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학과 논란됐지만, 다른 학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경상대 체육학과가 강압적 군기문화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경상대 학생들은 학교 중앙도서관 뒤편 게시판에 대자보를 붙여 대학 내 만연한 군기문화 해소를 촉구했다.

군기문화 논란에 불을 붙인 건 체육학과였지만, 다른 학과도 다르지 않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어 군기문화를 해결하기 위한 학교, 학생회 측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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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상대학교 중앙도서관 뒷편 게시판에 붙은 대자보

사회대 학생 A씨는 대자보에서 자신도 군기문화를 겪어왔다며 학내 군기문화는 특정 학과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대학에 들어와 친절하고 따뜻한 선배들도 많았지만, 몇몇 선배들은 입학 후 개강총회, 새내기새로배움터, MT, 체육대회 등에서 새내기들에게 술을 강요하고, 남학생들을 새벽 축구에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학생들에게 (체육대회) 응원 등을 강요하고, 늦거나 화장을 하지 않으면 응원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며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 선배가 오빠라는 호칭으로 불러 달라해 그렇게 부르니, 싸가지가 없다는 등의 욕을 들어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학내에서 여러 군기문화가 지속돼 왔는데, 더 이상은 이 모습을 보고 있을 수 없어 대자보를 붙이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논란은) 그간 군기문화를 방조하고 도망쳐 온 선배들이 새내기들에게 사과할 수 있는 기회로, 선배들의 용기와 연대를 기다리겠다”고 했다.

 

▲ 경상대학교 중앙도서관 뒷편 게시판에 붙어 있는 대자보

또 다른 4학년 학생 B씨는 “입학 후 예비대학(MT)을 가 웃긴 분장을 하고 선배들 앞에서 재롱을 떨어야 했고, 쉬고 있는 선배들을 위해 저녁식사를 차려야 했다. 대면식 때는 무섭고 강압적인 분위기를 경험해야 했다”고 했다.

그는 군기문화의 최절정은 대면식이라며 “1학년 때는 무릎 꿇고 바닥에 머리를 박고 한 사람씩 자리에서 일어나 큰소리로 인사했고, 2학년 때는 이런 기합은 없었지만, 선배 눈을 마주치지 않도록 고개를 푹 숙이고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3,4학년이 되어서는 군기를 잡는 쪽으로 역할이 바뀌었지만, 강압적 분위기 속에 시달리는 후배들을 보며 미안한 이런 문화를 바꾸고자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통’이라는 이유로 거부됐다”고 했다.

그는 “군기 문화를 지금 당장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기 문화는 악습일 뿐만 아니라 이러한 부조리함 속에 살아가다 보면 앞으로도 그 문화에 익숙해질 것”이라는 이유다. 그는 “군기문화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봤으면 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답습되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군기 문화 논란을 촉발시킨 체육교육학과는 지난 23일 군기문화를 막기 위해 세 가지 이념을 바탕으로 한 세부적인 생활문화규정을 도출, 학내 구성원들의 서약서를 받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학과에서도 이러한 군기문화 논란이 일고 있어 제도적, 문화적 개선책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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