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주체 문제로 보수 늦어져.. 5월초 인조 짚단 활용해 재정비 할 듯
[단디뉴스=이은상 기자] 진주 평거 LH 5단지에 있는 유적공원이 관리 주체 문제로 수년 째 흉물로 방치돼 있어 인근 주민들로 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20일 방문한 이곳 현장에서는 온전한 유적의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선사시대 생활사를 재현한 움집 건물들은 짚단이 썩어서 헤졌고, 짚단이 사라진 자리엔 내부가 훤히 드러나 물이 차 있는 모습이 확인됐다. 특히 짚단이 벌어진 틈으로 길고양이가 서식하고 있는 모습도 포착돼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움집 9개 중 1개는 철거돼 지금은 터만 남았다.
이곳에서 발견된 유적 현황을 소개하는 디오라마(배경 위에 모형을 설치해 하나의 장면을 만든 것)의 안내지는 뜯겨져있어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다. 디오라마 천장도 내려앉아 유적공원 축소 모형도 일부 훼손됐다. 또 유적 공원 내 관리실이 설치돼 있지만, 이곳에 상주하는 관리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평거 유적공원은 구석기시대부터 신석기, 청동기, 삼국시대, 고려, 조선시대까지 다양한 시대 생활상을 보여주는 경작유구(논과 밭)가 대거 출토된 곳이다. 특히 이곳은 청동기시대와 삼국시대 단위취락의 공간 활용 및 사회구조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문화재청이 지정한 보존 유적지의 명성이 진주시의 관리 소홀로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적 공원을 찾은 정진규 씨(신안동)는 “다양한 유적이 발견돼 교육적 가치가 높은 현장이 이렇게 다 허물어져 있어 안타깝다”며 “도심 속의 유적지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거나 보호시설 등을 설치해 유적을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유적공원 관리소홀이 공원 이용객의 안전사고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짚단으로 조성된 움집은 화재에 취약하다. 또 움집 한 구는 지난해 12월 태풍의 피해로 인해 폭삭 내려앉기도 했다.
유적 공원이 훼손된 채 수년간 방치된 이유는 진주시가 관리권 이양 문제로 갈등을 빚어온데 이어, 보존유적 보수절차도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가 보존유적을 보수하기 위해선 문화재청의 허가가 필요하다.
2011년 지어진 이곳 공원은 당시 시공사였던 LH가 조성해 진주시로 기부채납하려 했지만, 진주시가 유적공원 관리비에 부담을 느끼면서 유적공원이 훼손된 채 수년간 방치됐다. 2015년 진주시가 LH로부터 유적공원 관리권을 이양 받았지만, 예산문제로 공원 재정비는 또 미뤄졌다.
지난해 12월 진주시가 유적공원 보수신청서를 문화재청에 접수했지만 또 다시 복병을 만났다. 보존유적에 대한 관리 지침이 없어 문화재청 소관 위원회가 관련 지침을 만들기로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해당 절차가 지연되고 있는 것.
진주시 관계자는 “진주시가 관리하는 문화재가 200여 곳이나 되는 만큼 문화재 관리 예산편성의 한계가 있다”면서 “지난 1월 문화재 보수 신청서를 다시 접수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문화재청에서 관련 지침이 마련되지 않아 세부계획을 마련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유적공원 보수 절차는 코로나19로 인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완화되는 5월초 이후로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 위원회의 관련 지침 마련이 선행되지 않으면, 진주시도 세부 계획을 마련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4월 말에서 5월 초쯤 소관 위원회 회의가 열릴 것으로 예상 된다”고 설명했다. 유적공원 보수는 움집을 구성하는 짚단이 쉽게 마모 되는 탓에 인조 짚단소재를 활용한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대평면에 있는 진주 청동기 박물관은 지난해 6월 전면 재단장에 돌입하면서 이용객이 크게 늘고 있다. 박물관은 예산 1억 800만 원을 투입, 야외에 있는 움집 3개를 인조 짚단소재를 활용한 방식으로 전면 개·보수했다.
조가영 학예사는 “지난해 박물관 활성화를 위해 관련 예산확보와 인력 확충에 노력했다“면서 ”올해는 내부 전시시설 개편과 청동기 유적 재현 콘텐츠 개발 등 박물관 내실화에 힘 쓸 것”이라고 했다.
한편 진주 평거 유적공원은 2005~2009년 LH가 시행한 진주 평거3택지 개발사업과정에서 대규모의 유적이 출토되면서 2011년 조성됐다. 이곳 부지에는 신석기시대 유구 3기와 대형 수혈 건물지, 지상식 건물지, 매장유구 등 청동기 유구 476기, 삼국시대 취락 관련 유구 211기 등 총 690기의 유구와 밭 12개 층이 발굴·전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