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모아 연재 인터뷰-5] 유근종 사진작가, 러시아 사진으로 유명하고 클래식 음악 애호가이기도

진주를 담은 관광문화상품을 꾸준히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진주모아 회원들이다. 진주모아는 3년 전쯤 진주를 주제로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우연히 모여 만든 단체이다. 매달 평거동 진주문고 등에서 ‘진주모아마켓’을 열고 있다. 올해는 진주 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대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단디뉴스>는 진주를 각종 작품에 담아내고 있는 진주모아 작가들을 찾아 연재 인터뷰를 진행한다. 마지막(다섯번 째) 순서로 25년 가까이 진주에서 활동하며 러시아와 진주, 서부경남 지역 등을 찍어온 유근종 작가를 만났다.

유 사진작가는 봄과 가을이면 매일 아침 진주성을 거닐며 풍경을 사진에 담는다. 그는 “봄, 가을에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일 아침 진주성을 찾아 사진을 찍는다. 봄의 싱그러운 모습, 가을 단풍이 든 진주성은 그날 그날 풍경이 달라진다”며 진주성을 매일 찾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가 찍은 진주성과 촉석루 사진들은 관광기념품에 깃들어 있다. 촉석루와 진주성 전경을 담은 마그넷(냉장고에 붙이는 자석), 엽서, 찻잔받침 등이다. 엽서와 찻잔받침은 진주모아 회원들과 협업으로 만든 것이다.

그는 국내에서 여러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러시아에서 찍은 사진들로 유명하다. 러시아의 여름과 겨울 등을 담은 사진들로 전시회만 3차례 열었다. 러시아어를 전공해 대학시절부터 러시아를 방문했고, 영남지역 MBC방송국들과 러시아를 방문해 가이드 겸 방송출연자로 활약하기도 했다. 서부경남지역 사진은 진주성과 촉석루 사진에만 그치지 않는다. 그가 찍은 사진들이 다양한 서적에 들어갔고, 2008년에는 진주성 관광 홍보 책자를 만드느라 3개월가량 진주전역을 돌며 사진을 찍었다. 지금도 관광 안내 책자에서 그의 사진을 찾아볼 수 있다.

30일 햇살좋은 아침, 진주성 공북문에서 그를 만나 진주성을 돌며 인터뷰했다. 길을 걸으면서도 그는 익숙하게 셔터를 눌러댔다. 사진을 찍는 일이 직업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즐겁다는 그다. 그는 클래식 음악에도 일가견이 있다. 모아둔 클래식 음반만 1500여장에 이른다. 사진과 음악을 좋아하고, 사람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무엇보다 즐겁다는 그는 넉살좋은 웃음을 중간중간 보였다. 빠르면 올해 안에 남해에서 러시아 겨울사진으로 또 한번의 전시회를 열 계획이고, 앞으로 러시아 관련 책자를 내고 싶다는 그다.

다음은 유근종 사진작가와의 일문일답.

 

▲ 유근종 사진작가, 30일 진주성에서

- 사진은 언제부터 찍기 시작한 건가?

“1993년 군대를 제대하고나서부터 찍기 시작했으니 25년쯤 됐다. 친구들은 89학번인데 군대 제대하고 대학을 늦게 갔다. 95학번이다. 학교 다니면서 취미로 사진을 찍었다. 친구들 사진이나 경상대학교 풍경사진, 특히 꽃 사진을 많이 찍었다. 사진 찍는 게 즐거웠다. 전공이 러시아어이다보니 1998년과 1999년 어학연수 겸 러시아를 방문했는데, 친구들이 공부할 때 나는 밖으로 나돌며 사진을 찍었다. 어학연수를 빙자한 촬영을 간 셈이다(웃음). 러시아의 매력에 빠졌다. 2000년 졸업하고 어학연수 차 러시아를 다시 가게 됐는데, 공부 대신 여행하며 사진 찍는 길을 택했다. 러시아어를 4년 전공해서 의사소통이 될 정도의 언어능력은 갖추고 있었지만, 러시아 해외주재원의 자녀들은 러시아어를 현지인처럼 구사하더라. 그걸 보고 대학을 다니는 거보다 하고싶은 일을 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 러시아에서 사진 찍는 일이 많이 즐거웠던 모양이다.

“러시아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는 게 즐거웠다. 러시아 사람들은 내가 외국인이다보니 호기심을 갖고 다가오는 경우가 많았고, 나는 그들을 사진에 담아내고 싶었다. 외국사람이 와서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면 잘 믿지 않지만, 나는 그들의 사진을 찍고 나면 곧장 사진을 인화한 뒤 주곤 했다. 그러다보니 외국인에게 닫힌 마음을 열기 시작하더라. 그렇게 친해진 사람들이 적지 않다. 대개 아르바트 거리(모스크바)에서 장사하는 친구들이다. 몇 년 전 러시아를 갔을 때 오랜만에 본 러시아 친구 한 사람은 이름을 부르니 눈물을 글썽이며 나를 반겨주더라. 나와 함께 그 친구를 만났던 한국 친구, 후배들 이름을 기억하며 안부를 전해주라고 하는 모습에 마음이 따뜻했다. 한국 사람들 가운데 러시아, 러시아 사람에게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데 이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다. 러시아도 우리처럼 치안이 좋고 살기 좋은 나라이다.”

