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주)아인스디지탈]

Music 세대를 초월한 역설적 감성

어느 시대, 어느 지역에서나 그 시간과 장소를 지배한 음악 장르가 있었게 마련이다. 국내로 치자면 60년대 트위스트와 록, 70년대 포크, 80년대 발라드와 댄스, 90년대엔 랩댄스와 인디음악, 그리고 2000년대와 2010년대에 걸쳐선 아이돌과 힙합이 있었다.

음악 장르는 때로 개인의 영역으로 치닫기도 하는데 글쓴이의 경우 2000년대 초중반 전혀 다른 장르 둘에 귀를 맡겼던 기억이 난다. 하나는 콘(Korn)과 슬립낫(Slipknot), 시스템 오브 어 다운(System Of A Down)으로 대표되는 뉴메탈이었고, 다른 하나는 허밍 어반 스테레오(Humming Urban Stereo, HUS)를 중심으로 지나(Gina), 페퍼톤스, 롤러코스터, 패리스 매치(Paris Match)로 둘러싸인 스타일리시 퓨전 사운드의 세계였다.

지금 주목하려는 음악은 후자로, 세련된 저 음악들 속엔 팝과 재즈, 일렉트로닉과 보사노바가 거미줄처럼 뒤엉겨 있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조빔(Antonio Carlos Jobim)의 'The Girl From Ipanema'를 전자음악으로 변주한 허밍 어반 스테레오(HUS)는 좀 더 기억에 남는다.

허밍 어반 스테레오(HUS)는 인스턴트 로맨틱 플로어(Instant Romantic Floor)의 이지린이 이끄는 원맨 프로젝트로, 허밍걸과 시나에(shina-e)라는 두 여성 보컬이 그의 음악 세계를 함께 이끌었다. 이지린은 휘성과 이효리 앨범을 프로듀싱 한 경력이 있고 드라마 <커피프린스>, <황금신부> 사운드트랙을 만들기도 했다. '허밍걸' 이진화는 2012년 3월 22일 심장병으로 갑작스레 사망해 팬들을 당황케 했다.

감미로운 멜로디와 무표정한 디지털 비트로 떠난 연인을 추억하는 '샐러드 기념일'은 허밍 어반 스테레오(HUS)가 2004년에 내놓은 데뷔 미니앨범 [Short Cake]에 수록된 곡이다. [Short Cake]는 이듬해 팀의 정규 1집 [Very Very Nice]와 엮여 [Very Very Nice And Short Cake]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다.

'샐러드 기념일'은 세 가지 버전이 있다. 허밍 어반 스테레오(HUS)의 데뷔작에 실린 라운지(Lounge Music, 1950~60년대에 유행한 이국적 재즈나 경음악에 전자음악 감성을 첨부한 장르-필자주) 스타일, 배우 윤은혜와 이동건이 함께 불러 모 냉장고 광고에 쓰인 시부야계(渋谷系, 도쿄 시부야구에서 가져온 이름으로 보사노바와 훵크 등을 버무린 90년대 제이팝 장르 중 하나-필자주) 버전, 그리고 허밍 어반 스테레오(HUS) 데뷔 10주년 자체 리메이크 앨범 [Reform]에 실은 프린스(Prince)풍 펑키 그루브 버전이 그것이다.

글쓴이는 이 중 원곡을 가장 좋아하는데 아무래도 허밍 어반 스테레오(HUS)의 음악을 일컬어 사람들이 흔히 하는 표현('맛있게 버무려 낸 상큼한 샐러드 같은 음악')에 가장 부합하기도 하거니와, 이지린이 지향했던 부드럽고(soft) 귀여운(cute) 댄스 팝송에도 이 곡만큼 어울리는 트랙은 없기 때문이다.

'샐러드 기념일' 원곡은 1950년대 후반 하드 밥(Hard Bop) 느낌의 재즈 피아노로 시작한다. 피아노가 잦아들고 곧바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직조한 비트가 불쑥 들어선다. 그 단단한 비트를 타고 '샐러드 기념일'과 '멜로디 기념일'이라는 가사의 대칭 구절이 느슨하게 반복되고, 영원으로 사무치던 비트와 대구의 저변에 따뜻한 키보드 선율이 흐르면서 이별의 서글픔은 어째서인지 이내 상큼발랄한 여유로 얼굴을 바꾼다.

곡이 나온 지 16년이 지난 지금 세대도 설득해내는 이 해묵은 신선함. 아마도 허밍 어반 스테레오(HUS)가 한국대중음악 역사에서 한 자리를 누릴 수 있다면 그것은 이별을 얘기하는 곡에서 느끼게 되는 뜬금없는 풋풋함, 눈물과 기쁨이 공존하는 이 대담한 감정의 역설 덕분일 것이다.

