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박새로이의 대사처럼 속에서 천불이 끓어오른다. 통과의례처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를 겪어 왔는데 그때 나는, 그리고 우리는 바이러스에 맞서 무엇을 했는지, 그 난리를 어떻게 이겨내고 일상으로 돌아왔는지, 코로나19를 온몸으로 버티어내는 지금에는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때에도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섰었는지 마스크가 없다고 낫을 휘두르는 사람이 있었는지도 까맣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 백승대 450 대표

폐쇄적이고 이기적인 한 사이비 교회와 교인들 때문에 온 나라가 시름을 하고 그들과 전혀 상관없이 그저 기저질환을 오래 앓아오던 중증 환자들이 손쓸 새도 없이 매일 죽어 나가는 걸 보며 천불이 끓어오른다. 전 국민의 적,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그 종교단체와 또 그들과 어느 정도까지 유착되어 있는지 모를 핑크빛 정당, 어떡하면 정부와 대한민국을 깎아 내리고 트집을 잡을까 불철주야 종횡무진 쓰레기를 지면으로 배설하는 언론을 보며 천불이 끓어오른다.

코로나19 사태가 쉬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장기화 조짐을 보임에 따라 여기저기에서 푸념과 한숨이 들린다. 비말로 전염되는 바이러스의 특성상 사람들은 가급적 외부활동을 줄이고 각종 모임이나 외식을 스스로 자제하며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자연스럽게 피하게 되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당장 이번 달의 월세와 인건비 등을 걱정하게 되었고,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이 지리멸렬한 전쟁에서 내 가게가 몇 달이나 버틸 수 있을지를 걱정하고 있다.

음식점은 신선재료를 주로 조리해야 하는 특성상 손님이 며칠만 없으면 버리는 재료들로 손해가 쌓이게 되고 그나마 배달이라도 할 수 있는 음식점에 비해 업장에서만 손님들을 상대해야 하는 주점 입장에선 울며 겨자 먹기로 마진을 줄여가며 배달을 하는 음식점마저도 부러운 실정이다.

길거리에 인적이 사라지고 업장에 손님이 뜸해지며 자영업자뿐 아니라 주류업체들도 매출감소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주류 판매의 경우 보통 업소판매가 6, 가정용 판매가 4의 비율인데 가정용 판매율이 소폭 상승하더라도 식당이나 주점에서 판매되는 양이 수직으로 떨어지니 대책이 없는 것이다. 8월에는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올림픽 특수도 기다리고 있는데 올림픽이 제대로 열릴 수나 있을는지 주류업계는 이래저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 와중에 우리 동네 주류업체들도 코로나 바이러스를 함께 이겨내기 위해 각종 기부와 봉사로 애를 쓰고 있다. 제일 먼저 부산의 대선주조는 주류제조용 주정 100톤을 지역사회에 기부하였다. 주류제조용 주정(에탄올)은 법에 의해 그 쓰임이 강력하게 통제 관리 되는데, 부산 국세청의 특별 허가를 받아 살균소독제나 손세정제로 쓰일 수 있게 하였고 이는 주류 제조 이외 용도로 사용 허가 받은 국내 최초의 사례다. 이후 다른 주류업체가 주류제조 주정을 기부할 수 있도록 선례를 남긴 아주 의미 있는 결정으로 대선주조의 기부가 마중물 역할을 한 셈이다.

경남의 무학주조는 분사형 살균소독제 75톤(7500상자)을 지역사회에 기부하였는데 특히나 원재료 기부 형식을 한 단계 발전시켜 무학주조 자체 공장에서 스프레이 손잡이만 장착하면 바로 분사형 살균소독제로 쓸 수 있는 완제품 형태의 소독제를 기부하는 기특한 짓을 했다. 혹시나 자사 제품과 헛갈려 음용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막기 위해 제품군에는 없는 용량인 500ml 용량으로 제작하였고 무학주조를 알아 볼 수 있는 문구는 배제하는 배려까지 하였다니 그동안 무학주조를 까고 놀렸던 내 과거가 부끄러워진다.

다른 주류 업체들도 곳곳에서 기부와 선행을 이어가고 있는데, 금복주는 주류제조 원료 40톤 , 한라산은 5000리터를 기부하였고 하이트진로는 소독제와 음료 및 현금을 기부하였다. 위에 언급된 업체들은 물품 기부 이외에 현금 기부도 많이 했는데 각각의 액수는 밝히지 않는다. 그들의 현금 기부액을 밝히지 않는 것은 선뜻 큰 돈을 내놓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돈보다 중요한 것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 돈보다 더 중요하지만 쉽게 구하지 못하는 것을 그들의 입장을 헤아려 기부하고 나누는 것이 더 크고 가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알콜은 코로나바이러스를 이긴다. 무슨 말이냐고? 방역과 소독, 세정제에 사용되는 주원료는 결국 에탄올이다. 하루에 손님 한 명 만날까 말까 하는 텅 빈 업장을 지키면서도 이런 실없는 글을 쓸 수 있는 이유는 희망 때문이다.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를 이겨냈던 우리기에 코로나도 지나가길 기다리며 낮게 드러누워 다시 일어 설 날을 기다린다. 알콜은 바이러스를 이긴다. 우리 동네 착한 주류기업 대선과 무학으로 자체 장기 소독을 하며 바람이 지나가길 기다린다.

모두들 알콜과 함께 무탈하고 건강하게 버티어 내시길 간절히 바란다.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