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모아 연재 인터뷰-4] 진주 문화, 철학 담는 목공예가 박민철

진주를 담은 관광문화상품을 꾸준히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진주모아 회원들이다. 진주모아는 3년 전쯤 우연한 기회에 진주를 주제로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단체이다. 매달 평거동 진주문고 등에서 ‘진주모아마켓’을 열고 있다.

<단디뉴스>는 진주를 각종 작품에 담아내고 있는 진주모아 작가들을 찾아 연재 인터뷰를 진행한다. 네 번째 순서로 2004년부터 진주시 집현면에서 목공예품을 만들고 있는 박민철 목공예가를 만났다.

박 목공예가는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했지만, 두 손으로 직접 뭔가를 만드는 작업이 좋아 목공예를 직업으로 선택했다. 대학시절부터 목공예는 그의 취미였다. 2004년 집현면에 ‘아뜰리에 혼’을 연 그는 지금도 이곳에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작품 영역은 넓은 편이다. 서각작업에서부터 쟁반받침, 그릇, 가구를 만드는 일 등 목재를 이용한 공예 작업을 다양하게 이어가고 있다. 진주성 사진이 들어간 찻잔 받침과 진주성곽, 성문을 형상화한 꽃병, 수저걸이 등 진주 상징물을 담은 작품들을 만든다.

그는 목공예 작업과 함께 각종 강연 등을 이어가고 있다. 진주 목공예전수관의 강사이며, 진주문화소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진주 무형유산을 가르치는 교육에도 참여하고 있다. 교육자료(책)도 직접 제작한다.

“작품에 지역성과 작가의 철학을 담으려 노력한다”는 그는 “지역문화의 뿌리를 찾는 일이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하나의 작품에 작가가 살아온 환경과 그 지역의 문화, 그리고 지역문화의 뿌리가 들어있기 마련”이라는 이유에서다.

 

▲ 박민철 목공예가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걸로 아는데, 목공예가가 됐다. 조금 이색적이다.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했다. 설계 쪽이 전공이었는데, 건축은 조금 범위가 넓다고 봤다. 혼자 설계해서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과 협업을 하고 분야도 다양하다. 어릴 적부터 혼자서 손으로 뭔가 만드는 걸 좋아했다. 그래서 대학시절 공예를 취미로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건축설계사무소로 갈지 고민하다가 더 좋아하는 일을 하고자 했고, 결국 목공예가의 길로 들어섰다. 2004년 3월 졸업하고 그해 겨울 여기에 작업장을 열었다. ‘아뜰리에 혼’이라는 간판은 내 혼을 담아 작업하겠다는 취지이다”

- 아뜰리에 혼, 그런데 ‘NAMUYA, 나무가 담아내는 이야기’가 정식 상표 아닌가?

“2004년부터 작업을 계속하다보니 결과물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10년 전 쯤 내가 만든 것들을 브랜드화 하면서 특허청에 이 상표를 등록한 거다. 예전에는 공예를 작업하는 사람만의 전유물쯤으로 생각한 것 같은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중과 소통이 필요한 건데, 대중이 작가의 물건을 사가는 게 그런 소통 방법의 하나이다. 내가 만든 것들에 내가 만들었다는 흔적을 남기는 것도 그런 소통의 한 방법이고 이를 위해 상표등록을 하게 된 거다”

 

▲ 진주성 사진을 담은 찻잔 받침(사진 = 박민철)

- 보통 어떤 작품들을 만드나?

“나무를 가지고 하는 목공예는 전반적으로 다한다고 보면 된다. 물론 목공예도 세세하게 따지면 여러 가지로 분류된다. 예를 들면 목공예 작품에 칠을 하는 목칠공예 이런 것도 있고. 나는 찻잔받침, 그릇, 가구 등을 만든다. 내 머리 속에 떠오르는 건 어떻게든 나무라는 매개로 표현하려 한다. 지금도 서각작업만 하거나 그릇(목선반 작업)만 제작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다양한 작업을 하는 게 좋다. 그러다보니 결과물도 다양한 편이다.”

- 진주를 담은 작품들은 어떤 게 있나?

