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쓰레기는 다 어디로 갔을까?

‘쓰레기 이야기 1’에서, 세월에 따라 밤참이 야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쓰레기가 더 많이 생겨난다고 했다. 이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그렇게 해서 나오는 쓰레기가 전체 쓰레기 양에 비하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쓰레기 실태를 간략하게 살펴보려고 한다. 딱딱한 통계자료가 다소 지루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실상을 제대로 알아보기 위해서는 달리 도리가 없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에서 내놓은 ‘2018년도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을 보면 쓰레기가 얼마나 나오는지, 짐작을 넘어선다. 2018년도에 나온 쓰레기-폐기물과 같은 말로 본다-는 하루 평균 43만 톤이 조금 넘는다. 그것을 종류에 따라 좀 더 살펴본다.

▲ 이영균 녹색당원

생활계폐기물(생활폐기물, 사업장생활계폐기물, 공사장생활계폐기물을 함께 포함)은 56,222 톤으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이다. 사업장배출시설계폐기물(지정폐기물-사업장 폐기물 중 폐유, 폐산 등 주변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거나 의료 폐기물 등 인체에 위해를 줄 수 있는 해로운 물질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폐기물-을 제외한 수치. 지정폐기물은 “지정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으로 별도 작성)은 167,726 톤으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9%이다. 건설폐기물은 206,951 톤으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8%이다.

하루 평균 배출량을 연도별로 보면, 2013년 380,709 톤, 2014년 388,486 톤, 2015년 404,812 톤, 2016년 415,345 톤, 2017년 414,626 톤, 2018년 430,899 톤이다. 2017년에 0.17% 줄어든 걸 제외하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13년에 비해 2018년은 12% 이상 많은 쓰레기를 만들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2017년에 생활계폐기물이 2016년에 비해 0.5% 줄었다는 점이다. 왜 그런지 면밀히 살펴보아야 할 대목이다.

사업장배출시설계폐기물에서 제외된 지정폐기물에 대해서도 찾아보았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에서 내놓은 ‘2018년도 지정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을 보면 2018년도 전체 지정폐기물 발생량은 총 5,616,847톤으로 전년도(5,440,290톤)보다 3.2%(176,557톤) 증가했다고 나와 있다. 증가 추이를 보면 놀라울 정도이다. 2010년에는 3,463,240 톤이 나왔는데 2018년에는 5,616,847 톤이나 나왔단다. 10년도 안 되는 사이에 1.6배나 늘어났다. 그 내용을 이름만 불러본다. 폐산, 폐알칼리, 폐유, 폐유기용제, 폐합성고분자화합물, 분진, 오니류, 의료폐기물, 기타-광재, 소각재, 안정화 또는 고형화 처리물, 폐내화물 및 도자기조각, 폐농약, 폐석면, 폐유독물, 폐주물사 및 폐사, 폐촉매, 폐페인트 및 폐락카, 폐흡착제 및 폐흡수제, 할로겐족유기용제, PCB함유 폐기물을 포함-들이다.

오니류가 무엇인지 퍽 궁금하다. 오니(汚泥)는 더러운 흙. 특히 오염 물질을 포함한 진흙을 이른다. 이런 것까지 알아서 뭘 할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의 결과물이 아닌가? 우리가 지구를 ‘소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영수증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머리를 떠나지 않는 것은, “그 많던 쓰레기는 다 어디로 갔을까?”라는 물음이다. 세월 따라 흘러 가버린 것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임은 분명하다. 어디에선가 자기 ‘몫’을 하고 있을 터이고, 그것이 인간에게 이로운 일이 아님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물론 처리-재활용, 매립, 소각 등-까지도 꼼꼼하게 따져보아야 하지만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게 먼저라서 처리 문제는 차차 살펴보기로 한다.

쓰레기가 쏟아지는 현실은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벌새 전설’을 떠올리게 한다.

아주 옛날, 인간이 생기기도 전에, 거대한 불길이 느닷없이 밀림을 덮쳤다. 기겁한 동물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났다. 그런데, 유독 한 동물만은 자리를 지켰다. 벌새라는 자그마한 새였다. 새는 강과 불이 난 숲을 쉼 없이 오가며 그 자그마한 부리로 물을 한 방울씩 길어다 불 위에 뿌린다.

커다란 부리를 가진 투칸이 벌새의 반복되는 행동을 지켜보다 못해 한마디 한다. “제정신이 아니구나, 벌새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잘 알잖니. 설마 온 숲의 불을 그렇게 끄려는 건 아니지?” 벌새가 대답한다. “음, 나 혼자서 대단한 걸 할 수 없다는 건 잘 알아. 하지만 해결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내 역할을 하고 있다고는 믿어.”

벌새는 몸길이 6.5∼21.5cm 정도란다. 참새보다 작은 것도 있고 조금 큰 것도 있는 모양이다. 조류 가운데서는 몸집이 아주 작은 편이다. 그럼에도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내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가 모두 그럴 수는 없다고 해도 많은 사람들이 벌새와 같은 마음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자그마한 부리로 물을 한 방울씩 길어다 불 위에 뿌’려야 하지 않을까? 커다란 부리를 가진 투칸과 같은 방관자는 되지 말아야 한다.

들머리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마음이 편치 않은 까닭은, 2019년 진주에서 두 번이나 강연을 한 ‘쓰레기 전문가’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의 “쓰레기 제로를 위해 개인의 실천을 너무 강조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미디어오늘> 2019.7.23)라는 말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말에는 동의할 수 있는 점도 있고 그렇지 않은 점도 있다. 앞에서 말한 대로 개인의 노력만으로 쓰레기를 줄이고, 쓰레기 제로로 가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개인이 만드는 쓰레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인이 쓰레기를 줄이는 것과 함께 염두에 두어야 하는 일이 있으니, 쓰레기를 줄이는 데 필요한 제도를 만드는 일이다. 이 점에 대한 ‘개인의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래서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 수도 있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근본적으로 해야 할 일은 기다리고 있다. 그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 제도를 바꾸고,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일이다.

오는 4월 총선에서는 어느 정당이, 어느 후보가 제도를 바꾸겠다고 하는지 새로운 제도를 만들겠다고 하는지,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수많은 벌새들의 작은 부리로 지구 한 모퉁이에서부터 불길을 잡아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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