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제도 합리화, 등하교 버스 무료화, 문화향유권 등 요구

▲ 19일 간담회에 참여해 발언한 청소년문화공동체 필통 기자들

[단디뉴스=김순종 기자] 지난해 말 선거법이 개정되면서 오는 4.15 총선에 만 18세 유권자가 처음으로 참여한다. 올해 고3이 되는 학생 가운데 4월 17일 이전에 태어난 이들은 투표장에서 시민의 권리를 행사하게 된다. 산술적으로 고3 학생 가운데 약 25%이다.

학생들은 그들의 손에 쥔 투표권을 어떻게 행사할까. 또 우리 정치를 어떠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생각할까. 궁금증을 안고 19일 오후 청소년문화공동체 필통 기자 19명과 간담회를 가졌다. 개중 고3은 9명, 고1,2 학생은 10명이다. 투표권을 가진 이는 2명이었다.

19명의 학생 가운데 선거연령이 하향된 것을 반기는 이는 12명이었다. 만 19세로 유지돼야 한다는 의견은 6명,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명이었다. 선거권 하향을 반기는 이들은 시민으로의 권리확보를, 유지를 요구한 이들은 학생들의 정치적 무지를 반대 논리로 들었다.

이들은 선거권을 갖게 되면 다양한 정책을 정치인들에게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입시제도 합리화 ▲등하교 버스 무료 정책 도입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일자리 확충 ▲도시 지방간 문화향유권/교육향유권 차이 극복 ▲예체능 인재 양성 등 요구는 각양각색.

학생 가운데는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층이 가장 많았다. 무당층은 11명. 지지정당이 있다고 밝힌 학생 8명 가운데 6명은 정의당, 2명은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했다. 소위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학생은 없었다. 무당층이 많은 만큼 표심의 향방이 주목된다.

간담회 중 학생들이 가장 많은 답변을 한 것은 유권자가 되면 어떠한 정책들을 요구할 것인가와 만 16세까지 선거연령 하향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이었다. 정책요구와 투표권 하향에 관심이 쏠린 만큼, 이들이 투표권을 가지게 될 때의 변화가 궁금하다.

다음은 이들과의 일문일답

 

▲ 19일 청소년문화공동체 필통 기자들과 함께한 간담회

- 만 18세로 선거연령이 하향되면서, 고등학생 가운데 일부가 선거권을 갖게 됐다. 투표권을 가진 두 학생은 어떤 느낌인가?

원지현(자퇴생/만 18세) :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다. 투표나 정치활동을 하고 싶기도 했다. 투표권을 갖게 돼 기쁘다. 19살의 나이면 대부분의 경우 사회인과 비슷한 인정을 받는다. 투표권까지 갖게 되니 진정한 사회인이 된 것 같아 좋다. 투표도 할 생각이다.

김민수(경남예고3) : 정치는 잘 모른다. 투표할지 고민 중이다. 잘못된 결정을 내려 선거에 나쁜 영향을 미칠까봐 두렵다. 선거는 적은 차로 승패가 나뉜다. 다만 선거권을 갖게 된 건 기쁘게 생각한다. 갑자기 투표권을 얻어 당황스럽고 놀랍지만, 투표를 한다면 진지한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다.

 

▲ 김민수(경남예고3) 학생이 간담회에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 지난해 말 만 18세로 선거연령이 하향됐지만, 그간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았는데?

곽병규(진주고3) : 학교가 정치화된다거나 학생이 어려 선동될 수 있다는 논리가 있지만, 반대한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사안을 잘 모르는 사람들의 의견도 받아들여 중요한 결정을 하는 게 민주주의다. 학생은 엄연히 존재하는 집단이다. 하지만 그간 우리 사회와 정치에 대한 발언을 하기 힘들었고, 영향력도 없었다. 이제 다르다. 적지 않은 수의 학생들이 투표권을 갖게 되면서 미약하지만 고등학생들의 의견이 정책결정에 반영될 거다. 반길 일이다.

하강영(대아고3) : 투표권이 생기니 나라의 일원, 시민이 된 것 같아 기쁘다. 학생들에게 정치참여의 기회가 적었는데, 이제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좋다. 투표행위는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하다. 앞으로 우리의 목소리를 내면서 정책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기쁜 마음이다.

 

▲ 하지영(선명여고3) 학생이 간담회에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 선거연령을 만 16세까지 하향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어떻게 보나?

하지영(선명여고3) : OECD 가입국 중 우리나라 청소년의 문해력이 4위라고 한다. 청소년들의 판단이 떨어진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다른 나라를 조사하니 만 16세부터 선거권을 갖는 곳도 있더라. 북한도 만 17세면 선거권을 갖는다. 만 18세로의 선거연령 하향은 당연히 했어야 할 일이다. 앞으로 선거연령을 더 하향할지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민세진(제일여고3) : 만 16세까지 선거 하향은 아직 이르다. 청소년은 여전히 언론에 휘둘리고 가짜뉴스에 쉽게 속는다. 가짜뉴스를 보고 공유하거나 그것을 믿는 친구들도 적지 않다.

김민수(경남예고3) : 학생들에게 선거권을 주는 게 이해가 잘 안 간다. 취지는 좋다. 하지만 정치에 무지한 학생들이 많다. 학생들은 정치에 노출 안 되는 경우도 많다. 한 표가 선거 결과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좋지 않은 결과가 있을 수도 있다. 굳이 학생들에게 선거권이 필요한지 의문이다.