“촉석루를 새긴 쟁반. 이건 레이져 작업을 한 것인데, 1차원적으로 사진을 담은 작품이다. 공예가 입장에서는 이런 것보다 2차원적, 3차원적인 감성을 담은 작품이 중요하다. 철학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작품을 보여주며) 이건 진주성곽의 느낌을 담은 꽃병이고, 저건 진주성문 이미지를 담은 수저받침이다. 진주오광대 탈 이미지를 넣은 찻잔 받침도 있다. 이건 2차원적인 거라 할 수 있다. 3차원적인 것도 있는데 좀 어렵다. 대표적으로 우리 전통 문양을 목공예작품에 담은 것들이 있다. 길상문양, 그러니까 좋은 뜻이 담긴 문양을 떠 꽃병을 만든 거다. 5~6년 전 경남 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 진주 성곽을 소재로한 캐릭터 상품들(사진 = 박민철)

- 어떤 철학을 갖고 목공예를 만드는 건가?

“철학이라고 거창할 필요는 없다. 여러 가지 상황에서 켜켜이 쌓여온 하나의 응축된 결과물이 철학이다. 좀 어렵기는 하다. 작가가 작품에 담고자 하는 게 곧 철학이랄까? 우선 재료가 중요하다. 재료가 없이는 작품도 없다. 재료를 소중이 하는 게 목공예의 시작이다. 또한 작품에 지역성을 담아야 한다. 아프리카, 인도의 조각작품을 진주에만 살아온 내가 흉내낼 수는 없다. 40여년 간 진주에서 살면서 겪은 진주문화, 사람들, 이런 것들을 총체적으로 작품에 담아내는 거다. 시간, 사회, 역사환경에 따라 작품은 달라진다. 여러 요소들이 작품에 철학적으로 담기는 셈이다.”

- 목공예 작품을 만드는 것 외에 하는 일은?

“강의를 나가고 있다. 진주 목공예전수관에 강의를 나가고, 진주문화연구소에서 하는 토박이 예술유산, 그러니까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진주 무형유산을 가르치는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나는 전통공예 쪽을 맡아 한 두달에 한번씩 진주지역 초등학교에서 전통공예를 가르친다. 작품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주가 가진 자산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내가 하는 공예의 뿌리를 연구하는 일도 마찬가지로 중요한 일이다”

 

▲ 진주 공룡 기념품들(사진 = 박민철)

- 목공예의 뿌리를 찾고 정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전통공예의 뿌리를 찾는 일은 중요하다. 뿌리는 역사다. 역사가 없으면 현재도 미래도 없다. 지금 우리가 보는 공예는 전체 공예분야의 1%도 되지 않을 거다. 전통공예는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 돌, 돌에서 수출한 금속, 그리고 섬유 이런 자연의 것들에 사상을 담은 거다. 요즘에는 현대공예가 생겼고, 여러 가지로 공예가 분류됐는데 뿌리와 역사가 중요한 건 이것이 공예를 분류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공예를 다각도로 분류해야 특별한 분야도 만들어질 수 있고 옛 것도 지킬 수 있다. 진주시가 유네스코 창의도시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걸 위해서는 진주공예에 대한 자료도 많이 만들어놔야 한다. 혼자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추진 중에 있다”

- 남기고 싶은 말은 없나?

“목공예분야 선배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지켜온 것들이 빛을 봐야 한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해나가야할 부분도 있지만, 정책적으로도 도움이 필요하다. 진주시가 우드랜드, 목공예전수관을 만들어 준 건 참 고맙다. 내가 몸담은 목공예가 시민에게 가까이 다가갈 기회를 준 거다. 또 선배들이 오랜기간 쌓아둔 작품도 전시해줬다. 지금 시대는 나 하나 잘해되는 시대는 아니다. 서로 협력해 나가야 하고, 복합적인 정책도 필요하다. 진주박물관이 생긴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쪽에 공예관이 필요하다고 본다. 공예의 역사를 보여주고, 전통공예와 현대공예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아울러 목공예를 넘어 진주역사가 잘 정립됐으면 좋겠다. 점점 잘 돼가고 있고, 앞으로 잘 될 것이라 낙관한다”

 

▲ 진주성 나무 꽃병(사진 = 박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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