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걸그룹 카라 출신 가수 고(故) 구하라 씨가 사망하였는데, 구씨가 남긴 재산의 상속을 두고 법적 분쟁이 발생하였다. 구씨의 친오빠 A씨가 20년 넘게 교류가 없다 공동상속인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며 나타난 친어머니 B씨를 상대로 "어릴 적 가출해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친모에게는 동생의 재산을 줄 수 없다"며 상속재산 분할심판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구씨의 친아버지는 A씨에게 상속분을 양도했고 A씨는 민법 제1008조의2에 규정된 기여분 제도를 근거로 B씨에게 1/2 상속분이 인정되는 것은 부당하다며 B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함).

사안을 조금 더 살펴보면 B씨는 구씨가 아홉살 될 무렵 가출해 20여년 동안 연락이 닿지 않았다. 친아버지가 생계를 책임졌고 구씨는 오빠인 A씨와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으며 컸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구씨가 사망하고 A씨가 구씨의 부동산 잔금 및 등기 문제 등을 처리하던 중, B씨가 찾아와 구씨 소유 부동산 매각 대금의 절반을 요구했다고 한다.

▲ 류기정 변호사

이처럼 자식이 사망한 후 자식에 대한 양육의무 내지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가 찾아와 자식의 사망보험금이나 재산을 요구하는 경우는 많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천안함 사고 때는 이혼 후 20년 넘게 연락도 없이 지내던 부모 중 일방이 나타나 사망한 군인의 사망보상금과 군인보험금 1/2을 가져가자, 사망한 군인을 양육한 부모 중 일방이 다른 일방을 상대로 과거 양육비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현행법상 B씨의 상속권을 배제시킬 근거는 없다. 민법 제1004조는 상속결격사유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해당하지 않은 이상 상속권이 박탈되지 않기 때문이다. 즉 현행 민법은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 그 배우자 또는 상속의 선순위나 동순위에 있는 자를 살해하거나 살해하려 한 자(1호),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과 그 배우자에게 상해를 가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자(2호), 사기 또는 강박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 또는 유언의 철회를 방해한 자(3호), 사기 또는 강박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을 하게 한 자(4호),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서를 위조·변조·파기 또는 은닉한 자(5호)를 상속결격자로 규정하고 있으나 부모가 자녀의 양육의무를 다하지 않고 방치하여도 이를 상속결격사유로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A씨도 B씨의 상속분이 인정됨을 전제로 기여분을 주장할 수밖에 없고, 천안함 사고 사망보험금에서도 과거 양육비를 청구하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상속분 중 일부를 반환받을 수밖에 없다.

2018년 2월 헌법재판소는 민법 제1004조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상속결격사유 조항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상속인의 상속권을 보호하고 상속결격 여부를 둘러싼 분쟁을 방지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법적 상속인이 아닌 사람이 피상속인을 부양했다고 해서 상속인이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부양의무의 이행과 상속은 서로 대응하는 개념이 아니라 상대적이며, 이를 상속결격 사유로 본다면 오히려 법적 분쟁이 빈번해질 수 있다. 직계존속이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았더라도 이를 중대한 범법행위나 유언의 자유를 침해하는 부정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따라서 현행법 하에서 A씨는 재판에서 기여분을 인정해달라고 주장하는 수밖에 없고, 실제 이를 이유로 상속재산분할심판 청구를 하였다. 기여분이란 공동상속인 중 한 명이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했다면 상속분 산정에 있어 그 기여분을 가산해 주는 제도를 말한다(민법 1008조의 2). 하지만 기여분은 문언처럼 '특별히 부양'하거나 '재산을 형성하는데 특별히 기여'해야 하는데, 이는 상속인들 사이에서 ‘특별히’ 한쪽이 더 부양을 많이 했다고 해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보통 일반인들이 하는 것보다 특별히 부양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A씨가 기여분을 인정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결국 이러한 문제는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는데,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에는 상속인 결격사유에 '양육이나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를 추가하는 내용을 담은 민법 개정안 3건이 계류돼 있다고 한다. 그러나 양육이나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를 상속인 결격사유에 포함시키는 방법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왜냐하면 이혼 후 직접 양육이나 부양을 하지 않더라도 금전적으로 일부 도움을 주는 경우도 있고, 금전적인 도움은 아니더라도 계속 만남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으며, 양육이나 부양을 하지 못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등 가족의 생활형태나 경제적 여건 등이 다르기 때문에 양육이나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는 경우가 어디까지인지 그 기준을 정하기가 어려워 헌법재판소 결정 이유와 같이 법적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그로 인해 상속관계에 관한 법적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자의 소견으로는 상속이나 양육, 부양 등은 여러 가지 고려할 사정이 복잡, 다양하기 때문에 현행 기여분 규정에 추가하여 ‘직계존속이 상속인이 되는 경우 정당한 이유없이 피상속인인 자식에 대한 양육 내지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상속분의 전부 또는 일부를 감액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하여 법원에서 구체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상속분을 인정하지 않거나 일부를 감액하는 방법이 가장 바람직해 보인다.

자식을 버리고 떠난 비정한 부모가 죽은 자식이 남긴 재산을 상속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국민의 법 감정과 법적 안정성을 모두 도모하는 현명한 입법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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