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에서 농업·농촌의 대내외적 여건과 주요 현안들을 고려하여 2020년 10대 농정이슈를 선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농경연은 정부출연 연구기관으로 우리 농정의 방향을 끌어간다고 보면 가장 적절할 것입니다. 농정당국이 농경연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농정을 수립하거나, 농정당국이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의 내용을 농경연이 연구 조사해서 사업 타당성을 뒷받침해주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정작 최대의 이해당사자인 농민들은 매년 발표하는 농경연의 농정이슈를 찾아보느냐?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그간 농정당국의 정책이 현장의 농민들과 괴리돼 온 측면이 크기에 내 삶과는 상관없다고 거리를 두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올해 농경연이 제시한 농정이슈가 과연 농민들의 입장에서 타당한가에 대해서는 새삼스레 따져보며 논해봐야 하겠습니다.

▲ 구점숙 씨

△공익직불제의 세부제도 마련과 안정적 정착 △스마트농업 확산을 위한 기술혁신 및 생태계 구축 △국민 먹거리 보장성 및 포용성 제고를 위한 정책 강화 △원예농산물 수급 안정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 추진 등이 그 내용입니다. 직불제 개편을 제일 첫머리에 놓은 것으로 봐서 당국의 의지가 보입니다. 잘 해야겠지요.

그런데 그다음 순서가 문제입니다. 뜬금없이 스마트농업 확산을 위한 기술혁신이라고 당당히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거 실화입니까? 농민수당 문제를 말하려다 잘못 한 것 아닙니까? 진짜로 스마트농업 확산을 10대 농정이슈 중 두 번째로 보는 것입니까? 지난해에 현장 농민들의 엄청난 저항과 파장을 몰고 온 이슈라는 것을 정녕 모른다는 말인지요?

스마트농업 어쩌고 하는 내용은 네 번째에 제시된 원예농산물 수급 내용과도 정면 배치되는 내용입니다. 원예농산물의 과잉공급이 어디서 기인한 문제인지, 대규모 스마트 농장에서 생산한 원예농산물은 또 어떻게 할 계획일까요? 이러한 인식은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탁상연구의 최선봉입니다.

무엇보다 여성농민 의제가 하나도 제시되지 않은 문제는 심각하다 못해 암울하기조차 합니다. 성평등한 농촌을 만들고, 여성농민들이 생산자로서의 지위를 확보하는 이슈를 제일 첫머리에 올려놓아도 누가 뭐라 할 사항이 못 됩니다. 이는 단지 여성농민 문제를 해결하는 수준의 것만은 아닙니다. 여성이 행복한 농촌은 모두가 행복한 농촌이 됩니다. 여성이 농업의 주체가 되면 지속가능성이 담보되기가 쉽습니다.

지속가능성의 제일 시작은 사람입니다. 농업·농촌을 유지 발전시키는 주체의 문제를 중심에 놓았을 때 말의 앞뒤가 맞아 들어가는 것이지요. 정작 한국의 여성농민들은 공동경영주 등록에도 1%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 이 문제를 유심히 크게 보지 않고서 어떻게 변화된 농촌과 농업을 꿈꾸겠습니까? 바라건대 현장 농민들의 관심을 제대로 정리한 10대 농정이슈를 기대해보는 새로운 1월입니다.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