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삽질>을 간략히 소개한 글을 옮기면 이렇다. “대한민국 모두를 잘 살게 해주겠다는 새빨간 거짓말로 국민들의 뒤통수를 친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을 12년간 밀착 취재해 그 실체를 낱낱이 파헤친 추적 다큐멘터리이다.”

11월 14일에 개봉한 영화를 12월 9일 보았다. 진주환경운동연합에서 주관하는 감동후불제 공동체 상영에서였다. 시작 시각 20여 분 전쯤에 극장에 들어갔다. 빈자리가 더 많았다. 그런데 영화를 시작할 때가 되니 자리는 거의 다 찼다. “흘러라, 4대강!”을 외치고 영화를 본다.

영화를 보는 내내 참 많이 불편했다. 화도 났다. 입에서 욕이 튀어나올 뻔도 했다. 맨 먼저 눈에 든 것은 이른바 녹조라떼였다. 강이 그렇게까지 망가질 수 있다는 경고를 한 문건이 있었다는 사실이 영화에서 밝혀진다. 애초 사업을 시작하면서 했던 말은 다 새빨간 거짓말이었음이 확인된다.

▲ 이영균 녹색당원

<녹조라떼 드실래요> 31쪽에는 “과학전문지 『싸이언스』는 2010년 3월 26일 ‘복원인가 파괴인가? Restoration or Devastation?'라는 제목으로 4대강 사업을 다룬 특집기사를 게재했다. 한국의 논란거리인 4대강 사업은 생태계를 변경시키고 녹색뉴딜 운동의 상징으로 빛을 잃었다고 주장하면서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①16개 보 설치와 대규모 준설을 하면 강은 호수로 변하고 ②하천에 서식하는 많은 생물종이 사라질 것이며 ③4대강 사업은 선진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하천관리방식이 아니고 ④사업을 위해 데이터를 왜곡하여 쓸데없는 대규모 건설사업을 정당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라고 나와 있다. 나라 밖에서까지 이런 지적이 있었다는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그럼에도 삽질을 감행한 까닭은 영화를 통해 알 수 있다.

시작은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었다. 촛불을 든 국민들이 그 사업을 가로막았다. 국민이 반대하면 하지 않겠다고 항복 선언을 한다. 그러고도 무슨 미련이 남았던지 말을 바꾼다. 4대강 살리기로 포장을 하고 여러 수단을 동원한다. 이른바 전문가라는 사이비 학자, 언론이라는 기레기 나팔수,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동조하는 정치 동업자, 죽으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하는 영혼 없는 관료, 이익이라면 지옥도 마다하지 않는 기업가 들까지 꿀단지로 몰려드는 개미떼와 다르지 않다. 22조가 더 들어간 4대강 사업은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식으로 진행된다. 깃발을 들고 지휘하는 사람이 그 깃발을 내려놓기 전에 마무리하기 위해 밤낮없이 강을 망가뜨린다. 흔적 지우기는 얼마나 많았을까? 비자금을 모으는 술수가 영화에 낱낱이 나온다.

4대강 독립군이 없었으면 이 영화는 세상에 나올 수 없었다. 많은 독립군들 가운데 꼭 기억하고 싶은 두 사람은 김병기, 김종술이다. 김병기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이면서 이 영화 감독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영화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다. 4대강 사업 어록을 들고 그 장본인들을 쫓아간다. 얼마나 많은지 기억할 수 없다. 그들은 한결같은 반응을 보인다. 취재를 거부하기도 하고 취재를 두려워하기도 한다. 얼굴을 가리기에 바쁜 사람도 있다. 후안무치한 철면피도 있다. 도망을 치는 이도 있다. 욕을 하며 달아나는 작자도 있었다. 그러면 “한 말씀만…”을 버릇처럼 외치는 집요한 인터뷰는 끝난다. 카메라와 마이크로부터 벗어나려는 그들의 행태는 지난 잘못을 웅변으로 인정하는 것이리라.

