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주 남강의 끝자락, 장박교에서 바라본 남강

문을 열면 가을이 와락 안기는 요즘입니다. 어디로든 가야 할 듯 가을은 우리의 등을 떠밉니다. 여름을 건강하게 보낸 나 자신을 위해 조금 느려도 괜찮은 시간 사치를 넉넉하게 누리려 진주와 의령의 경계를 이루는 의령 장박마을로 향했습니다.

 

▲ 진주 지수면과 의령 화정면을 연결하는 장박교 밑으로 남강변을 따라 의령 자전거길이 있다.

진주 시내를 에둘러 흐른 남강이 진주를 완전히 벗어나 의령과 함안으로 만나는 곳이 장박마을입니다. 진주 지수면에서 남강을 가로지르는 장박교를 건너면 의령입니다. 사람들에게만 있는 경계는 남강은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 의령 장박교에서 바라본 남강

남강 물길이 진주시 지수면 청담리에 닿으면 진주, 의령, 함안 세 지역이 경계를 이룹니다. 의령군 화정면 화양리와 함안군 군북면 박곡리가 남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합니다.

 

▲ 의령 장박교 근처 깎아지른 절벽은 남강이 숨고르고 지날 수 있도록 물 흐름을 한번더 돌아가게 한다.

장박교 근처에 일부러 차를 세우고 다리를 천천히 걸었습니다. 장박교에서 바라보이는 풍광은 넉넉하게 아름답습니다. 남강의 물빛과 하늘은 서로 닮아 푸른 빛으로 오가는 이들을 반깁니다.

 

▲ 진주시 지수면 청담리와 의령군 화정면 화양리 경계에 있는 남강을 가로지른 장박교. 단순히 다리 하나를 건너는 대로 왠지 모를 경계를 넘는 게 설레게 한다.

2001년 380m의 장박교가 놓이면서 진주에서는 염창나루터, 의령에서는 장박나루터라 불렀던 나루터는 사라졌습니다.

 

▲ 한때는 남강이 흘러 넘치던 곳에 물막이가 생기면서 의령 화양리에 남강이 쌓은 기름 진 넓은 들이 현재 펼쳐져 있다. 둑 위로 의령 자전거길이 놓여 있다.

넓은 모래밭이 금빛으로 빛납니다. 모래밭 사이로 듬성듬성 나무들이 진녹색 빛으로 빛나고 깎아 지른 절벽이 흘러가는 강물을 숨 고르게 합니다. 절벽 앞 모래밭이 언뜻 한반도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물이 넘치면 사라질 테지만 남강이 그린 한반도 모습이 정겹습니다.

 

▲ 의령 화정면 장박마을 밭고랑이 선을 이룬 들은 캔버스에 그린 그림 같다.

의령군 화정면 표지판이 다리 건너에서 반깁니다. 다리를 건너자 화양제라는 물막이가 마을 앞을 에워싸고 있고 들은 너르고 싱그럽게 반깁니다. 밭고랑이 선을 이룬 들은 캔버스에 그린 그림 같습니다. 어떤 작물이 심어져 풍성하게 할지 궁금합니다.

 

▲ 의령 화정면 장박마을 남강변을 따라 자전거길이 낙동강까지 이어져 있다.

둑을 따라 읍내까지 자전거길이 시원하게 이어져 있습니다. 자전거길은 남강을 따라 낙동강까지 이어져 있습니다. 물론 드문드문 끓기고 농로는 물론 일반도로와 함께하는 구간도 있지만, 남강이 길동무처럼 따라오는 길이라 설레게 합니다.

 

▲ 의령 화정면 장박마을 입구

장박마을은 신건이 임진왜란 이전에 이곳에 정착해 살면서 마을이 형성되었다고 합니다. 아담한 마을 곳곳에는 아름드리나무들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오가는 이들에게 숨 고를 여유를 안겨줍니다.

 

▲ 의령 화정면 남강 둑길에 있는 장박마을 안내판

 

▲ 의령 화정면 장박마을 곳곳에는 아름드리나무들이 오가는 이들의 쉼터 구실을 한다.

멀리 돌아가더라도 가슴이 시키는 대로 길을 따라 걷습니다. 승용차의 속도가 아니라 내 걸음의 속도로 걷는 길은 최고의 시간 사치와 함께 풍성한 풍광을 넉넉하게 안겨줍니다.

 

▲ 의령 화정면 장박마을 곳곳에는 아름드리나무들이 오가는 이들의 쉼터 구실을 한다.

 

▲ 의령 화정면 장박마을에서 바라본 남강

마을은 시간이 멈춘 듯 여유롭습니다. 마을과 함께하는 남강은 여유로운 풍광을 고스란히 보여줄 테니 함께하자 손짓합니다. 이곳에서는 시간도 길을 잃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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