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법은 상속재산분할과 관련하여 유류분(遺留分)이라는 제도를 두고 있다. 예를 들어 부모가 사망하기 전에 재산을 증여나 유언의 방법으로 상속인 중 일방이나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에도 다른 상속인들이 최소한의 상속분은 받을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한 제도를 말한다. 1977년에 유류분 제도가 도입되었는데, 상속인 사이의 공평성과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하기 위하여 최소한의 유산은 남겨두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되었다.

유류분은 피상속인의 배우자, 직계비속, 직계존속, 형제자매가 청구할 수 있고, 직계비속과 배우자의 유류분은 법정 상속분의 1/2이며, 직계존속과 형제자매의 유류분은 법정 상속분의 1/3이다. 유류분반환청구권은 자신이 유류분으로 받아야 할 재산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1년 안에 제기를 하여야 하고, 반환받아야 할 재산을 알지 못했을 때는 상속개시일로부터 10년 안에 제기하여야 한다.

예전에는 장남이나 아들에게만 재산을 물려주는 경우가 많았으므로 딸들이나 다른 자식들을 보호해 줄 이유가 있었던 사정 등을 고려하면 타당한 제도라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유류분이 인정되는 부분만큼 피상속인의 재산 처분권을 법률이 제한하는 면에서 문제가 있다.

▲ 류기정 변호사

예를 들어 부모가 자식들에게 재산을 남겨주기 싫거나 좋은 뜻으로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경우나 자식들 중 일방에게만 재산을 주는 경우, 상속재산을 받지 못한 상속인이 유류분을 주장하여 재산을 받도록 하는 것이 과연 합당할까? 더 나아가 부모를 살해하거나 사기나 겁을 주어 유언을 하게 하는 등 상속결격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유류분권도 인정되지 않지만, 소위 패륜아 중에 상속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자식에게 유류분이 인정된다면 일반인의 감정에서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실제 상담을 하거나 소송을 하다보면 소송을 당하는 입장에서 제일 억울해 하는 부분이다.

그동안 유류분 제도가 시대의 흐름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계속됐고 최근 서울의 법원에 제기된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에서 담당 판사가 유류분 제도가 헌법에 반하는지 판단해달라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주요한 이유는 "재산 형성에 기여하지 않았고, 불효나 불화로 관계가 악화된 가족에게도 무조건 유산을 주는 건 맞지 않으며, 과거와 달리 부모나 자녀, 형제자매가 함께 재산을 불려나간다고 보기 어렵고 자녀의 숫자도 줄어 아들과 딸 간 재산상속이 크게 차이나지 않으며, 유류분 제도의 입법목적이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현행 유류분제도는 상속재산의 규모, 유족들의 상속재산형성에 대한 구체적 기여, 유족들에 대한 부양의 필요성 등 구체적인 사정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3분의 1 또는 2분의 1 등 유류분 비율을 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류분 제도를 폐지 내지 보완하여야 한다는 입장의 논거이기도 하다.

이에 반하여 유류분 제도를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유류분 제도의 취지 이외에도 유류분 제도를 폐지하면 노년층의 이혼률을 높이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많은 가정에서 부모 생전에 부모의 재산을 증여 또는 유증받기 위한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다른 많은 국가에서도 유류분 제도를 인정하고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고 있다.

유류분 제도가 위헌법률심판대에 오른 만큼 법률전문가 사이에도 찬반 논쟁이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2019년에 유류분을 두고 벌어진 소송이 약 1,500건 정도인데, 유류분 소송을 포함한 상속재산과 관련한 소송은 점점 더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필자의 경험으로 소송으로 가는 이유는 예전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거나 상속재산 분배에 대한 서운함, 두 가지이다.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그냥 안보고 살면 편하다, 저 놈한테 주느니 불쌍한 사람에게 주는게 낫다’는 말은 쉽게 나오고, 욕을 하는 섬찟한 경우도 보았다.

‘운을 읽는 변호사’의 저자인 ‘니시나카 쓰토무 변호사’는 책에서 자신의 의뢰인이었던 1만명 정도의 사람의 삶을 분석하여 운을 좋게 하는 방법들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는데, 다툼 중에 상속 분쟁이 가장 큰 불운의 서막이라며 상속분쟁을 하게 되면 그 자식에게까지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하면서 ‘다툼을 멈추라, 운이 달아난다’고 주의를 준다.

상속재산은 엄밀히 말하면 상속인의 재산이 아니라 부모의 재산이다. 다툼을 하기 전에 부모님이 물려주신 위대한 유산을 더 위대하게 만드는 방법들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재산 대신에 나와 자식들에게 돌아올 ‘운’을 받으면 어떨까? 물론 오늘도 상속재산을 둔 유류분 소송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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