 

▲ 2012년 3월 러시아, 빅토르 최 추모벽 앞에 서서 (사진 = 유근종)

- 러시아 사진들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고?

“전시회는 세 번 정도 열었다. 대학시절 러시아를 다녀온 뒤 모은 사진으로 2000년에 열었던 사진전이 처음이었다. 당시 대학을 막 졸업하고 러시아 유학을 준비할 때였는데, 초보작가이다보니 사진을 싸게 내놨고 사람들이 많이 사줬다. 이 돈을 보태 유학길에 올랐다. 2003년에도 전시회를 했다. 당시 흑백칼라의 사진들은 내가 직접 인화해 전시했다. 러시아 유학길에 올라 1년간 찍은 사진들을 전시했던 거다. 2006년에는 진주MBC를 비롯한 영남권 MBC 4곳이 투자해 ‘나도야 간다’라는 프로그램에 가이드 겸 출연자로 나갔다. 19일간 시베리아를 횡단했는데, 당시 찍은 사진을 모아 ‘9288, 그 여름의 꿈’이라는 주제로 사진전을 열었다. ‘9288’은 시베리아 철도길의 길이를 말한다. 여름에 다녀왔으니 ‘그 여름의 꿈’이라는 말을 사진전에 보탰다. 진주를 주제로 한 사진전은 아직 한 바 없고, 사진전을 여는 데 조금 의문이 들기도 한다. 지역에서 일주일간 사진전을 열려면 5백만 원 가까이 드는데 비용 대비 효과가 적은 것 같다.”

- 봄, 가을에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일 아침 진주성에 와 사진을 찍는다고?

“작업실을 여러번 옮기다가 진주성 앞으로 온 게 10년쯤 됐다. 진주사람들이 진주에 살며 혜택을 보는 것 가운데 하나가 진주성과 남강이다. 나는 바로 앞에 작업실이 있으니 얼마나 좋나. 봄에는 싹이 트고, 꽃이 피는 싱그러운 장면을 사진에 담는다. 가을에는 단풍이 참 멋지다. 봄과 가을의 진주성은 하루하루가 다르다. 잎이 돋아나고 단풍드는 모습이 매일 색다르게 다가온다. 그래서 빛이 좋은 아침에 주로 와 사진을 찍는다. 봄여름가을겨울, 날씨가 좋을 때면 진주성 건너편에서 파노라마 사진을 찍기도 한다. 이런 작업들이 참 재미있다. 내가 비록 진주 출신은 아니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거의 30년간 진주에서 살았으니 진주사람에 다름없다. 진주의 축복받은 장소를 찍어서 작업할 수 있는 게 큰 보람이다. 그 덕분에 내가 먹고 살기도 하는 거고(웃음)”

 

▲ 30일 진주성 촉석루 현판을 찍고 있는 유근종 사진작가

- 진주성, 촉석루 외에도 진주 사진을 많이 찍는 걸로 안다.

“2008년에는 진주시가 관광 안내 책자를 만든다고 해 4,5,6월 3개월간 마티즈를 타고 진주 전역을 돌며 사진을 찍었다. 한달에 기름값만 40만 원 넘게 나왔다. 그때 찍은 사진들은 진주시 관광 안내책자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관광 안내 책자가 여러번 업그레이드 돼 사진이 교체되기도 했지만, 아직도 내가 찍은 사진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 여기 진주성 매표소에서 나눠주는 진주성 안내 책자에도 내 사진이 들어가 있다. 서부경남 관련 서적에도 내 사진이 들어간 게 적지 않다. ‘진주문화를찾아서’ 시리즈 가운데 하나인 ‘복자 정찬문(저자 박용국)’. 원학동 이야기를 풀어낸 ‘조선선비들의 답사일번지(저자 최석기)’에 내 사진이 들어갔다. 다음달 쯤에 진주문화연구소에서 내는 책 가운데 한 권에도 내 사진이 들어갈 예정이다. 촉석루와 관련된 책인데 정확한 제목은 아직 모르겠다. 추석 지나 나오지 않을까 싶다. 내 이름으로 된 책은 없지만, 책을 써야 겠다는 생각은 오래 전부터 해왔다.”

-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전시회가 있을까? 책을 낸다면 어떤 책을 낼 생각인가?

