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진주신문 가을문예로 출발해 신인 문인 발굴

[단디뉴스=김순종 기자] 올해로 25회를 맞은 ‘진주가을문예’ 당선자가 가려졌다. 시는 <믿음과 기분> 외 4편을 낸 정혜정 시인(39), 소설은 단편 <칼>과 <쓸데없이 싸우는>을 낸 장수주 소설가(40)가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시상식은 오는 30일 오후 4시 진주 현장아트홀에서 열린다.

 

▲ 당선자 정혜정 시인(왼쪽)과 장수주 소설가(오른쪽)

심사위원들은 정혜정 시인의 당선작 <믿음과 기분>에 “읽고 있는 지금 이 행보다 읽어나갈 다음 행이 더 기대되는 마음으로 우리를 집중하게 했다. 사유가 뒤에서 밀어주기에 말이 되는 언어유희였다. 즐거웠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좋은 시는 읽는 이의 눈과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는 눈빛이 있다. 시인은 문장에 눈을 심어놓은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정혜정 시인은 “어느 날, 시라는 아름다운 방문자가 찾아와 주어 아름다운 영혼이 기거할 만한 일상(루틴)을 꾸렸다. 아름다운 방문자가 찾아와 주었으니 내 삶도 아름다워져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했다”며 “필드와 함성에서 멀찍이 떨어진 외야석에 앉아 있다 영문 모를 홈런볼을 움켜쥔 기분이다. 감사드린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믿음과 기분

정 혜 정

믿음을 가지면 리듬을 가질 수 있다
조그만 세계에 후두두 떨어져 내리는
빗방울 조율할 수 있다
크고 나쁜 소식이
작고 좋은 소식과
섞일 수 있도록

달린다
잽싸게 혹은 느리게
정곡을 찌르는 속력으로

바다에 가까이 산다는 것은
바다에 가까이 산다는 기분과 사는 것
이따금 바다로 향하는 버스가
앞을 스쳐

지나간다
일정한 속력으로

없는 것에 대한 믿음을 가지는 것과
있는 것에 대한 기분을 가지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오후가 있다

얼굴이 필요해 애인의 얼굴을 가지는 것과
아름다움 없어서 아름다움으로 채우는 것에 대해
골몰하는 거울이 있다

거울의 파편에 비치는 것

지나가고 있다

여름 아니고
가을 아니고
계절만의 속력으로

심사위원들은 장수주 소설가의 당선작 <쓸데없이 싸우는>에는 “인물의 복잡한 심리와 불편한 관계를 세련되게 다루면서 최근 화두인 ‘혐오’를 효과적으로 드러낸 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작가가 작품에서 직접 발언하지 않고 이야기만으로 주제를 드러내는 솜씨도 탁월했다. 글을 읽은 뒤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는 점도 좋았다”고 했다.

장수주 소설가는 “‘내 소설 속 주인공들은 하나 같이 남루하고 초라한데, 왜 나는 새벽마다 몽유병을 앓듯이 이들이 만드는 보잘 것 없는 세계 속을 이리저리 헤매는 걸까’라는 고민 속에 소설을 그만쓰자고 생각도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며 “나보다 나를 더 믿어준 남편, 지도해주신 선생님들, 합평해준 문우님들과 심사위원들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단편소설 <쓸데없이 싸우는>은 성공한 영화감독인 도운과 결혼을 앞둔 배우 지은이 저녁식사에 초대받으면서 자신의 전 남편이자, 동생 오하은의 애인인 장시하를 만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다. 그는 도운과 배우 해진의 불륜설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결혼을 밀어붙일 생각을 한다. ‘쓸데없이 싸우고 있다’는 깨달음 때문이다.

김장하 남성문화재단 이사장은 “진주가을문예를 운영한 지 올해로 25회째이다. 올해도 공모와 심사 과정을 거쳐, 참신하고 의욕이 넘치며 기운 팔팔한 새 시인과 소설가를 내놓는다”며 “그동안 많은 관심과 응모를 해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고 했다.

한편 ‘진주가을문예’는 남성문화재단이 1995년 기금을 마련해 옛 <진주신문>에서 운영하다 지금은 진주가을문예운영위원회가 전국에 걸쳐 신인 공모를 벌여 운영해오고 있다. 당선자에게는 시 500만원, 소설 1000만원의 상금과 상패가 수여된다.

올해는 지난 10월 31일 공모를 마감했다. 시는 173명 1182편, 소설은 114명 179편(중·단편)이 응모했다. 심사는 예심 없이 각 2명의 심사위원이 본심을 치뤘다. 소설은 전성태 소설가와 최진영 소설가, 시는 이정록 시인과 김민정 시인이 심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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