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살 스웨덴 소녀가 UN에서 한 연설이 세상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소형 태양광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2주 만에 건너 8월 28일 뉴욕에 도착했다. 소녀는 9월 23일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연설을 했다. 소녀의 이름은 크레타 툰베리! 지난해부터 어른들에게 기후변화 대책을 촉구하며 금요일마다 ‘등교 거부’ 운동을 벌이고 있는 학생이다.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에까지 오르면서 툰베리는 더욱 유명해졌다. 그 소녀의 연설 몇 대목을 함께 들어 보자.

“이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위에 올라와 있으면 안 돼요. 저는 대서양 건너편 나라에 있는 학교로 돌아가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시작한 연설이다. 동영상으로 보면 비장함과 분노를 절절하게 읽을 수 있다.

▲ 이영균 녹색당원

“우리는 대멸종이 시작되는 지점에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전부 돈과 끝없는 경제 성장의 신화에 대한 것뿐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이 대목에서는 청중들의 환호와 손뼉이 쏟아진다.

“앞으로 10년 안에 온실가스를 반으로만 줄이자는 의견은, 지구온도 상승폭을 1.5도씨 아래로 제한할 수 있는 가능성을 50%만 줄일 뿐입니다.” 구체적인 숫자를 이야기하면서 지금과 같은 상황이 얼마나 안이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있다.

“50%는 여러분에게는 받아들여지는 수치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는 여러 티핑 포인트, 대부분의 피드백 루프, 대기오염에 숨겨진 추가적 온난화는 포함하지 않고 있는 수치입니다.” 여기서는 ‘티핑 포인트’라는 말에 주목한다. ‘작은 변화들이 어느 정도 기간을 두고 쌓여, 이제 작은 변화가 하나만 더 일어나도 갑자기 큰 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상태가 된 단계’를 이르는 말이다. 그래서 기후 과학자 가운데는 기후대란을 예고하기도 한다.

“여러분이 우리를 실망시키기를 선택한다면, 우리는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이 책임을 피해서 빠져나가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입니다. …… 여러분이 좋아하든 아니든, 변화는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날카로운 경고로 4분 남짓한 연설은 끝나고, 손뼉과 환호는 이어진다. 앞으로 이 연설이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주시해야 할 것이다.

이와 결을 같이하는 청소년들의 외침이 나라 안에서도, 툰베리의 연설을 전후하여 있었다. 지난 9월 21일에는 전국 10여 곳에서 ‘기후위기 비상행동’ 집회가 있었다. 태풍 타파로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 창원에서도 ‘경남 기후위기 비상행동’ 행사가 열렸다. 마창진환경운동연합 등 단체와 청소년, 시민 등 300여 명이 참여했다. 그 행사에서 우리나라의 현실을 비판하는 청소년의 연설을 들을 수 있었다.

“한국도 갈수록 변덕스러워지는 폭염과 한파, 사라져가는 장마철과 사계절의 구분이 이미 기후변화의 한가운데 들어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서 낙제점을 받고 급기야 ‘기후 악당’으로 지목되는 상황이다.” “언제까지 개발과 성장을 내세우는 정책을 펼칠 수 있을지 거듭 생각해 보아야 한다.” “‘기후위기’가 아니라 ‘정치위기’가 그 본질”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중학교 1학년이라는 한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기후변화로 지구가 멸종 위기이지만 어떤 사람들은 ‘나 혼자 노력한다고 세상이 바뀌겠느냐’고 한다. 여러 사람이 힘을 모으면 바꿀 수 있다. 한국에서는 기후변화가 화젯거리가 되지 않는다. 열심히 공부해도 기후변화를 이대로 두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이 말을 들으면서 툰베리가 한 말이 떠올랐다. “우리 집(지구)에 불이 났는데, 어른들은 왜 딴 짓만 하고, 불을 끌 생각은 하지 않나요?” 무엇이 시급한 일인지 다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한다.

9월 27일 오전 10시에는 서울 광화문 세종로소공원에서 툰베리의 행동에 응답하는 ‘기후를 위한 결석 시위’가 열렸다. 그 자리에서도 청소년들의 외침은 우렁찼다. ‘청소년 기후 행동’ 주최로 열린 집회에는 학교에 있어야 할 학생들 500여 명이 참석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현재의 환경 위기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땡땡이가 아니라 ‘결석시위’라면서 외친 이야기들은 이렇다.

"기후 위기 시대에 태어나서 앞으로 오래 살아가야 할 청소년들이 여기 모였다"(고등학생)

"환경 문제로 학생들을 학교가 아닌 거리로 내모는 나라가 정말 두렵다. 정부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무단조퇴’ 학생)

"지난해 우리나라의 시간은 ‘환경위험시계’로 9시 35분으로 '위험' 단계! 우리 주변에서 할 수 있는 일, 작은 행동부터 함께하자"(초등학생)

"기후 행동은 기성세대를 향한 통렬한 비판이자 저항! 청소년들은 기후 변화로 인해 자신들의 미래를 저당 잡힐 수 없다. 청소년 눈에 비친 현실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교사)

집회를 끝낸 이들은 청와대 사랑채 앞까지 행진한 뒤 청와대 측에 '기후 위기 대응' 성적표와 상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성적표에 적힌 내용도 궁금하지만 상장 문구는 더 궁금하다.

지구에 먼저 온 사람들이 뒤에 온(올) 사람들에게 무엇을 물려주어야 할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다. 다음 세대를 살아갈 청소년들이 “기후위기로 인한 큰 재앙을 왜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가?”라면서 앞선 세대를 향해 거세게 저항하고 있다.

이에 대한 답을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실천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달이 가고 해가 가고 산천초목 다 바뀐 다음, 더 크고 거친 외침이 있기 전에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나부터, 지금부터, 여기서부터, 작은 것부터!!

마지막으로 <녹색평론> 167호(2019년 7-8월)에 실려 있는, 시인 이문재의 “기후위기 대응은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에 있는 글 한 대목을 옮겨본다.

더 많은 미래, 더 좋은 미래를 자녀 세대에 물려주기 위해서는 우리 기성세대가 반성하고 각성해야 한다. 청년들에게 사과부터 해야 한다. 기성세대가, 특히 정치인과 기업인, 종교인과 교사 들이 어린이와 청년들에게 미안하다고, 이것은 우리가 원한 미래가 아니었다고, 그래서 너희들과 함께 ‘지금 다른 미래’를 만들겠다고 무릎 꿇고 약속해야 한다. ‘세대 간 화해’가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는 한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은 계속 유예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기후재앙을 극복하는 것이 미래세대에게 미래를 온전하게 돌려주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42쪽)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