“올해 가을에 남해 바래길 작은 미술관에서 러시아 겨울 사진으로 전시회를 열 수도 있다. 제의가 들어왔다. 큰 전시는 아니지만 20여점을 전시할 예정이니 작은 전시회라고 말하기도 힘들다. 사실 사진전시 욕심은 많이 버렸다. 전시에 돈이 너무 많이 든다. 엄청 잘 나가는 작가면 사진이 팔리니 상관없겠지만, 지방에서 전시회를 열더라도 보통 5백만원 정도가 든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책을 내봐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러시아와 관련된 책. SNS에 러시아 관련된 글을 올리면 좀 길게 올리는 편인데 책 쓰는 일의 초고작업이라 할 수 있다. 책을 내려면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하는데, 내게 되면 분량은 꽤 될 것 같다. 근데 걱정도 된다. 혹시 잘못된 내용을 쓸까봐. 그래도 내긴 내야겠다고 생각한다. 2006년쯤 오마이뉴스에 러시아 관련 여행 글을 올렸었는데, 당시 한 출판사에서 책을 내자고 제의해오기도 했다. 하지만 검토해본 결과 러시아 책은 잘 안 팔려 내지 않아야겠다고 하더라. 내 돈으로 책을 만들어 낼지 고민 중이다. 사람들이 러시아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쓰고 싶다. 러시아도 안전한 나라이고, 우리와 같은 사람들, 순진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 진주모아에서는 어떤 상품들을 만들었나?

“진주성과 촉석루 전경을 찍은 사진을 전면에 담은 마그넷(냉장고에 붙이는 자석)이 대표적이다. 진주박물관이나 진주성 공북문 앞 카페 유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내 사진이 든 엽서도 이미경 작가와 함께 만들었고, 박민철 목공예가는 내 사진을 새긴 목재 찻잔받침을 만들어 상품화했다. 협업으로 만든 상품들이다”

 

▲ 유근종 사진작가가 찍은 사진이 들어간 마그넷(냉장고에 붙이는 자석), 진주성박물관과 진주성 공북문 앞 카페 유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

- 사진작가이면서 클래식 음악 애호가이기도 하다.

“고종사촌이 어릴적 음악을 참 좋아했다. 클래식 음악, 메탈 등 다방면 음악을 듣는 친구인데, 함께 음악을 듣다가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게 했다. 그 친구 집이 잘 살아 어릴 적 좋은 오디오를 가지고 있었는데 함께 곧잘 들었다. 가요는 쉽게 질리고, 유행가인 측면이 크다. 일부 그렇지 않은 곡들이 있기도 하지만. 반면 클래식은 그렇지 않다. 유행도 없고 쉽게 질리지 않는다. 그래서 클래식 음악을 듣게 됐고, 음반을 모으다보니 1500장 정도 모으게 됐다. 지금도 집사람 몰래 음반을 사고는 한다(웃음). 특히 사진 촬영 때문에 출장을 가며 차에서 클래식 음악을 자주 듣는다. 좋은 오디오에는 관심이 별로 없다. 차에서 듣는 음악이 가장 좋다”

- 직업 사진작가가 아닌 일반인이 사진을 잘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웃음). 왕도는 없다. 그런데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인 것 같다. 초보 운전자에게 좋은 차를 사준다고 운전을 잘하는 건 아니다. 사진도 마찬가지. 일단 감각이 중요하다. 사물의 깊이감을 느껴야 하고, 특히 프레임(구도)를 잘 잡아야 한다. 구도를 잘 파악하는 사람이 잘 찍는다. 경력 많다고 잘 찍는 건 아니다. 글을 잘 쓰려면 다독, 다작, 다상량(많이 읽고, 쓰고, 생각을 많이 하는 것)해야 하지 않나. 사진도 똑같다. 사진 책자를 많이 보고, 많이 찍고, 찍기 전에 많이 생각해야 한다. 요즘에는 사진장비가 디지털이다보니 막 찍는 면이 적지 않다. 돈이 안드니 그런건데, 이 때문에 사진이 질적으로 하향 평준화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100장 찍어 한 두 개 잘 찍은 게 나오면 된다는 생각이 보편적이라는 거다. 그렇게 찍으면 늘지 않는다. 신중하게 생각하고 찍어야 한다. 특히 매그넘에 소속된 좋은 사진을 찍는 작가들의 사진집을 골라보는 게 중요하다. 따라하고 흉내내다보면 자기만의 것이 생긴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배우지 않고 책을 보면서 사진을 배웠다“

- 진주성 공북문 쪽에 스튜디오가 있는데 여기서는 어떤 작업을 하는 건가?

“컴퓨터 작업을 주로하고, 제품 사진이나 팜플렛 제작용 사진을 찍는다. 증명사진이나 가족사진을 찍을 수는 있지만, 그러한 분위기는 아니다. 그래서 누군가 증명사진, 가족사진을 부탁하면 야외에서 찍자고 한다. 사실 야외서 찍은 사진이 더 좋다. 배경도 좋고, 햇살도.. 망경동으로 스튜디어로 이전할 생각인데, 이전하면 증명사진이나 가족사진도 찍을 생각이다. 나이든 사진작가를 불러 일을 하기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도 있고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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