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의 물리적 변형에 대하여

모든 주스는 인스턴트 식품이다. 인스턴트 식품을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간단히 조리할 수 있고, 이미 물리적 화학적 변형을 가하여 저장, 휴대, 섭취가 편리하도록 한 가공식품을 말한다.''라고 되어있다. 굳이 말하자면 주스는 식재료에 물리적 변형을 가한 인스턴트 식품이다.

요즘 상품화된 주스는 설탕이나 소금 또는 MSG 등을 첨가하여 맛과 향을 증진시켜 상품성을 높인다. 상품성을 높인다는 것은 결국 식재료를 변형하고 무언가를 첨가하여 많이 먹고 많이 마시게 한다는 것이다.

오렌지 쥬스를 생각해보자. 예전에는 당뇨환자의 저혈당 대처법 중의 하나가 오렌지 주스를 마시게 하는 것이었다. 상품 오렌지 주스에 설탕을 그만큼 많이 넣는다는 의미이다. 요즘은 무가당, 무설탕, 즉석 착즙 주스라 하여 설탕이 적거나 없는 주스가 있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상품 주스에는 설탕이나 액상 과당을 많이 넣는다.

▲ 황규민 약사

상품화 되지 않은 것 즉, 내가 직접 만들어 마시는 즉석 주스는 어떨까? 그것도 결국 인스턴트 식품이다. '천연'이든 '생'이든 주스는 식재료의 물리적 변형 과정을 거친 것이다.

오렌지, 사과, 포도, 당근 등 무슨 과일나 채소든 갈거나 으깨서 걸러내면 섬유소가 제거되고, 세포벽이 깨지면서 녹말, 과당, 포도당 등의 흡수속도가 증가한다. 그렇게 되면 혈당과 인슐린이 급격히 증가한다. 즉 식재료의 물리적 변형이 혈당 상승과 인슐린 증가라는 생리적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식재료의 물리적 변형에는 주스뿐만 아니라 통밀을 밀가루로 제분하거나 현미를 백미로 정미하거나 사탕수수에서 설탕을 뽑아 농축하는 것도 해당된다.

결국 식재료의 물리적 변형은 소화흡수 속도를 높이고 칼로리를 농축한다. 이것은 당뇨와 비만으로 이어지고 당뇨와 비만은 세포와 조직에 화학적 변화를 일으킨다. 화학적 변화란 혈액중의 당이 혈관벽에 달라 붙는 것이고 인슐린에 의해 염증이 증가하는 것을 말한다. 혈관을 변성시키고 노화를 촉진 시킨다. 건강한 음식이란 가능하면 식재료의 변형을 적게 하고 적당하게 씹어서 본연의 향과 맛을 음미하며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주스가 나쁜 음식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식재료의 변형과 그것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말하는 것이다. 인간은 요리하는 동물이다. 요리를 한다는 것은 식재료에 물리적 화학적 변형을 가하는 것이다. 밀이나 쌀의 가공 정제 변형을 생각해보면 된다. 제분과 정미 과정에서 비타민과 식이섬유가 제거되듯이 주스화 과정에서 식이섬유가 제거 되고 혈당은 상승한다. 녹즙과 과즙 같은 주스는 비타민과 항산화 성분을 인스턴트하게 공급하는 음식인 것이다.

어차피 지금까지 인류 먹거리의 역사는 탄수화물의 비중을 높이는 역사였고, 식재료에 물리적 화학적 변형을 가하는 역사였다. 그리하여 위장과 몸보다는 후각과 미각을 만족시키는 역사였다. 주스도 결국 인류 먹거리 역사의 보편적 원칙과 방향이 반영된, 장단점이 있는 여러 가지 음식과 요리 방법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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