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내리는 요즘입니다. 남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강 건너에서 은은하게 흩뿌리는 국향에 엉덩이를 들썩여 다녀왔습니다. 진주종합경기장에서 10월 25일부터 11월 10일까지 열리는 국화축제가 그곳입니다.
사는 곳에서 강하나 건너왔을 뿐인데 운동장에 들어서는 초입부터 가을이 내린 자리답게 가을빛으로 물들어있습니다. 여기저기 놓인 등의 아기자기한 모습에 걸음을 재촉할 수 없습니다. 괜스레 장기판에 고개를 내밀고 훈수를 두고픈 등(燈)으로 만든 장기판 풍경이 정겹습니다.
비록 등으로 재현한 것이지만 소가 끄는 수레에 올라탄 아이들의 해맑은 표정을 바라보는 동안 덩달아 마음도 깨끗해집니다.
곱게 드리운 가을빛을 따라 운동장 주위를 돕니다. 남강으로 흘러가는 영천강 주위로 천천히 거닙니다.
햇살이 등 뒤로 따라와 마음을 푸근하게 해줍니다. 한쪽에는 파크골프의 경쾌한 공치는 소리가 푸르게 흘러나옵니다.
국향이 은은하게 흩날립니다. 아직 만개하지 않았지만 벌써 국향이 코끝으로 들어와 가슴속 깊은 곳에 자리 잡습니다.
가을이 온몸으로 들어오는 기분입니다. 캐릭터 형상의 국화 앞에서는 잠시 어릴 적 추억도 떠올립니다.
여기저기 국화와 함께 사진을 담습니다. 1년을 기다려온 보람을 느끼려는 듯 절로 눈도 커다랗게 커집니다.
눈은 국화의 아름다운 자태에서 뗄 수 없고 코는 국향에 향긋합니다. 걸음은 마치 구름 위를 거니는 듯 가볍고 경쾌합니다.
이성자 화백의 그림과 국화가 한쪽에 함께합니다. 비록 원작은 아닐지라도 그림 속 은하수처럼, 별을 헤아리는 마음처럼 우주 공간을 날아가는 기분입니다.
진주성을 형상화한 문을 지나자 국화 분재전시장이 나옵니다. 국화를 작은 화분에 담은 분재 하나하나는 한 폭의 산수화가 따로 없습니다.
분재를 들여다보는 동안 속계를 벗어나 선계로 들어선 신선이 된 양 마음은 한없이 넓어집니다.
분재전시장을 나와 다시금 국화가 가득한 전시장으로 걸음을 옮기자 국향이 와락 안깁니다. 노란 국화의 행렬이 황금처럼 넘실거립니다. 마음이 넉넉해집니다.
전시장을 나와 근처 산책로 긴 의자에 앉았습니다. 근처에서 부스에서 받아온 국화차를 마십니다. 온몸으로 가을이 들어옵니다.
가을이 내린 자리에서 마시는 국화차는 일상의 묵은 찌꺼기를 모두 씻어냅니다. 몸과 마음이 정갈해지는 기분입니다. 마치 단잠을 자고 일어난 듯 개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