김종술은 ‘금강요정’이라는 별명이 붙은 사람이다. 금강을 온몸으로 지켜낸 인물이다. <위대한 강의 삶과 죽음>을 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이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금강에서 벌어진 일들을 낱낱이 기록한 책이다. 이 책에는 녹조라떼, 큰빗이끼벌레, 붉은깔따구 들이 사진과 함께 실려 있다. 금강이 얼마나 망가졌는지를, 온갖 수모를 견디며 보여준 독립군이다. 독립군의 전투현장과 전과는 영화를 통해 거듭 확인할 수 있다.

영화에는 또 이명박과 4대강 부역자들이 등장한다. 초호화 캐스팅이라고도 하지만, 참으로 뻔뻔하고 한심한 얼굴들이다. <녹조라떼 드실래요> 부록에는 ‘4대강 찬동인사 주요 발언 모음’을 정리하고 있다. 거기에는 ‘4대강 S(스페셜)급 찬동 인사’로 9명을 꼽고 있다. 이명박(대통령), 권도엽(국토해양부 장관), 김건호(한국수자원공사 사장), 박석순(국립환경과학원 원장), 박재광(미국위스콘신대학 교수), 심명필(4대강 추진본부 본부장), 이만의(환경부 장관), 이재오(한나라당 국회의원), 정종환(국토해양부 장관), 차윤정(4대강 추진본부 환경부본부장) 들이다. 우리는 이 이름들을 언제까지라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들 가운데 여럿이 영화에 등장한다. 그러나 제대로 해명을 하거나 변명을 하는 이는 한 사람도 없다. 역사의 심판에서 벗어날 길이 없을 것이다. 하늘이 친 그물은 눈이 성기지만 그래도 굉장히 넓어서 벌을 주는 일을 빠뜨리지 않는다고 했다.

‘삽질’을 사전에는 ‘삽으로 땅을 파는 작업’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런데 속어로는 ‘아무 의미도 없는 짓, 혹은 해놓고 나니 하나마나하게 된 일’이란 뜻으로도 쓰인단다. 그러나 4대강 살리기라는 새빨간 거짓말-수질 개선, 홍수 대비, 가뭄 극복-로 강을 망친 삽질은 ‘아무 의미도 없는 짓’이 결코 아니다. 아주 큰 의미가 있는 일이다. 권력자가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어떻게 남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보기이다. 앞으로는 이런 보기를 용납하지 않아야 함을 알려주는 각성제이다. ‘해놓고 나니 하나마나하게 된 일’ 또한 아니다.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흘러야 하는 물을 막으면서 물을 맑게 하기 위해서라는 앞뒤도 안 맞는 말이 통하는 세상이 아님을 영화는 보여준다. 이렇게 영화 <삽질>은 이명박이 벌인 4대강 ‘삽질’을 파헤쳤다.

<새로고침 대한민국>이라는 책에는 ‘아직 끝나지 않은 비극 ▶4대강 복원’(522∼527쪽)이라는 글이 실려 있다. 마무리 대목에서 이렇게 제안하고 있다. 간추려 옮겨본다.

“길을 잃으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걸음을 멈추고 자기 위치를 파악하기다. 4대강 사업도 제대로 된 평가 없이 관행적 사업을 덧붙이거나 임시변통식 대책들을 더해 문제를 더 꼬이게 하면 안 된다.…철저한 평가와 극복을 통해 한국의 물 정책을 바로 세울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4대강 사업의 지속 사업과 후속 사업을 중단하자. 4대강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게 긴급 조치를 취하자. 4대강 사업을 전면 재평가하자. 4대강 복원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자. 시행착오가 반복되지 않게 제도를 정비하자.”

영화는 94분 동안 이어진다. 내내 불편하기만 하다. 그 불편함의 근원은 혼자서 또는 끼리끼리 투덜거리기는 했어도 촛불 한 번 들지 않았던 것에 있다. 함께하지 못한 업보로부터 비롯된 불편함이다. 그래서 불편함을 견뎌야 했다. 화면 오른쪽에 수많은 글자들이 올라오는, 마무리 장면에서는 맑은 강에서 흐르는 물에 몸을 맡기고 헤엄을 치고 있는 물고기를 보았다. 제대로 된 4대강 살리기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현장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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