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시민모임 “철저한 고증 없이 이야기를 과학적 소재로 확장하는 것은 위험” 우려

[단디뉴스=이은상 기자] “남강변에 전통 나룻배를 띄우고, 소망진산 전망대에는 조선시대 하늘을 나는 비행기 '비거'가 도약한다.”

 

▲ 진주시가 비거 테마 공원 조성사업’ 계획안을 22일 발표했다.

조규일 시장의 공약사항이었던 ‘원더풀 남강프로젝트’사업이 가시화되고 있다. 조 시장은 22일 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더풀 남강프로젝트 사업 중 하나인 ‘비거 테마 공원 조성사업’ 계획안을 발표했다.

시는 임진왜란 진주성 전투 당시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비거를 구현하고 이를 관광자원화 할 계획이다. 이 계획안은 올해부터 2024년까지 5년간 사업비 1270억 원을 투입해 소망진산 일대에 비거를 관람하고 체험할 수 있는 테마공원을 조성하고, ‘진주성 비거 과학축제’를 개최하는 것을 담고 있다.

시는 올해 도시공원 일몰제 실효 대상으로 난개발이 우려되는 소망진산 공원 부지에 근린공원을 조성해 시민들에게 돌려준다는 계획이다. 이곳 부지(22ha)에는 유등테마공원과 남강수상레포츠 센터와 연계한 복합문화 시설이 들어설 전망이다.

 

▲ 비거 테마공원.

비거 테마공원 조성은 두 단계로 나눠 실시된다. 시는 총 사업비 1270억 원 가운데, 800억 원을 투입해 토지를 매입하고 80ha 규모의 도시 숲을 조성한다. 공모사업을 통해 선정된 민간 사업자는 47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기부채납 방식으로 공원 내 관광·편의 시설을 설치한다.

비거 테마공원 내 들어설 관광·편의 시설은 △복합전망타워 △비거 전시관 △비거 글라이더(짚라인) △모노레일 △유스호스텔 등이다.

공원의 콘텐츠는 △과학탐방 시설 공간으로서의 비거 △즐거운 과학역사 체험공간으로서의 비거 △다함께 즐기는 축제문화로서의 비거 3가지로 채워진다.

체험 공간에는 비거 만들기 체험, 비거교실, 정평구의 과학소품 개발, 비거 VR 콘텐츠, 비거 열기구 타기, 비거비행 프로그램 등이 운영된다. 시는 비거 모형 관광 상품도 개발할 계획이다.

시는 비거 테마 공원 조성 사업이 진주대첩광장 조성, 관찰사 집무실 및 중영 복원, 남강변 중형 다목적 센터 설립, 옛 진주역 철도부지 재생 프로젝트 등과 함께 원더풀 남강 프로젝트 추진에 활력을 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유등테마 공원.

하지만 비거의 관광자원화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사업 추진에 앞서 비거에 대한 역사적 진실 규명과 용어에 대한 정리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다. 그간 비거에 대한 구체적인 설계도가 없어 역사적 진실 규명에 한계가 있고, 한자 ‘車’에 대한 해석을 두고 ‘하늘을 나는 수레’ 비거로 해석하면, 이는 비행기로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창래 역사진주시민모임 공동대표는 “정평구가 진주성 전투에서 비거를 발명해 활용했다는 기록은 나왔지만, 임진왜란 후 150여 년이 지난 시점에 구전되어 전해진 것인 만큼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철저한 고증 작업 없이 스토리텔링에 국한된 소재를 과학적 소재로 확장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조규일 진주시장은 “‘車’에 대한 명칭은 해석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또 비거에 대한 설계도가 남아있지 않아 진실성에 대한 논쟁의 여지는 있다”면서도 “역사적 진실여부를 떠나 진주를 소재로 한 옛 기록을 바탕으로 과학적 상상력을 동원해 이를 관광자원화 한다는 것에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한편 비거는 1593년, 임진왜란 당시 화약군관이었던 정평구가 성에 갇힌 백성의 인명구조와 공중 폭약 투하 수단 등으로 발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거에 대한 기록은 신경준 선생이 1754년 지은 ‘거제책’, 이규경 선생이 1855년에 지은 ‘오주연문장전산고’ 등에 수록돼 있다. 비거가 진주성에서 사용되었다는 기록은 1923년 사학자 권덕규 선생이 지은 ‘조선어문경위’에서 언급된 것이 최초다.

 

▲ 비거 복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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