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8월 25일까지 국립진주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비격진천뢰> 특별전 포스터.

 

여름이 절정으로 내달린다. 절정의 여름의 뜨거운 열기를 담아 하늘을 울린 소리를 찾아 나섰다. 날아가 하늘과 땅을 울린 비격진천뢰(飛擊震天雷) 특별전이 진주성 내 국립진주박물관에서 열린다.

 

▲ 진주 진주성 내 동북아국제전쟁(임진왜란) 진주대첩의 영웅 충무공 김시민 장군 동상.

 

진주성 공북문을 지나자 동북아국제전쟁(임진왜란) 진주대첩의 영웅 충무공 김시민 장군 동상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힘찬 호령과 더불어 당시 힘차게 싸웠던 민관군의 의지가 들리는 듯하다.

 

▲ 경남도청 정문이었던 진주 진주성 내 영남포정사

 

장군 동상 뒤편으로 경남도청의 정문이었던 영남포정사로 올라가는 야트막한 오름이 나온다. 언덕이 아니라 남강이 흘러가는 남쪽 성벽 쪽으로 향했다.

 

▲ 진주 진주성 내에 전시 중인 조선 시대 대형 총통인 천자, 지자, 현자총통

 

남쪽 성벽에는 조선 시대 대형 총통인 천자, 지자, 현자총통이 나란히 서 있다. 언제라도 쳐들어오는 적들을 향해 날아갈 기세다.

 

▲ 진주 진주성 국립진주박물관으로 가는 길.
▲ 진주 진주성 내에 있는 동북아국제전쟁(임진왜란) 전문 박물관 국립진주박물관

 

전시 중인 총통을 지나 박물관으로 향하자 가는 길목에는 특별전 ‘비격진천뢰’를 알리는 걸개들이 바람에 힘차게 나부낀다. 드디어 국립진주박물관.

 

▲ 진주 진주성 내에 국립진주박물관은 임진왜란을 동아시아 국제전쟁으로 설명한다. 하나의 전쟁, 세 개의 기억을 전시한다.

 

동북아국제전쟁(임진왜란) 전문 박물관인 진주박물관에는 당시의 흔적을 엿볼 많은 전시물이 있다.

 

▲ 국립진주박물관 영상 상영관 앞에 있는 신기전
▲ 국립진주박물관 <비격진천뢰> 특별전시실에 들어서면 볼링공을 닮은 듯한 둥근 구슬의 진천뢰가 하늘을 날아가 천지를 진동하는 모습을 실감 나게 표현한 영상.

 

곧장 특별전시장으로 향했다. 전시실에 들어서자 영상 하나가 반긴다. 볼링공을 닮은 듯한 둥근 구슬의 진천뢰가 하늘을 날아가 천지를 진동하는 모습을 실감 나게 표현한다.

 

▲ 국립진주박물관 <비격진천뢰> 특별전시실 내 ‘귀신 폭탄-비격진천뢰’라는 주제의 영상이다. 16m의 대형스크린과 바닥에 프로젝션 영상과 반응형 센서를 접목해 전투 장면을 생생히 묘사한다.

 

영상물을 시청한 뒤 걸음을 옮기자 아이들이 여기저기 전시실 바닥을 힘주어 밟고 다닌다. 아이들이 밟자 벽면은 별들이 쏟아진다. 불꽃놀이 같다. 특별전 1부인 ‘귀신 폭탄-비격진천뢰’라는 주제의 영상이다. 16m의 대형스크린과 바닥에 프로젝션 영상과 반응형 센서를 접목해 전투 장면을 생생히 묘사한다. 바닥의 센서로 움직이는 비격진천뢰가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반응하여 흥미로움을 더한다.

 

▲ 국립진주박물관 <비격진천뢰> 특별전, 비격진천뢰를 언급한 각종 문헌 기록들

 

불꽃을 뒤로하고 걸음을 옮기자 본격적으로 비격진천뢰에 관한 안내가 나온다.

 

“밤중에 비격진천뢰를 적진에 떨어뜨리니, 왜적은 구경하며 서로 굴려보기도 하였는데, 조금 있다가 포가 그 속에서 폭발하여, 우당탕 요란하게 천지를 진동시키고 쇳조각이 별처럼 무수히 부서져 흩어졌다.”

