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갑자기 문희상 안이라니?

강문순 발행인l승인2019.12.06l수정2019.12.06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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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희상 국회의장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하여 시민사회의 반대가 거세다. G20 의회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공식방문한 문희상 국회의장이 와세다 대학에서 뜬금없이 ‘1+1(일본기업 + 한국기업의 자발적 출연금)안’을 제시한 후 ‘1+1+@(일본기업 + 한국기업의 자발적 출연금 + 양국 국민의 성금)안’, ‘2+2+@+화해치유재단의 남은 돈 60억원 (일본 기업의 출연금과 일본 정부[화해치유재단의 남은 돈 60억원을 일본 정부의 출연금으로 친다] + 한국 기업의 출연금 + 한국정부[새로 설립될 기억인권재단의 운영비 부담] + 양국 국민의 성금)안’으로 가지를 치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더니 급기야 12월 중순까지 이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한다.

뜬금없긴 하지만 억지로 이해하려고 한다면, 2018년 일본의 기업이 강제징용노동자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 이후 일본의 수출규제, 지소미아 종료 등으로 이어진 양국 간의 경색된 외교 상황을 어떻게든 풀어보려는 우국충정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는 안 된다. 그런 우국충정이었다면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었어야 한다.

▲ 강문순 발행인

2015년 연말의 악몽이 고스란히 되살아나고 있는 것 같다. 악몽이란 2015년 12월 28일, “최종적이며 불가역적 해결”이라는 굴욕적인 한일합의가 이루어진 후 우리 국민들이 느꼈던 그 충격과 분노를 말한다. 정부가 피해자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10억 엔을 받는 것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발표하던 당시의 충격과 분노 말이다. 문재인 정부가 일본이 합의금이라며 주었던 돈으로 설립했던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하고 재원을 마련하여 그 돈을 일본에 되돌려주겠다고 밝혀 이제야 이 문제의 본질적인 해결로 한 발짝 다가서나 했던 기대가 문희상 국회의장의 제안과 발의를 통해 크게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와세다 대학에서의 문 의장 발언 이후 시민사회단체들은 입을 모아, “피해자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또 이런 안을 내놓다니 2015년과 달리진 것이 없다”, “이 문제의 핵심은 돈이 아니라 일본 정부의 과거사 책임 인정과 사죄와 배상이다”, “문희상 안은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일본과 한국의 기업에 지우는, 책임 소재를 분산시키고 흐리는 잘못된 안이다”, “일본의 불법적인 식민지 지배책임을 인정하는 2018년의 강제징용노동자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뒤집는 안이다” 라며 이 안이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력히 말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희상 국회의장은 오불관언으로 자신의 안을 골자로 하는 법안의 발의를 천명하고 나선 것이다. 이 안을 들으며 가장 먼저 의문이 든 것은 ‘왜 우리의 정치인들은 강제동원 노동자와 ‘위안부’ 피해자의 문제를 고민하면서 돈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일까‘ 하는 것이었다. 돈 얼마를 주면 그 분들의 오랜 고통이 다 사라진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강제동원 노동자와 ‘위안부’ 피해자의 문제는 돈의 문제이기 이전에 자신과 삶의 존엄의 문제이다. 자신에게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들이 “내가 잘못해서 당신이 고통받았다”라고 인정을 할 때 그로써 자신의 고통의 이유를 확인하고 자신의 삶의 정당성과 존엄성을 회복하게 되는 문제이다. 또한 그를 통해 자신들의 경험을 통해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사회를 만들고 있다는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는 것이다. 국가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국가의 앞날을 위한다면 가해국의 책임 인정과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 가해국이 조성해서 시혜처럼 던져주는 돈을 받아 피해자들에 전달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더 궁금한 것은 이처럼 문제의 본질에서 한참을 벗어난 이 법안을 왜 이리 급하게 발의하고 처리하고자 하는가라는 점이다. 몇 년씩 묻혀 있다가 자동으로 폐기되는 법들도 허다하고 지금도 처리되어야 할 시급한 법안들이 산적해 있다는데 문희상 국회의장은 왜 이 법안이 이 시기에 그리 급하게 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의아하기만 하다.

게다가 ‘위안부’ 지원단체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자 지난 주말을 넘기면서 이 법안에서는 ‘위안부’ 문제와 화해치유재단의 남은 돈 60억원을 기금에 합하는 문제는 빼고 법안 발의를 진행하겠다고 한다.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이익과 목적을 위해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소위 ‘물타기’), 피해자들을 분열시키는(소위 ‘갈라치기’) 그 행태가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왜 이법을 이리도 급하게, 노골적인 수법을 동원해가며 만들려고 하는지 정말 궁금하다.

전문가들은 이 안이 피상적으로라도 일본정부의 사실인정과 사죄가 들어 있던 2015년 12.28합의보다도 더 후퇴한 안이라고 한다. 일본의 책임 인정과 사죄라는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책임을 분산함으로써 가해국 일본에게 면죄부를 안겨주는 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렇게 문제가 많은 문희상 법안이 발의되고 통과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 우리 모두가 나서서 함께 막아낼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에 제대로 책임을 묻고 그에 합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정치인들은 잘 보이지 않고, 있다하더라도 그 목소리가 미약하니 우리 국민들이 목소리를 낼밖에.


강문순 발행인  dand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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