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소풍 떠나기 딱 좋은 때

-경상대학교박물관 특별전 ‘호주 매씨 가족의 경남 소풍 이야기’ 김종신 객원기자l승인2019.10.03l수정2019.10.0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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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상대학교박물관에서 10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열리는 특별전 ‘호주 매씨 가족의 경남 소풍 이야기’ 포스터

단어만 떠올려도 설레는 게 소풍입니다. 소풍 전날 비가 오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잠든 추억이 있습니다. 이처럼 설레게 하는 소풍에 관한 이야기가 경상대학교 박물관에서 ‘호주 매씨 가족의 경남 소풍 이야기’ 특별전이 10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열립니다.

 

▲ 경상대학교박물관

호주 선교사 맥켄지 가족이 찍은 사진이 주를 이루는 특별전은 일본 제국주의 강제 점령기부터 해방 이후까지 경남과 부산지역에 머물며 한센인과 임산부, 백정, 고아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의술과 교육을 펼친 이들 가족의 기록입니다. 2016년 경기대학교 소성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시 ‘호주 선교사 매 씨 가족의 한국 소풍 이야기’ 후속 특별순회전시이기도 합니다.

 

▲ 경상대학교박물관 특별전 ‘호주 매씨 가족의 경남 소풍 이야기’ 는 2016년 경기대학교 소성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시 ‘호주 선교사 매 씨 가족의 한국 소풍 이야기’ 후속 특별순회전시이기도 하다.

지리산과 펜촉을 닮은 경상대학교 가좌캠퍼스 정문을 지나 오른편으로 가면 체육관 옆으로 박물관이 나옵니다. 들어서는 입구부터 특별전을 알리는 걸개그림이 걸음을 붙잡습니다.

 

▲ 경상대학교박물관 특별전 ‘호주 매씨 가족의 경남 소풍 이야기’는 호주 선교사 맥켄지 가족이 찍은 사진이 주를 이룬다. 일본 제국주의 강제 점령기부터 해방 이후까지 경남과 부산지역에 머물며 한센인과 임산부, 백정, 고아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의술과 교육을 펼친 이들 가족의 기록이다.

‘끝나지 않은 소풍’이라 적힌 특별전 에필로그가 분홍빛 바탕에 쓰여 있습니다. “호주 매씨 가족이 한국에서 만들어낸 스토리의 제목이자, 이들이 남긴 사진이 깊이 연구되고 더 많은 지역에서 전시되길 바라는 우리의 소망이 담긴 말입니다. 경상대학교박물관-경기대학교소성박물관-부산대학교박물관은 이 위대한 소풍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며 함께 전시를 준비했습니다.~”라고 전시 의미를 설명합니다.

 

▲ 경상대학교박물관 특별전 ‘호주 매씨 가족의 경남 소풍 이야기’는 호주 선교사 맥켄지 가족이 찍은 사진이 주를 이룬다.

특별전시장에 들어서자 호주 매씨 가족들의 사진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1913년 선교사 분할 협정에 따라 호주 장로교가 단독으로 선교한 지역이 경남과 부산입니다. 호주 선교사 가족은 1905년 한국에 와서 1907년 진주에서 선교합니다. 그러면서 경남과 부산지역 한센인과 백정, 고아, 여성 등 소외되고 힘들었던 이들을 보살피며 남긴 10,000여 점의 사진과 문서는 이 활동을 증명하는 소중한 자료입니다.

 

▲ 경상대학교박물관 특별전 ‘호주 매씨 가족의 경남 소풍 이야기’는 경남과 부산지역 한센인과 백정, 고아, 여성 등 소외되고 힘들었던 이들을 보살피며 남긴 10,000여 점의 사진과 문서는 이 활동을 증명하는 소중한 자료다.

‘한국 나환자들의 친구 매견시’라는 자료와 전시가 먼저 걸음을 이끕니다. “우리가 운영하는 나환자(한센인) 시설에 담장을 설치할 필요가 있었는데, 들어오려고 애걸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였다. 반면에 일본이 운영하는 곳은 나가려는 사람을 계속 붙잡아 두기 위해서 담을 쌓아야 했다.”라는 매견시의 기록이 가슴 시리게 다가옵니다. 아직도 한센병은 유전되고 불치의 병이라는 오해와 한센인에 관한 편견과 차별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한센병은 피부병으로 완치가 가능한 병입니다.

 

▲ 경상대학교박물관 특별전 ‘호주 매씨 가족의 경남 소풍 이야기’에 전시 중인 진주지역 호주 선교사 모임 사진.