원지현(자퇴생/만 18세) : 정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투표권을 주지 않는 건 반민주적이다. 능력이 되고 안 되고를 떠나 누구나 한 표 행사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 청소년들에게 정치 이해도가 낮다고 하지만, 투표권 없는 상황이 지속되면 이해도는 더 내려갈 거다. 투표권을 갖고 투표해야 정치에 대한 이해도 오르고 관심도 가질 거다.

김의석(대아고3) : 만 16세로 선거연령을 하향하는 것에 찬성한다. 빠르다고도 하지만, 결국 해야할 일이다. 학생들에게 투표권이 없으니 학생이 아닌 학부모를 위한 정책이 만들어진다. 투표권을 가져야 학생을 위한 정책이 나온다. 만 18세만으로는 숫자가 적다. 더 낮춰야 우리 이야기를 활발히 하고, 우리를 위한 정책도 만들어질 거다.

정병훈(진양고3) : 중학교 시절 이미 3권분립의 가치나 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배웠다. 고등학교 와 더 깊게 배웠다. 뉴스를 보면 세상 돌아가는 일을 누구나 알 수 있다. 성인만 굳이 선거권을 가져야 할 이유가 없다. 선거연령 하향하는 게 맞다.

 

▲ 허윤지(삼현여고2) 학생이 간담회에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 고등학생 유권자가 되면 제시하고 싶은 정책은?

하지영(선명여고3) : 몸 불편한 학교 친구들, 또 경제적으로 어려운 친구들에 대한 지원을 좀 더 늘렸으면 한다. 지금도 지원이 있지만 한계가 있다. 모두에게 평등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보장됐으면 한다.

곽병규(진주고3) : 도시와 지방간 문화향유권 차이가 크다. 장범준을 좋아하는데 서울이나 인근 대도시를 가지 않으면 콘서트를 볼 수 없다. 지역에는 청소년이 즐길 문화요소도 부족하다. 청소년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문화적 요소를 지역에 확충해줬으면 한다.

원지현(자퇴생/ 만 18세) : 학교 밖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지원을 늘렸으면 한다. 혜택과 지원이 지금도 있지만, 제대로 홍보되지 않아 모르는 친구들이 많다. 나도 직접 찾아본 뒤에야 이러한 지원이 있다는 걸 알았다. 기존 정책에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하기도 해야 한다.

하강영(대아고3) : 대학입시에서 수도권/비수도권의 차이가 크다. 수도권에는 좋은 학원, 선생님이 있지만 지역은 그렇지 않다. 인터넷 강의가 있지만 수도권 지역 학원을 따라가기 힘들다. 비교과 활동도 부족하고, 대학 입시를 위한 스펙쌓기도 힘들다. 특히 문과 학생들은 대학 진학 후 공무원 아니면 치킨집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문과 학생들의 취업문제도 해결해줬으면 한다.

김의석(대아고3) : 조국 사퇴 이후 학생부종합전형은 약화되고, 정시는 강화되는 추세다. 학생부 종합 전형은 많은 걸 요구한다. 학교생활, 시험성적, 수능까지 준비하기 벅차다. 합리적인 입시제도를 짜야 한다.

정병훈(진양고3) : 학교 멀리 사는 친구들을 보면 지각도 잦고, 교통비로 한달에 6~7만원을 소비한다. 등하교 시간 교통편의를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 등하교 시간대만 시내버스 요금을 무료로 한다든지 스쿨버스를 도입했으면 좋겠다.

민세진(제일여고3) : 서울에는 고등학생이 아르바이트를 할 곳이 많지만, 지방에는 그렇지 않다. 일자리도 마찬가지다. 지역 일자리 확충이 필요하다.

김민수(경남예고3) : 피아노를 전공하고 있다. 예체능계 학생들의 일자리가 부족하다. 음악하는 사람과 결혼하지 말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일자리도 없고 수익도 부족한 우리나라 예체능 산업(문화예술사업)을 바꿔줬으면 한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면 악기를 다루는 학생들은 교향악단이라도 가지만 피아노, 성악을 하는 학생들은 유학을 가지 않는 이상 자신의 꿈을 끝까지 지키기 어렵다. 문화예술사업에 관심을 기울여 달라.

 

▲ 곽병규(진주고3) 학생이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 우리 정치를 어떻게 생각하나?

곽병규(진주고3) :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16년 국회 필리버스터와 2016~2017년 촛불집회였다. 당시에는 정치가 희망으로 보였다. 하지만 조국사태를 거치며 광장에 모인 시민들, 또 국회에서 일은 않고 광장정치만 하는 정치가들을 보며 상실감을 느꼈다. 모두 지지층만 바라보고 생산적 논의는 하지 않는다는 느낌이었다.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층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앞으로는 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모두 합리적인 정치를 폈으면 한다. 지지층만 보니 소통이 안 되는 거다. 국민이 일하는 국회를 느끼도록 했으면 한다.

허윤지(삼현여고2) : 뉴스를 보면서 국회의원들의 좋은 모습을 본 적은 별로 없다. 매번 여러 (부정적인) 사건들이 생기지 않나. 자신들의 이해를 지키려 정치를 한다는 생각이 적지 않게 들었다. 앞으로는 좀 달라졌으면 한다. 만 18세로 선거연령이 하향됐으니, 앞으로는 학교 교육 측면에 관심을 기울여 줬으면 한다. 좀 더 올바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