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코테크의 그림들] 장면의 순간포착

김준식 지수중학교 교장l승인2020.01.07l수정2020.01.07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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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inzug König Ottos in Nauplia, 269 cm X 415 cm, Oil on Canvas, 1835..jpg

19세기 초, 유럽의 정세는 그야말로 ‘격동' 그 자체였다. 민족주의의 등장으로 지금까지 강대국의 식민지로 있던 여러 나라들이 독립 전쟁을 일으켰고, 이러한 움직임을 두려워한 선진 열강들은 그들의 요구를 일부는 수용하고 또 일부는 군사력으로 진압하면서 국제 정세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애쓴 시기였다.

이러한 국제 정세 속에서 그려진 이 그림은, 예술적 영감이나 감각적인 표현기법보다는 역사적 순간의 장면을 기록하려는 의도로, 매우 정교하며 사실적인 표현 기법으로 화면을 가득 채워, 마치 기록 사진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1832년 런던회의에서는 영국, 프랑스, 러시아의 보호 아래 오스만투르크의 지배로부터 벗어난 그리스를 새 독립 왕국으로 승인하였다. 그곳의 초대 왕이 된 사람은 그리스 사람이 아니라 독일계 비텔스바흐 왕가 출신의 Othon(오톤, 독일 명 Otto) 왕이었다. 그는 독일 바이에른 왕국의 왕 루트비히 1세의 차남으로서, 1832년 그리스 왕이 되었다.

이 그림이 그려진 1835년은 어린 나이(17세)에 왕위에 오른 탓에 섭정을 받다가 마침내 성인이 된 Othon왕이 직접 그리스를 다스리기 시작한 해이다. 그 해 Othon왕은 인근 이탈리아 나폴리 지역을 순방했는데 당시 나폴리는 나폴리 공국의 쇠퇴로 1860년 이탈리아 통일의 과정에서 가리발디에게 점령당하기 전의 극심한 혼란 상태였다.

그림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복장, 특히 모자에 유의해보자. 터번을 두른 사람과 터키 전통 모자 ‘페즈’를 쓴 사람들, 그리고 프랑스식 군대 모자인 이각모 ‘비콘’과 프로이센의 철모 ‘피켈 하우베’까지 매우 다양하다. 이런 여러 가지 모자가 등장한 것은 당시 그리스의 상황과 매우 관련이 깊다.

▲ 김준식 지수중학교 교장

Othon왕이 초대 그리스 국왕이 되기 전까지 그리스는 투르크가 사실상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에 투르크, 즉 터키식 모자와 이슬람식 터번을 두른 사람들이 그리스에 많았고, 그 뒤 새 왕국이 형성된 뒤에는 왕을 따라 그리스에 들어온 근대 국가의 군복과 모자를 쓴 사람들이 공존했던 시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멀리 뒤편으로 보이는 성은 나폴리의 유명한 고성(古城)인 카스텔 델로보성이다. 그 뒤 바다 위에는 Othon왕이 타고 온 함대가 만국기를 달고 축포를 쏘며 자욱하게 포연을 피우고 있다. 범선과 기선이 혼재된 19세기 중엽 군함의 모습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그림은 요즘의 상황으로 말하자면 일종의 ‘보도사진’으로 볼 수 있다. 이 그림을 그린 Peter von Hess(페테르 폰 헤스, 1792-1871)는 독일 뮌헨 출신으로 처음에는 화가였던 아버지로부터 그림 교육을 받다가 1806년 16세 때 뮌헨 아카데미에 입학하여 그곳의 교수였던 코벨에게 사사 받는다.

1818년에 헤스는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풍경화의 기법에 눈을 뜨게 된다. 그의 그림은 매우 사실적인 면이 강조되었기 때문에 당시 바이에른 왕이었던 루트비히 1세의 요청에 따라 1833년 그리스 아테네에 파견된다. 거기서 그는 루트비히의 아들이었던 Othon왕을 수행하면서 왕의 활동을 그리는데(마치 사진처럼 기록을 남길 목적으로), 그 중 하나가 이 그림이다.

이 그림은 가로 길이가 300cm에 이를 만큼 큰 작품이다. 화면 속에는 매우 다양한 인물이 마치 사진처럼 가감 없이 묘사되어 있는데, Othon왕의 나폴리 입성에 불만을 표시하는 나폴리 원주민의 표정에서부터, 환영 인파 속 사람들을 따라온 개들의 모습까지 당시의 한순간을 완벽하게 포착하고 있다. 지금은 방파제로 둘러싸인 나폴리 항의 모습이 당시에는 해변 그대로 보이고 저 멀리 폼페이 베수비오 화산의 일부분도 보인다.


김준식 지수중학교 교장  qjsshl1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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