가족의 일대기와 함께 우리나라 근현대의 역사가 함께 소개된 연표를 따라 들어갑니다. 덩달아 이들 가족의 기록을 통해 경남 지역의 근현대 역사를 엿볼 기회이기도 합니다. 당시 경남도청 소재지였던 진주를 비롯한 경남 지역에는 거열휴씨’를 비롯한 46명의 호주인 선교사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거열휴씨’이라 불린 선교는 본명이 ‘휴 커를’로 1902년에 진주에 와서 배돈병원과 진주교회, 광림학교, 시원여학교 설립에 힘썼습니다.

 

▲ 경상대학교박물관 특별전 ‘호주 매씨 가족의 경남 소풍 이야기’ 전시실.

“나의 큰딸 Helen Pearl Mackenzie의 중간 이름 ‘Pearl’은 한국말로 진주(眞珠)인데 나의 첫 선교지인 진주(晉州)를 의미한다.”라는 매부인의 글은 이들의 진주 사랑을 엿보게 합니다. “부산에서 진주까지 이틀이 걸렸는데 기차로 100리를 가야 하고, 말을 타고 가면 60리가 조금 넘는 거리이다”라는 매견시가 1910년 6월 22일 부산에서 진주로 가는 여정에서 적은 글은 오늘날과 비교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합니다.

 

▲ 경상대학교박물관 특별전 ‘호주 매씨 가족의 경남 소풍 이야기’ 에 전시 중인 진주봉래초등학교 뒷산에서 바라본 진주 시내 모습.

봉래초등학교 뒷산에서 바라본 진주 시내의 모습을 찍은 사진 등은 그래서 더욱더 눈길과 발길을 머물게 합니다. 촬영연도가 나오지 않아 아쉽지만, 진주교와 진주 도심의 지난날을 볼 수 있어 신기합니다. 물론 진주 시내만 이들은 찍지 않았습니다. 창원 천주산에서 바라본 남산 풍경도 있습니다. 지금과 비교해서 찍었더라면 변화상을 한눈에 볼 수 있었을 텐데 그 건은 관람자의 몫으로 남겨준 모양입니다.

 

▲ 경상대학교박물관 특별전 ‘호주 매씨 가족의 경남 소풍 이야기’는 우리 이웃들의 소소한 일상을 담은 필름을 통해 우리에게 보물로 다가온다.

 

▲ 경상대학교박물관 특별전 ‘호주 매씨 가족의 경남 소풍 이야기’에는 우리 지역 우리 이웃들의 소소한 일상이 담겨 있다.

이들의 의술과 교육에 관한 기록을 지나면 보물찾기가 나옵니다. 우리 이웃들의 소소한 일상을 담은 필름을 통해 우리에게 보물로 다가옵니다. 마을과 집, 시장, 사람들의 모습에서 잠시 시간 여행을 떠납니다. 소풍을 떠난 듯 즐겁습니다. 사진 속 주인공들은 지금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 경상대학교박물관 특별전 ‘호주 매씨 가족의 경남 소풍 이야기’에 전시 중인 사진.

식판을 앞에 두고 카메라를 향해 신기한 듯 바라보는 까까머리의 아이들은 지금쯤 할아버지가 되었을 나이가 되었을겁니다. 격동의 시간을 보낸 이들의 오늘날 모습이 더욱더 궁금한 까닭이기도 합니다.

 

▲ 경상대학교박물관 특별전 ‘호주 매씨 가족의 경남 소풍 이야기’에 전시 중인 사진.

잠든 아기를 등에 들쳐메고 생선 좌판을 벌인 어머니를 찍은 사진에서 문득 어머니가 떠오릅니다. 다리 밑의 허름한 움막집 앞에도 커다란 이불 빨래가 널렸습니다. 움막이지만 소중한 보금자리였을 공간 속 가족들은 지금 어디에서 살고 있을까요.

 

▲ 경상대학교박물관 특별전 ‘호주 매씨 가족의 경남 소풍 이야기’에 전시 중인 망진산에서 바라본 촉석루 모습.

찬찬히 둘러보다 민둥산의 망진산에서 바라본 촉석루 사진에서 다시금 걸음은 멈춥니다. 다음에는 촬영한 이 장소를 찾아 여기 사진과 비교해보리라 다짐합니다.

 

▲ 경상대학교박물관 상설전시실.

호주 매씨 가족의 소풍 이야기 덕분에 발걸음은 가볍게 2층 상설 전시장을 둘러보았습니다. 진주를 중심으로 놓고 설명하는 우리나라와 세계 역사 연대기가 멀기만 했던 역사가 성큼성큼 다가오게 합니다.

오늘은 소풍 떠나기 딱 좋은 때입니다.

 

김종신 객원기자  haechanso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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