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TV 드라마를 즐겨보는 편은 아니지만 요즘 재미있게 챙겨보는 드라마가 ‘낭만닥터 김사부 2’이다. 다른 지상파 채널에서 같은 시간대에 검찰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를 하고 있지만 법정 드라마는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보지 않았다.

드라마 주인공 중 젊은 의사인 서우진은 가족동반자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아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기억 때문에 가족동반자살을 시도한 가장의 수술을 거절하는데, 의사의 의무감으로 결국 수술을 하게 되고 환자를 살린다.

살아남은 가장은 ‘왜 살렸어요? 그냥 죽게 놔두지’라며 오히려 원망한다. 서우진은 ‘평생 자책하고 괴로워하면서 아파하면서 두고두고 죄값 치르라’고 하며 분노한다.

▲ 류기정 변호사

동반자살을 시도하다 살아남은 사람은 형법상 자살방조죄로 처벌된다. 사건의 경위나 나이 등을 참작하여 집행유예 판결을 선고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서우진의 말처럼 살아남은 사람은 자신에게 가해질 형벌이나 자살을 하게 된 삶의 고통보다, 더 힘든 시간을 죄값을 치르며 보내게 될 것이다.

자살을 하게 된 그 이유가 뭐든 타인의 생명을 빼앗을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고, 정당화 될 수 없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장애, 빈곤 등 전통적인 사회적 위험뿐만 아니라 양극화, 혐오,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 분노조절장애 등 새로운 사회적 위험이 급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자살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타인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보게 된다. 생명경시의 시대, 타인에 대한 공감 부족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인간마저도 효율성으로 평가되기도 하는데 이 모든 것들은 급격한 성장을 배경으로 한 자본주의의 그늘이다.

우리는 적자라는 이유로 폐업한 진주의료원을 가까이서 지켜보았고, 병실이 있는데도 병원 측의 거부로 환자를 받지 못했다는 이국종 교수의 증언도 들었다. ‘무슨 사정이 있겠지’라며 애써 이해해보려 하지만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것이기에 마음이 무거워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위 드라마의 주인공인 김사부는 효율성과 가성비를 따지는 치열한 의료현실에서 자기만의 ‘낭만’(드라마에서 김사부는 낭만을 전문용어로 '개멋부린다'고 한다)을 지키려고 한다.

효율성의 시대, 가성비의 시대에 낭만을 찾는다고 하면 배부른 소리라고 볼 수 있겠다만 낭만의 또 다른 말은 공감이고, 용서이며,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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