그렇게 나는 오늘, 조빔의 보사노바를 동경하고 김동률처럼 가사를 쓰고 싶었다는 이지린의 '달콤쌉쌀 로맨틱 댄스 팝'을 아주 오랜만에 들었다.

- 글/김성대 (대중음악평론가, 미디어팜 편집장) 사진/(주)아인스디지탈

 

▲ (사진=강인실)

Recipe "너가 맛있다고 했던 살구 빛 샐러드"

소금을 뜻하는 라틴어 'sal'에서 비롯된 샐러드는 싱싱한 채소에 소금과 기름을 뿌려 먹는 것이 시작이었다. 샐러드는 특별한 노하우보단, 그저 신선한 재료에서 스스로 생겨나는 것에 가까운 요리다.

이런 샐러드를 더 맛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바로 드레싱(Dressing). 드레싱은 그 이름처럼 샐러드에 옷을 입히듯 흘려 뿌려 더 나은 맛을 낸다. 똑같은 야채, 과일이라도 드레싱 하나로 전혀 다른 맛을 표현할 수 있다.

샐러드 드레싱은 보통 기름이 스민 마요네즈류와 식초, 기름이 분리된 프렌치류 2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이것을 순수 야채로만 구성된 심플 샐러드나 여러 야채에 과일, 생선, 육류, 조류 등을 뒤섞은 콤바인드 샐러드(Combined Salad)에 얹어 먹는다. 물론 요즘은 순수 샐러드라 해도 다양한 야채를 섞어 영양과 색, 맛에 입체감을 주는 게 기본이다.

허밍 어반 스테레오(HUS)의 노래 가사에 나오는 '살구 빛 샐러드'는 야채 샐러드에 사우전드 아일랜드 드레싱(Thousand Island Dressing, '사우전드 드레싱')을 덮은 것이다. 달콤상큼한 맛이 나는 사우전드 드레싱은 그 위로 뽈록뽈록 올라온 피클들 모양이 천 개의 섬 같다 해서 붙은 이름이라는 설도 있지만, 미국과 캐나다 국경 세인트 로렌스 강에 있는 1,864개 섬에서 유래돼 불렸다는 게 정설이다.

묘한 선분홍빛을 띠는 사우전드 드레싱은 마요네즈에 토마토와 피클, 향신료를 넣어 만든다. 우리에게 나름 친숙한 이 드레싱의 고소하고 새콤달콤한 맛은 80년대 한국 여성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양식 드레싱의 맛이었기도 하다.

사우전드 드레싱은 보통 마요네즈에 토마토케첩을 넣어 만들지만, 이번 시간엔 신선한 토마주르 토마토를 써볼 것이다.

먼저 토마주르 여덟 알을 깨끗이 씻어 십자로 살짝 칼집을 낸다. 칼집을 낸 토마주르를 끓는 물에 데친 뒤 차가운 물에 담가 껍질을 제거한다. 이어 올리브오일 2큰술, 레몬즙 2큰술, 양파 1/4개, 바질, 소금, 후춧가루를 넣고 핸드 블렌더로 곱게 갈아준다. 이 소스는 삶아서 차갑게 식힌 파스타와도 잘 어울리고, 샌드위치를 만들 때 빵에 발라도 좋다.

토마주르 드레싱을 만들었다면 이젠 달걀 1개를 완숙으로 삶고 양파 1/4개와 피망 1/4개를 곱게 다져 키친타월에 올린 뒤 물기를 뺀다. 삶은 달걀은 까서 반만 곱게 다진다.

그런 다음 마요네즈 5큰술, 토마주르 토마토 드레싱 1큰술, 다진 피클 1큰술, 파프리카 파우더 1작은술, 레몬즙 1작은술, 다진 양파, 피망과 함께 섞고 소금이나 후춧가루로 간을 맞춘다. 앞선 재료들은 믹서로 고루 섞어 써도 상관없다.

여기까지 끝냈으면 이번엔 양상추 한 줌 또는 라디치오, 어린잎 채소를 깨끗이 씻어 물기를 제거하고 한입 크기로 잘라 둔다. 라디치오는 쓴맛이 나는 인터빈을 함유해 소화를 돕는데, 인터빈의 쓴맛은 살짝 구워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씻은 토마주르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넓은 그릇에 야채와 함께 버무리고 드레싱은 따로 종지에 담는다. 과육이 단단하고 골프공 크기여서 한 입에 먹을 수 있는 토마주르 토마토는 냉장 보관보단 그늘진 곳에 보관하면 더 오래 먹을 수 있다.

드레싱은 샐러드를 먹기 직전 뿌리거나 별도로 두고 식성에 맞게 곁들여 먹으면 좋다.

- 글, 사진, 샐러드&드레싱/강인실 (요리연구가, 푸드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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