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창신의 단디시론] 포노싸피엔스

홍창신 칼럼니스트l승인2020.04.02l수정2020.04.0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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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원의 오른편 들머리 연못가 홍매는 환장할 정도로 매혹적이다. 그이가 언제 피어나나 하고 2월 말께부터 조바심치다가 코로나 비상이 걸린 와중에 달려가 텅 빈 수목원을 한가롭게 만끽했다. 다음은 목련 차례인지라 움트기 전의 목련원을 잠시 기웃거리며 까르르 웃듯이 터뜨릴 그 상앗빛 청초를 연상하며 돌아왔는데 그만 넘기고 말았다. 모두 몸이 근질거리지 싶다. ‘홍쌍리’네서 ‘다압’에 이르는 길에 진동하는 매향이나 쌍계사 들머리의 십 리 터널이 눈앞에 어른거릴 것이다. 그러나 고투하는 서양의 그네들처럼 봉쇄나 이동 제한의 강제 없이 여태껏 잘 버텨왔으니 ‘거리두기’의 괴로움을 감내할 밖에 없는 듯하다.

진귀한 풍경이다. 트럼프가 손을 내밀 때는 대개 돈 달라는 시그널이었는데 엊그제 문 대통령에게 온 전화는 ‘장비’ 좀 줄 수 있냐”는 ‘부탁’이었다. 바이러스 까짓 대수롭잖다 호언했는데 위기감을 느끼나보다. 하긴 영·불·독·스페인에 이태리가 난리고 스위스·베네룩스 삼국의 감염자 수도 무섭게 불어난다니 쫄 수밖에. 바이러스란 것이 빈부나 이념 따윈 가리지 않는 매우 공평한 방문객이로구나. 거의 모든 면에서 우리 보다 잘났다 여겨 마냥 부럽던 그 나라들이 우릴 선망하고 찬탄하는 멘트를 줄이어 보내오니 이게 웬 난리인가 싶다.

▲ 홍창신 칼럼니스트

서핑 중에 흥미로운 기사 하날 만났다. 중앙일보 24일 자 「실시간 추천뉴스」라는 꼭지다. “확진자 29,000명에 사망자 118명뿐인 독일...”이란 제호의 기사다. 중앙의 ‘국제 전문기자’ 벼슬이 쓴 이 장문의 기사는 의료비·인력·병상 등에 있어 유럽 최고 수준을 지닌 독일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어떻게 성공적으로 막아냈는가를 분석하고 그 역량의 우수함을 깨알같이 상찬한다. 독일이란 나라가 얼마나 여물고 철저하고 과학적인 선진국인지를. OECD에서 발간한 ‘독일 보건 개요’로부터 갖은 통계자료를 현란하게 대입해 거듭해 증명하니 도저히 설득당하지 않을 수가 없는 노릇이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기자가 간절히 소구하고자 하는 지점은 아무래도 다음의 문장에 있는 듯하다. “독일은 역병 대응을 정치적인 치적이나 기회로 이용하려 기도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자국의 의료 시스템을 해외에 자랑하지도, 모범이 되고 있다고 으스대지도, 국민에게 헛된 희망을 주거나 섣부르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지 않는다.” 적어도 메르켈은 그런 지도자란 것이다.

조중동의 주장에 일관성은 있다. 누가 뭐래도 ‘우한 폐렴’인 그 전염병이 국내에 급증하게 된 것은 중국에서 들어오는 감염원 차단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요, "코로나 사태가 머지않아 종식될 것“ 이라는 대통령의 앞서간 낙관론과 자신감이 어제오늘의 확진자 폭증 사태의 불을 댕겼음이요, 오로지 시진핑 방한에 목을 맨 청와대가 중국에서 들어오는 문을 활짝 열어놓은 까닭이요, 의료 사회주의자들이 대통령 주변에 포진해 전염병 대응 과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이요, 정부가 마스크까지 나눠주는 건 복지 과잉이요, 마스크 생산과 유통, 판매와 분배까지 관리하는 것은 문재인표 사회주의라!

모두 그들이 외쳐온 주장들이다. 그런데 오줄없게도 트럼프가 ”코리아 잘한다. 마스크 좀...“ 하고 손을 벌리는가 하면 마크롱이나 트뤼도가 전화를 걸어와 허허거리고 하니 자세 애매해진 것이다. 선거는 다가오고, 전세는 기울어지고, 뭐건 하긴 해야겠는데 하여 메르켈이 어쩌니 하며 스리쿠션을 넣느라 용을 쓰는 것이다.

작년에 선진 18개국을 대상으로 한 스마트폰 사용률 조사를 들여다보니 우리나라가 98%로 1위이고 이스라엘이 88%로 2위 그 아래로 네덜란드 스웨덴이 있고 미국은 81%로 5위 일본은 66%에 그쳤다. 바야흐로 손바닥에 첨단 컴퓨터를 든 ’포노 사피엔스’가 이 나라를 가득 메우고 있단 소리다. 미디어가 오직 신문 방송에 집중돼 있던 시절에사 조선사장이 밤의 대통령이었다. 그러므로 곡학아세에 이골이 난 종사자들이 그 잘난 펜 끝으로 사회적 의제를 세우고 여론을 몰아 정치 권력과 야합해 나라를 주물럭거렸다. 0이제 그 시대는 종쳤다는 소리다. 누가 어디서 무슨 소리를 했는지가 장삼이사의 손바닥에 모두 기록으로 남고 근거 없는 헛소리는 순식간에 손 빠른 네티즌에 의해 ‘팩트 체크’된다. 조중동이 오보를 갈기고도 수정만 거듭하는 행사도 이제 그 과정조차 카피 저장된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불어 닥친 역병의 창궐이 우리 국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자못 궁금하다. 다만 분명한 것은 찌라시의 준동을 억제하는 역할은 한 듯하다. 오직 내려 받은 기득권을 지키고 대물리기 위해 공동체의 안위를 무시하는 세력에 복무하며 분열과 갈등을 조장했던 자들이 청산되는 계기이길 오는 총선에 기대한다.


홍창신 칼럼니스트  ggigdag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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