 

“놀라고 두려워하지 않은 적병이 없었다. 모두가 신(神)이 하는 일이라 여겼다.”

 

▲ 국립진주박물관 전시 패널에서 소개한 <비격진천뢰>

 

비격진천뢰와 관련한 문헌이 벽면에서 걸음을 이끈다. ‘문헌 속 비격진천뢰’, ‘비격진천뢰와 완구’, ‘현대 과학이 밝혀낸 조선의 첨단 무기’란 세 개의 주제로 구성된 전시 2부가 시작이다.

 

 

조선 침략을 미화하는 일본 시각에서 쓰인 정한위략에서도 “~우리(일본) 군사 여러 명이 모여들어 바라보았는데 갑자기 그 가운데에서 스스로 폭발하여 소리가 천지를 진동시키고, 쇳조각이 별처럼 부서지니 이에 맞은 자는 곧 죽었고, 맞지 않은 자는 쓰러졌다. 우리 군대는 비격진천뢰에 대하여 알지 못했기 때문에 놀랍고 신기하게 생각하며 서생포로 돌아왔다.”라며 기록하고 있다.

 

▲ 국립진주박물관 <비격진천뢰> 특별전에서는 보물 제860호로 지정된 창경궁(추정) 비격진천뢰를 비롯해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모든 비격진천뢰와 완구(碗口)를 한자리에 모여 있다.

 

문헌 속에 나타난 기록을 살피고 지나면 보물 제860호로 지정된 창경궁(추정) 비격진천뢰를 비롯해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모든 비격진천뢰와 완구(碗口)를 한자리에 모여 있다. 총 16점의 비격진천뢰와 발사기인 보물 제858호와 제859호 중완구, 보물 제857호 대완구 등 국내에 전하는 3점이 우리를 반긴다.

 

▲ 국립진주박물관 <비격진천뢰> 특별전에서는 비격진천뢰 발사기인 보물 제858호와 제859호 중완구, 보물 제857호 대완구 등 국내에 전하는 3점이 우리를 반긴다.

 

선조 때 이장손(李長孫)이 발명한 비격진천뢰는 중국에서도 12세기 금나라 때 ‘진천뢰’라는 무기가 있었다. 겉은 비슷하지만 속은 달랐다. 철로 만든 용기에 화약을 채워 넣은 휴대용 폭탄으로 지금의 수류탄과 닮은 형태였다.

 

▲ 국립진주박물관 <비격진천뢰> 특별전에서 복원한 비격진천뢰

 

조선의 비격진천뢰는 무쇠 내부에 죽통과 나선형 나무에 감은 심지가 발화 역할을 하는 시한폭탄이었다. 날아가 폭발(비격⸱飛檄)하는 까닭에 천지를 울리는 소리(진천뢰⸱震天雷)가 들린다 해서 붙은 이름 비격진천뢰(飛擊震天雷)다. 19세기 이전까진 동서양의 포탄은 성벽을 부수거나 함선을 격파하는데 사용하는 폭발하지 않는 고체 덩어리였다.

 

▲ 국립진주박물관 <비격진천뢰> 특별전에 전시 중인 조선 시대 무기 해설서인 ‘화포식언해’에서 소개한 비격진천뢰

 

‘현대 과학이 밝혀낸 조선의 첨단 무기’에서는 조선 시대 무기 해설서인 ‘화포식언해’와 ‘융원필비’에 나오는 비격진천뢰 내용을 소개한다. 비격진천뢰의 제작 및 조립 과정도 영상과 3D 프린트 복원품으로 상세히 소개한다. 고창에서 새롭게 발견된 비격진천뢰 뚜껑(개철, 蓋鐵)의 형태와 잠금방식, 비격진천뢰 기벽(껍질) 두께에 숨겨진 폭발의 비밀 등을 알려준다.

▲ 임진왜란 전문 박물관인 국립진주박물관에서 하나의 전쟁을 다르게 기억하는 조, 명, 일을 살펴볼 수 있다.

 

지금의 경색된 한일 관계 속에서 우리 선조의 지혜가 만든 비격진천뢰의 지혜를 즐겨보면 어떨까? 비격진천뢰 속에 담긴 구국의 열정을 다시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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