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작곡가 드미뜨리 쇼스타꼬비치의 '버라이어티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음곡'

날씨가 추워지면 추운 나라의 음악이 더 어울릴 것 같은 묘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러시아 작곡가 드미뜨리 쇼스타꼬비치의 '버라이어티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음곡'을 한 번 들어보면 어떨까 싶다.

한 때 이 곡은 '재즈 모음곡'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최근에야 정확한 이름을 되찾았다. 하지만 아직은 새로운 곡명이 생소하다. 제목은 몰라도 들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곡이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 그리고 우리나라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 쓰인 덕에 러시아 음악 중 가장 귀에 익은 음악들이다.

'왈츠'하면 흔히 3/4박자 비엔나 왈츠의 밝고 흥겨운 멜로디가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러시아 작곡가들의 왈츠는 비엔나 왈츠와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심지어 러시아 지휘자와 악단이 지휘한 비엔나 왈츠를 들었는데 왠지 조금은 칙칙한, 묘한 느낌을 받았다.

긴 겨울, 혹한을 살고 있는 러시아 사람들의 곡에서는 특유의 우울한 정서가 배어난다.

지금 소개하는 쇼스타코비치의 모음곡 2번 중의 왈츠 또한 그러하다. 이런 느낌은 많은 음악들에서 나타난다. 심지어 차이콥스키의 3대 발레 음악에 쓰인 왈츠도 그런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우울하다고 음악이 좋지 않은 건 아니니 괜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사실 우리에겐 모음곡 제2번의 왈츠만 알려져 있지만 모음곡 1, 2번 모두 아주 듣기 좋은 음악으로 꽉 채워져 있다. 인기 있는 곡이니 연주회에서도 자주 연주되는데, 몇 달 전 서울 시향을 지휘한 오스트리아 출신 만프레드 호네크란 지휘자의 연주 영상이 아주 좋았다.

이 영상은 2017년 뮌헨의 오데온 광장에서 열린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의 연주 실황인데, 호네크의 유려한 지휘 동작이 너무 아름답다.

관련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qPmnn_iTQJE

그리고 음반은 오래 전에 KBS 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있었던 러시아 출신의 드미뜨리 끼따옌코가 프랑크부르트 방송 교향악단을 지휘한 연주(RCA)를 추천한다. 앞서 말한 러시아의 우울하고 칙칙한 정서를 가장 잘 표현한 연주가 아닌가 생각한다.

지금 가장 유명한 연주는 이탈리아 출신의 라카르도 샤이가 지휘한 로열 콘쎄르트 허바우 연주(DECCA)를 꼽긴 하지만 내겐 앞서 소개한 음반이 러시아 정서에 훨씬 더 맞지 않나 생각한다.

깊어가는 겨울, 러시아 왈츠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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