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면서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들. 아침에 일어나 옷 입고, 세수하고, 밥 먹고 준비해서 출근하는 일상이 어느 날 불편함으로 다가온다면 어떨까요? 필자도 19년 전 평범하게 살다가 생각도 못했던 교통사고로 목뼈가 부러지고 중추신경이 끊어져 사지마비 장애인이 됐을 때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는 걸 알았죠. 그전에 미처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하고 일상은 감사의 연속이었습니다.

사람이 일상에서 원하는 곳을 가고자 할 때 불편함 없이 이동할 권리를 이동권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버스나 지하철을 두고 대중교통이라 말합니다. 그런데 장애인에게 대한민국 현실은 그렇지 못하죠. 예를 들어 버스는 계단으로 되어 있어 휠체어가 오르내리기 힘들고, 지하철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도 있으니까요.

▲ 박홍서 장애인식개선 강사

여러분은 ‘교통약자’하면 어떤 사람들이 생각납니까?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 제2조에 따르면 교통약자란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 어린이 등 일상생활에서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이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불편이 따르는 사람을 말하죠.

그렇다면 우리나라 교통약자는 얼마나 될까요?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이 발표한 2018년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에 의하면 교통약자가 1,508만 명으로 인구 10명당 3명꼴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할까요? 물론 자가용도 있고 택시도 있을 테지만, 많은 사람들이 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교통약자를 위한 저상버스가 나왔는데 타보셨는지요? 저상버스는 바닥이 낮고 계단이 없어 누구나 이용하기 편하게 되어 있죠.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뿐 아니라 나이 많은 어르신, 어린이,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까지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에게 물었더니 저상버스를 이용해 본 적 없는 사람이 74%나 된다고 했습니다. 그 까닭이 무엇일까요? 바로 총보다 더 무섭다는 따가운 눈총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게 리프트나 슬로프가 달린 택시가 나왔지요. 흔히 ‘장애인 콜택시’라 불리는 교통약자 특별교통수단으로 이동이 어려운 사람을 위해 2006년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으로 도입됐습니다. 교통약자 콜택시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에게 유일한 교통수단이며, 모든 권리를 가능케 하는 필요요건이죠. 하지만 보행에 장애가 없는 장애인도 이용하기 때문에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은 시민적·정치적·사회적·문화적·경제적 권리에서 많은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진주시는 올해 보행에 장애가 있는 중증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교통약자 콜택시를 14대 증차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그 효과는 얼마 지나지 않아 예전과 똑같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2019년 7월 1일로 장애등급제가 폐지되어 개인 욕구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이용자는 기존 장애등급 2급에서 3급으로 확대했으니까요. 그러면 보행 가능한 사람도 보행이 어렵다는 이유로 교통약자 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으니까요.

법정대수 산정기준에 문제가 있습니다. 특별교통수단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65세 이상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사람, 임산부, 일시적 장애로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이 이용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법정대수 산정에 장애인 숫자만 포함합니다. 다시 말해 1~2급 장애인 200명당 1대였다가 3급까지 확대해 150명당 1대로 바뀌었죠. 그러다보니 법정대수와 이용대상자 간 차이로 대기시간은 길어질 수밖에요. 그래서 보행이 가능한 중증장애인의 이동권을 위해 바우처택시 도입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필자가 타 시·도 바우처택시 운영방식을 조사한 바에 의하면 경기도 수원은 일반택시 영업은 하지 않고 교통약자만 대상으로 하는 ‘전용임차’ 운영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화성과 용인시 경우는 택시회사 위탁 또는 공개모집을 통해 채용한 택시기사가 일반인과 교통약자를 이용 대상으로 영업하는 ‘일부임차‘ 운영방식을, 경기도 성남시는 교통약자가 바우처택시 복지카드를 발급받아 관내 일반택시 전체를 이용하고 이용금액은 시에서 보전하는 바우처 ’복지카드‘ 운영방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경상남도 교통정책과 담당자에게 문의했더니, 18개 시·군 교통행정 담당자와 업무 협의를 통해 바우처택시 제도 도입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진주시의회는 올해 안으로 교통약자 이동편의 조례개정으로 장애인 이동권 보장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고, 진주시는 예산 편성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교통약자를 위해 안전하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저상버스도 확대해야 합니다. 저상버스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이동이 불편한 어르신이나 임산부, 유아차도 오르내리기 편하니까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도농복합도시인 진주는 저상버스를 더 많이 늘려야 합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국 저상버스 보급률이 23.4%입니다. 그에 비하면 도내 18개 시·군 평균은 18%정도이고, 진주시는 7.5%에 불과합니다, 반면에 서울은 45%, 대구는 34.6%, 대전은 27.5%로 전국 보급률을 상회하는데, 이것만 보더라도 저상버스가 소도시보다 대도시에 편중한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지역 간 불균형이 심각하고 평등권마저 침해받는 까닭은 지자체별 운영방식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죠.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 제16조 특별교통수단의 운행 등에서 제8항 특별교통수단 운영에 관한 필요한 사항을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위임했기 때문이죠. 이에 따라 진주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조례 제9조 2항에 “시내버스 노선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경영하는 자는 매년 교체되는 시내버스 차량의 50퍼센트 이상을 저상버스로 대체하여야 한다.”고 했지만 여태껏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교통약자 콜택시 개선방안은 양적 문제도 중요하지만 질적 문제도 생각해야 합니다.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이 시행되어 저상버스가 도입된 지 15년째지만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게 없습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대중의 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장애인 승객이 탑승 시 기사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잘 모른다고 합니다. 최근 군포시에서 저상버스 기사가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의 탑승을 거부하는 사건이 있었죠. 이런 일이 발생하면 사업주에게 책임을 묻고, 지자체는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야 합니다.

2018년 6월 28일 국가인권위원회는 교통약자 이동권 증진을 위한 정책권고 결정을 통해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특별교통수단은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우선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방안을 강구하라”고 한바 있습니다. 실제로 콜택시를 이용하다 보면 기사들로부터 휠체어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진주시는 앞으로 신중하게 고민해봐야 합니다. 이는 특별교통수단을 도입한 취지에 역행하는 일이니까요.

어쨌거나 교통약자 이동권 문제는 우리들 모두의 문제인 건 분명합니다. 장애가 있든 없든 남녀노소 누구나 불편을 느끼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해결을 위해 시민들 인식도 바뀌어야 하죠. 교통수단만 도입할 것이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서로 다른 개인끼리 구성된 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잘 정비된 법과 제도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과 인간에 대한 존엄이 먼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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