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반의사불벌죄로 폭력 반복 빌미 줘.

▲ 12일 강력범죄가 일어난 주택가

[단디뉴스=김순종 기자] 지난 12일 진주시 상평동에서 부부싸움을 하다 남편 A씨(56)가 휘두른 흉기에 아내(51)와 아들(14)이 숨지고, 딸(17)이 중태에 이른 사건이 발생했다. 용의자 A씨(56)는 평소 가족과 불화를 겪어온 것으로 알려져 가정폭력에 기초한 강력사건 발생을 막기 위한 대책이 요구된다.

특히 가정폭력범죄처벌특례법이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입법 목적으로 규정하고, 가정폭력을 반의사불벌죄(피해자 의사에 반해 처벌 못함)로 분류해 가정폭력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신고된 가정폭력 사건 24만 8660건 가운데 가해자가 검거된 비중은 4만 1720건에 불과했다. 반의사불벌죄의 영향이다.

가정폭력처벌법에 폭력 가해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다는 근거조항이 명확히 없다는 점도 문제다. 우리와 달리 다른 나라에서는 가정폭력 가해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있다. <한겨레>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23개 주에서는 가정폭력이 발생하면 경찰이 가해자를 파악해 체포토록 하는 ‘의무체포’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가정폭력처벌특례법 개정안들이 계류 중이다(사진 =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갈무리)

20대 국회에는 반의사불벌죄 폐지, 영장 없이 가정폭력 가해자 긴급체포 등을 담은 법률 개정안이 올라와 있지만, 이들 법안은 국회 파행 등이 이어지며 장기간 표류되고 있는 상황이다. 개정안이 통과됐다면 가정폭력에 기초한 강력범죄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강문순 전 진주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장은 “가정폭력이 많이 일어나고 있지만, 처벌이 잘 안 된다. 법을 개정해야 할 필요도 있지만, 현행법도 사실 적용이 잘 안 된다. 좀 더 강력하게 가정폭력에 대처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여성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지 않아 이같은 일이 벌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가슴 아프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은 지난 12일 아내와 아들을 숨지게 하고, 딸에게 중태를 입힌 용의자 A씨를 추적 중이다. A씨는 범행 후 고향인 함양군 야산 쪽으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300여명의 인력과 드론 등 장비를 이용해 A씨를 추적 중이지만, 아직 그를 검거하지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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