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정촌 화석산지 보존절차, 사실상 중단

진주시 “세계적 유산,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VS 문화재청 “국가문화재 지정이전, 국비지원 근거 없다” 이은상 기자l승인2019.11.05l수정2019.11.0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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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정촌 공룡발자국 화석산지 보존절차가 사실상 중단됐다. 지난 8월, 문화재청이 평가회의를 열어 정촌 화석산지를 보존하기로 가닥을 잡았지만, 화석보존 비용문제를 두고 이해당사자들이 비용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 진주 정촌 공룡발자국 화석산지 보존절차가 사실상 중단됐다.

조규일 진주시장은 지난 4일, 정촌 화석산지 보존문제를 두고 “화석산지가 세계적인 지질유산이라면 원형보존 결정을 내리고, 국가가 전적으로 화석보존과 관리 책임을 져야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조 시장은 “국비예산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자치단체가 모든 것을 떠안아야 한다”며 화석보존 절차가 사실상 보류된 상황임을 설명했다. 문화재청의 화석 보존 계획수립, 보존 범위지정 등 11개 요구 사안을 진주시와 뿌리산단 시행자가 수행하기 어렵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문화재청이 정촌 화석산지를 세계적인 지질유산으로 평가해 원형보존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고, 문화재로 지정되기 전에는 국비지원을 할 법적 근거가 없으며, 자치단체가 관리단체의 지위를 포기할 수도 없다는 점에서다.

문화재청이 화석산지 원형보존 결정을 내린 이유는 정촌 화석산지가 평가회의 결과 특정점수(74.31점) 이상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평가회의는 6명의 전문가가 참여해 화석산지의 성격, 상태, 활용가치 등 다양한 분야를 종합적으로 평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화재청 세계유산팀 관계자는 “화석산지가 세계유산으로 평가받기 위해선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들어야한다”며 현재 정촌 화석산지는 세계적인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어려운 단계라고 밝혔다.

 

▲ 정촌 공룡발자국 화석.

정촌 화석산지는 문화재청의 원형보존 결정 이후 사업시행자가 화석산지 임시보존 조치를 하고, 구체적인 화석 보존방법을 수립하기 위한 준비단계에 머물러 있다. 아직 화석보존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논의하는 문화재위원회 심의와 천연기념물 지정 단계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화석보존 과정에 국비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국가문화재로 지정된다면 법률상 최대 70%의 국비지원이 가능하다. 화석보존과 활용문제를 두고 자치단체의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되는 이유다.

문화재청 천연기념물팀 관계자는 “화석보존 계획수립은 법률상 화석의 가치와 무관하며, 사업시행자와 자치단체의 의무”라고 밝혔다. 국가문화재 지정이전 단계인 만큼, 진주시에만 국비를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진주시는 화석산지관리를 국가에서 맡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관련법상 자치단체가 관리단체의 지위를 포기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화재청은 화석분야에서 자치단체로부터 국가가 관리단체의 지위를 승계한 전례가 없다고 설명한다. 지역 문화재 보존을 위해 국가에서 인력을 직접 파견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종묘, 조선왕릉 등은 국가가 관리단체이면서 세계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는 사례지만, 특수성이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과거 황실의 소유권이 대한민국으로 인계되는 과정에서 국가가 소유권자이면서 동시에 관리주체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정촌 화석산지.

원형보존 절차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화석 유실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화석산지는 18m 높이로 우뚝 솟은 채 지층균열과 풍화작용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뿌리산단 측은 현장 출입을 제한하고, 방수포로 화석을 덮어 임시보존 조치를 해둔 상태다.

화석보존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보호각 등을 설치하면 비·바람으로부터 화석의 유실을 막을 수 있지만, 시설물 설치까지 최소 3년 이상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호각 설치비용으로 300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화석보존을 위해 진주시의 적극적인 의지가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진주시가 그간 이 문제를 두고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는 이유에서다. 화석산지 보존방법을 제시하기 위해 실시된 두 차례 용역에서 뿌리산단 측이 모든 비용을 부담했다.

진주역사시민모임 박용식 교수는 “화석산지 원형보존 결정이 난 만큼 이제는 진주시가 이곳을 어떻게 보존하고, 활용할 것인가를 두고 적극적인 투자와 함께 국비 확보를 위한 노력을 고민할 때”라며 “앞으로 공룡 화석이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등재되면 지역민의 자긍심을 높이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화석산지 보존방법을 제시하기 위해 실시된 균열구간 지반 안전성 추가조사 결과는 올 연말 쯤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 진주시가 공룡 테마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 진주 혁신도시 익룡발자국 전시관.

이은상 기자  ayoe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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