자신에게 불리하게 분할 비율을 정하였다고 단정해서는 안된다고 판시한 것이다.

따라서 이혼을 하는 경우 상대방 배우자의 노령연금에 대하여 확인할 필요가 있고, 국민연금에 가입한 배우자나 상대방 배우자 모두 피해를 입지 않도록 협의서나 조정조서를 작성할 때 분할연금수급권에 대해서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