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이면 유등축제를 시작으로 개천예술제가 열린다. 진주시민 중 1인으로서 느끼지만 축제라 해서 특별히 설레거나 어디를 가고 싶다거나 하는 것은 전혀 없다. 다만 교통체증의 안 좋은 기억만 떠올릴 뿐이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변함없는 프로그램과 화려함 속에 감추어진 위생 상태와 국적을 알 수 없는 먹거리 장터의 현금거래 음식판매 전쟁. 먼지투성이 속에서 사투(?)를 벌이면서 고기와 술을 즐기고, 무분별한 흡연과 노상방뇨, 남강 물에 그대로 버려지는 오폐수, 항상 길게 늘어서 있는 여자화장실의 불편함과 발 딛기가 무서울 정도의 이동 화장실. 지천에 깔린 쓰레기와 담배꽁초, 인산인해 속에서 한순간의 화려한 불꽃놀이를 보려고 1-2시간 전부터 자리싸움을 해야 하고, 낯선 이와의 몸싸움과 어둠속에서 코를 따갑게 하는 먼지를 견뎌야하는, 끝난 후 사람에 떠밀려 집으로 돌아올 때의 허탈한 기억을 상기하는 것이 나만 그럴까.

▲ 배경환 진주교육공동체 결 상임대표/진양고 교장

혹시나 해서 갔다가 역시나 하고 돌아온다. 뿐만 아니라 해마다 거듭되는 행사에 학교마다 할당되는 강제(?)동원되는 학생들에 관한 사항도 문제다. 단돈 만원과 봉사활동 4시간 인정으로 달콤한 유혹을 하지만 과연 자진해서 몇 명이나 갈는지. 그리고 그 기간은 시험기간과 겹치는 바람에 내신에 신경을 쓰는 학생들은 관심조차 있을 수 없다. 물론 연 초에 학사일정을 조절하면 되겠지만 시내 행사를 위해 제일 중요한 시험기간을 조절한다는 것은 그리 단순한 일은 아니다.

인원동원이 쉽게 되지 않으니 관내 학교에서는 학교별로 돌아가며 아이들을 할당하고, 지자체는 당연하다거나 ‘나 몰라라’하고, 지역교육청에서는 한국예총 진주지회의 요청으로 거절도 못하고, 담당 장학사는 울며 겨자 먹기로 교장단에 연락해서 부탁을 하고. 교장들은 자기 학교 차례인데 어쩔 수 없어 말도 못하고, 담당교사는 담임 선생님들께 부탁하고, 담임은 아이들에게 부탁하고..

10년 전 진주시내 M고에서 인성부장을 한 적 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건 전혀 없다. 당시 학교장 입장에서 거절을 할 수 없다보니 인성부장인 내가 불려갔다. 백발이 성성하고 중후하신 5-6분의 예총간부인지 제전위원인지가 부탁했지만, 압박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때는 한 학년이 동원되던 때였다. 안 된다고 했지만 혼자서 감당하기엔 너무나 큰 벽이었다. 결국 온갖 잡음으로 아이들이 동원되고 행사 후 뒤치다꺼리는 선생님들의 몫이었다. 그렇게 그럭저럭 마무리가 되었다.

재작년에 우리 학교 아이들이 동원되었다고 들었다. 비도 오고 입었던 갑옷이 무거워져 춥기까지 했다. 무지 힘들지만, 선생님들 역시 안타까운 마음에 어쩔 줄 몰라 했다. 결국 학교로 민원이 들어오고 학교만 뒷감당하기 바빴다고 한다. 왜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될까? 이유는 결국 관례라는 것으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폐쇄적 사고와 협조라는 일방소통에 있다. 진주시와 진주교육청은 최소한 한 학기에 한번 정도는 협의체를 구성해서 현장 교장단과 진주시 국과장급 회의를 통해 서로 윈윈하는(상생하는) 정책을 펼쳐야함에도 잘 되지 않는다. 소통하는 시장, 열린 시장을 외치고 있지만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소통대상과 열림의 대상에 우리 같은 사람들은 포함이 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교육지원청에서 유초중고 학교장 회의가 있었는데 시장이 참석하여 본인의 공약과 진주시정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50분간 하고 돌아갔다. 각 지역 교육청이 분기별 한 번씩 유초중고 교장단 회의를 통해 현 경남교육정책이나 이슈화되는 것 등에 대해서 공유하는 자리이다. 그런데 사전예고도 없이 시작하자마자 시정홍보를 했다. 50분간 PPT로 시정에 대한 본인의 입장 등에 대해서 설명했는데 크게 새롭다거나 공감되는 내용은 없었고 평소 지역방송이나 언론 등을 통해 아는 내용들이었다. 시간이 끝난 후 질문하는 사람도 한 명 없었다. 어떤 목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좀 답답했다. 

반대로 우리 교육장은 진주시 국과장급 회의에 가서 진주 교육정책에 대해서 홍보할까? 진주시의 교육정책은 진주교육청과의 협조를 통해서 예산이 적재적소에 집행이 되어야 함에도 해마다 변함없는 곳에 예산이 낭비되기도 하고, 심지어 진주교육청과 중복이 되는 행사도 있다. 진주시에서 주관하는 청소년 아카데미 등이 그 예라고 한다. 심지어 타 시에서 입시전문가 초청 입시설명회를 하기도 한다. 교육은 교육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양산시나 완주군이 지역교육청과 지차체와의 협력으로 서로 윈윈하는(상생하는) 좋은 사례가 있음에도 진주에는 협력과 소통의 바람이 불지 않는다.

진주가 올 3월부터 행복교육지구로 선정이 되어 지자체 3억, 도교육청 3억의 예산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진주 행복교육지구센터에는 진주교육청 직원만 배치돼 있다. 진주시는 인력지원 없이 예산만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러 가지 힘든 사정도 있겠지만 타 시는 인력과 예산을 함께 지원하고 있다. 말로 하는 소통, 공감이 아니라 실천하고 협력하는 진주시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변화를 주도하고 앞서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변화에 실려 가는 사람도 있고, 변화에 꿈적도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변화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보다는 불편하면 바꾸어야 한다. 불편해도 익숙하다 보니 사람들은 변화에 대한 부담을 갖는다. 답답한 놈이 우물을 판다고. 그래서 이 글을 쓰는 지도 모르지만 강 건너 불구경이나 하고, 나만 아니면 되고 우리만 아니면 되는가? 언제까지 이런 일이 반복될는지..

* 진주교육공동체 ‘결’은 진주지역의 마을교육공동체를 함께 꿈꾸고 마을에서 활동하는 회원들로 구성된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지역안에서 교육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청소년 진로모색과 자치활동, 진주행복교육지구활성화, 마을학교지원, 교육의제발굴과 공동방안 모색의 진주지역 교육생태계 조성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