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사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건 어떤 곡일까? 루드비히 판 베토벤의 제 5번 교향곡이 아닐까? 흔히들, '운명'이라고 하는 곡이다. 마침 올해는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 되는 해라 라디오에서 베토벤의 곡을 더 자주 들을 수 있다. 이번엔 나도 조금 거들까 한다.

이 곡에 관해서만큼은 수도 없이 명연주 명음반이 재생산되고 있다. 음악에 푹 빠져들 무렵 ‘이제 베토벤 운명을 들어야겠다’ 생각하며 레코드점에서 카세트 테이프을 하나 샀는데 내가 생각한 그런 연주가 아니었다. 그래서 다시 다른 지휘자의 테이프을 샀는데도 만족스럽지 않던 차에 친구 집에서 우연히 들은 이 연주를 만나게 됐다.

독일 출신의 카를로스 클라이버가 빈 필을 지휘한 연주다. 베토벤의 '운명'하면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음반이다.

워낙 유명한 곡이니 곡 설명보다는 이 지휘자에 대해서 조금 언급할까 한다. 독일 출신의 지휘자 이름이 '카를'이 아니라 '카를로스'인 점이 좀 의외인데 그 이유는 역시 지휘자였던 아버지 에리히 클라이버가 나치를 피해 아르헨티나에 정착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는 스페인어를 쓰니 스페인식으로 이름을 바꾸게 된 것이다.

나중에 다시 고국에서 연주하게 되었을 때도 카를로스란 이름을 그대로 쓰게 되었는데 카를로스는 지휘자가 되는 것을 극구 반대한 아버지 때문에 한때 공대에서 공부를 한 적도 있다. 하지만 피는 속일 수 없는 법.

결국 나중에는 최고의 지휘자로 성공하게 되는데 엄청난 카리스마와 고집으로 유명하다. 연주회를 취소하는 일도 다반사였고 리허설하다 지휘봉을 던지고 나온 일도 있다 한다. 그렇지만 그가 만들어내는 연주에는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그만의 음과 리듬이 있다.

그가 녹음한 음반은 모두 최고의 명반으로 알려져 있는데 두 번의 빈 필 신년음악회의 연주도 있고 몇 편의 오페라 녹음 그리고 교향곡 녹음이 있지만 대중들에겐 오늘 소개하는 이 음반만큼 강렬한 음반을 찾긴 힘들 것이다.

이 음반을 듣고 나중에 아버지인 에리히 클라이버가 지휘한 '운명'을 들었는데 듣자마자 ‘부전자전이 이런 거구나!’하며 무릎을 탁 칠 수밖에 없었다. 정말 피를 속일 수 없는 지휘, 게다가 어떤 부분에서는 아버지를 뛰어넘는 실력을 보이기까지 했다.

그에게서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이 있다면 남긴 음반이 많지 않다는 것인데 음악애호가라면 누구나 아쉬워한다. 지금 온 나라가 코로나19로 분위기가 많이 침체되어 있는데 오늘 카를로스 클라이버가 지휘한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 들으며 모두 힘내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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